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의 이유, 알고 싶습니다

최근 학기가 종료돼 한 학기동안 수강한 강의들의 성적이 공개됐다. 성적의 이유를 납득하지 못해 담당 교수를 찾아가 이의신청을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런데 학생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이의신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사회대의 한 학생은 성적과 관련한 이의신청을 하려고 했으나 담당 교수와 연락이 두절됐다. 그는 “이번 학기에 수강한 과목은 출석도 큰 문제가 없었고 시험도 무난하게 봤다고 생각했는데 B-라는 납득하기 힘든 성적을 받았다”며 “교수님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메일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고 불만을 표했다.

담당교수가 아예 이의신청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김경덕씨(성악과·12)는 “지난 학기에 수강한 일반교양 수업의 담당 교수는 절대 이의신청을 받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며 “성적입력 역시 정정기간을 피해 공식 입력기간이 일주일이 지난 후에야 성적이 공개됐고, 전화도 받지 않고 이메일도 보지 않아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동물생명공학부의 한 학생은 이의신청을 해도 세부성적이나 정확한 기준을 알 수 없어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그는 “대학국어나 일반교양 수업을 들으면서 개별 과제의 세부 성적이나 평가 기준, 총평균이나 석차 등이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권위적인 교수님에게 이의신청을 하는 부담감과 이의신청을 하지 말라는 분위기 때문에 끝내 성적의 이유를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강태승씨(동물생명공학부·11)는 “한 교양 수업의 경우 이의신청을 해서 틀린 점이 없을 경우 오히려 성적을 1점 깎겠다고 공지했다”며 “학생 역시 알 권리가 있는데 틀린 점이 없다고 성적을 깎는 건 심한 것 같아 불만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의신청 관련된 제도는 있나

이의 신청에 있어 이와 같이 많은 문제점이 지속되는 원인으로는 학교마다 이의신청에 대한 제도화가 미비하기 때문이라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많은 대학의 경우 이의신청을 다루는 방식이 완전히 담당 교수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대의 「서울대학교 학업성적 처리 규정」을 보면 성적 공개와 이의신청에 관련된 유일한 조항인 제6조는 △제출된 성적은 정정할 수 없으나 담당교수의 착오 또는 성적기재 누락이 있을 때 성적 정정을 신청할 수 있으며 △총장은 정정신청에 대하여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성적의 정정을 허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의신청 기간, 이의신청에 성실히 답변할 의무, 이의신청의 내용이나 절차 등의 실제적 내용이 전혀 없는 규정이다.

이의신청에 대해 일부 학사상 규정을 두고 있는 대학들도 있다. 성균관대의 경우 △담당교수가 소정기간에 성적평가결과를 공시해야 하며 △성적에 이의가 있는 학생은 담당교수에게 이의신청할 수 있으며 △담당교수는 사유가 타당한 경우에는 소정기간 내에 성적을 정정해야 한다는 규정을 통해 이의신청의 기간, 학생의 권리, 담당 교수의 의무 등을 명시하고 있다. 한양대의 경우 △담당 교수는 학생의 이의 신청을 접수한 즉시 출석, 과제물, 시험답안지 및 기타 성적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재검토해야 하고 분명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성적을 정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담당 교수의 성실한 답변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한성대는 인터넷 이의신청 제도를 운영해 담당 교수와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막았다. 이에 따르면 학생들이 종합정보시스템에서 "현 학기성적조회/성적이의신청"에서 이의신청을 작성할 경우 담당 교수가 반드시 답변해줘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대학들이 △담당 교수가 이의 신청에 대해 답변할 것 △총점과 세부 성적 및 평가기준을 공개할 것 등 학생들이 문제를 느끼고 있는 주요 사항들을 제대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허해정씨(영남대 미생물공학과·11)는 “이의신청 제도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성적의 이유나 세부 성적 등을 알음알음 알아야 하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권나영씨(고려대 서어서문학과·11)는 “중·고등학교, 대입모의고사, 수능에서는 자기가 몇점을 받았고 그래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었는지 상세하게 알 수 있었는데 대학에서는 제대로 알기 힘들다”며 “이의신청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학사상의 이의신청 제도가 대학마다 꼭 필요하다”이라고 주장했다.

허해정씨는 “이의신청은 성적에 대한 단순한 불만이나 성적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아니다”며 “학생이 정당하게 알 권리일뿐만 아니라 학생이 교수의 의도 중 어떤 부분을 포착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자 수업의 연장선”이라며 이의신청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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