대학원생의 인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대학원생의 한 명으로 참으로 반갑다. 그동안 대학원생에 대한 사회·경제적인 보장이 제도화되지 않았었으니 말이다. 이는 그동안 대학원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한 사람의 인간’이었다기보다는 학문생산 과정의 ‘도구’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나는 대학원생이 한 사람의 인간이고 생활인이며 또 엄마라는 것에 관해 말해 보고자 한다.


대학원생의 연령분포는 보통 노동시장에 진입해 경력을 쌓기 시작하는 이십대에서 삼십대 사이다. 학문공동체에서의 직업을 추구하는 대학원생의 경우는 ‘자발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된다. 대학원생은 분명 어떤 종류의 ‘일’을 하지만 그것이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학원생은 자신이 하는 일, 추구하는 방향에 대한 어정쩡한 인식과 대우라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이 시기는 신체적으로 생물학적인 재생산이 가장 활발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학원생이 처한 사회·경제적인 환경은 생물학적 재생산을 위한 안정된 조건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대학원생이 된다는 것과 부모가 된다는 것은 동시에 이뤄지기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다. 매우 어렵다.
남편과 내가 학교를 다니기 위해서는 아이를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멀리 떨어진 어린이집에 맡겨야 한다. 학교 어린이집 대기자 명단에 올렸지만 보육 가능인원이 충분치 않아 우리 순서는 내년이 될지 후년이 될지 모른다.


모유수유를 하는 고로 젖이 불면 유축을 해야 하는데, 모유수유실은 보건소 한 군데고 그나마도 6시면 문을 닫는다. 아쉬운 대로 여학생 휴게실이 군데군데 있다지만 유축기도 없고, 가릴 수 있는 커튼도 없어 나의 선택은 언제나 화장실이다. 화장실 변기 뚜껑에 앉아 젖을 짜고, 그 젖은 아이에게 먹이기가 미안해 변기 속에 버린다.

아이가 아프면 남편과 교대로 아이를 돌본다. 어쩔 수 없이 수업에 결석을 하게 된다. 어린이집이 휴원하는 날에는 남편과 나는 아이를 학교에 업고 와서 서로 교대를 하며 수업을 듣는다. 그런 날, 아이와 함께 학교 주변을 계속 걷는다. 이 넓은 학교에는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공간이 한 군데도 없다.


출산과 육아에 관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부모의 한 사람으로 참으로 반갑다. 그래서인지 내가 속한 학문공동체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합리적인 지원을 해주길 기대해보게 된다.
대학원생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한편으로는 대학원생 중에 부모인 대학원생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본부차원에서 대학원생 부모의 인적구성과 그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서하나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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