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대통령 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대선 동향이 각종 뉴스와 포털 메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사람들도 모이면 대선에 관해 한 마디씩은 나누게 된다. 이러한 시점에서 대학신문의 대선 설문 기획 ‘2012 서울대생이 바라보는 대선’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몇 개의 항목으로 이루어진 설문만으로도 충분한 표본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결과를 제시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세 명의 주요 후보에 대한 지지도와 그 후보들의 정책 공약에 대한 지지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후보의 이름이 기재되지 않은 공약들이 일종의 블라인드테스트를 받은 것인데, 설문 결과에 따르면 다섯 분야 중 등록금 지원, 군 복무 및 안보, 대학교육 지원에서는 박근혜 후보의 정책 공약에 대한 지지도가 가장 높았고, 나머지 청년 실업, 대학생 주거관련 정책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정책 공약에 대한 지지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 안철수 후보가 후보 지지도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인 것이다. 물론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는 정책 공약뿐 아니라 후보의 도덕성, 가치관, 역사관, 경력 그리고 정치적 상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지만 당선 이후의 비전을 압축적으로 제시하는 정책들의 방향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지 않은가. 대부분의 선거가 건강한 정책 대결보다는 선정적인 대결 구도와 이미지 선거로 귀결된 지 오래라지만, 선거의 올바른 대결 방향을 추구하려는 노력은 계속 필요하다. 이런 노력들이 계속될 때 유권자들이 직접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고 후보의 가치관과 후보의 공약들을 함께 검증함으로써 국민들의 실질적인 요구들이 반영된 국정운영 방향을 함께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려면, 단순한 인기투표가 아닌 함께 모두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대학신문의 이번 기획에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 대학신문이라면 기성 언론보다 좀 더 세부적이고 심층적인 내용들을 담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기존의 정치에 불신과 환멸을 지니는 이유, 그럴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와 이전의 정치, 역사 등에 대한 접근이 병행됐다면 더욱 좋았겠다. 이를 통해 대국민 여론조사가 아닌 서울대 학생들의 여론을 조사했다는 특이성을 넘어서는 선거와 정치에 관한 담론 형성을 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 12월 19일이 지나면 누군가는 당선이 되어 새로운 대통령이 될 것이다. 신중히 선택하되 잊어서는 안 될 것은 정치에서 ‘백마 탄 초인’ 같은 존재는 없다는 것이다. 어떤 한 명의 인물에게 모든 희망을 맡겨버리는 것으로는 꿈같은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숱한 역사들이 증명한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자극적인 이슈에만 몰두하지 않는 정치적 담론의 확장과 모든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그것들을 가능케 할 조건들의 마련이다. 잠깐의 노력으로 될 일이 아니기에 진정한 정치 쇄신에의 고민은 대선이 끝나더라도 이어져야 한다. 다른 미래를 만들어낼 열쇠는 당연히도 우리의 손에 있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이아로미
미학과·08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