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용어로 ‘골든타임’이란 응급 외상환자 1시간, 뇌졸중 발병 3시간 등 사고 발생 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치료가 행해져야 하는 제한시간을 의미한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골든타임>은 생사의 기로에 놓인 중증외상 환자들의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증외상센터(Shock Trauma Center)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환자를 대하는 주인공 ‘최인혁’의 카리스마였다. 물론 최인혁이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는 과정은 그리 수월치 않았다. 전문 인력 부족, 병원 내 다른 과의 비협조, 중증외상 환자를 이송하는 데 필요한 의료헬기의 지원이 안 되는 상황 등 개인의 사명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차원의 문제가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를 통해 국내 응급의료시스템의 현실을 체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의료 인력과 지원 부족으로 제때 진료를 받았다면 충분히 살 수 있었을 응급 환자들이 생명을 잃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이익을 거둘 수 없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지원도 받지 못하는, 그래서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죽게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최인혁은 좌절하지 않는다. 응급 환자 이송을 위해 소방헬기라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는 자리에서, 그는 얼마 전 이송이 늦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사내에게 어린 자식이 둘이나 있었다고 이야기를 꺼낸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그런 감상적인 접근은 하지 말라고 선을 긋는데, 최인혁은 앞으로 그 아이들을 키워내는 데 드는 비용을 국가가 전부 부담해야 하는데 그것보다는 헬기를 지원해서 그 아이들을 키워낼 아버지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들지 않겠냐고 말한다. 생명을 구하는 것이 윤리적인 행위인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경제적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요즘 우리 주변에도 당장 눈에 보이는 손해를 감수할 수 없다는 명목 하에 골든타임을 훌쩍 넘기고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전기요금 15만원을 체납했다는 이유로 전기가 끊겨 촛불을 켜고 자던 할머니와 손자는 결국 목숨을 잃었다. 부당해고를 당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목숨을 담보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 사람이 있다”는 이들의 외침에 대해 구조적인 문제라 당장 해결이 어렵다며, 혹은 감상적으로 접근하지 말라고 응수하며 우리를 ‘멘붕’에 빠뜨리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개개인의 멘붕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적인 ‘트라우마’로 남는다는 데 있다. 3년 전 용산참사의 기억이 여전히 우리 사회의 상처로 남아있듯이 말이다. 이를 극복하는 데 얼마만큼의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할지를 생각한다면, 골든타임을 사수해야 하는 것이 최인혁만의 과제는 아니지 않을까.


안지영 간사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