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뇌병변장애인 김주영(34)씨는 활동도우미가 떠난 뒤에 발생한 화재에 목숨을 잃었다. 올해 9월에는 근육장애인 허정석(30)씨가 도우미 퇴근 후 호흡기가 떨어지는 사고로 안타깝게 숨졌다. 이들은 도우미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어 조그만 사고에도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지만 정부가 정하는 ‘1급 장애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충분한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다. 무고한 목숨을 죽음으로 내몰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장애인 활동보조 지원제도의 수급자격에 대한 논란이 장애계 안팎으로 거세게 일었다.

지속적인 개편 요구가 이어짐에 따라 이번 달 1일부터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의 신청자격 및 급여가 확대된다. 이에 따라 기존에 1급 장애인들에게만 제한됐던 활동지원이 2급 장애인들에게도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는 신체적, 정신적 장애 때문에 혼자서는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활동지원 급여와 활동보조 도우미를 제공해 이들의 자립을 돕는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 제도는 기존에 만 6세에서 65세 미만 1급 장애인을 대상으로 매월 최고 86만원의 급여와 103시간의 도우미 시간을 제공해왔다. 또한 기본 급여와는 별도로 긴급상황이나 독거, 출산 등의 경우에는 추가적인 급여와 시간을 제공했다.

그러나 취지와는 별개로 그동안 여러 측면에서 제도상의 허점이 지적돼왔다. 무엇보다도 수급대상자의 수가 수급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의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상생활에 도우미가 필요한 중증장애인들은 37만 명이다. 현재 제도의 혜택을 받는 장애인이 3만 6천여명밖에 안 된다는 점에서 이는 크게 부족한 수치다. 그나마 혜택을 받는 장애인들도 2년마다 하는 수급자격 갱신을 통해 자격을 상실하거나 급여가 삭감될 수 있는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급여지원 내용상의 허점도 상당했다. 먼저 장애인 아동의 경우 수혜대상자로 선정이 돼도 성인의 반에 못 미치는 급여를 지원받았다. 불편함은 장애를 가진 성인과 다를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급여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부양가족이 실제로 부양할 능력이 없어도 부양자가 있다는 이유로 추가급여가 지원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본인부담금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법상으로 본인부담금은 그 상한선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가 더 많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일수록 더 많은 부담금을 내야한다. 그러나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장애인의 수는 많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2011년에 조사한 활동보조 수급자 실태조사에 의하면 수급자격이 있어도 부담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어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장애인이 전체 대상의 25%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거듭된 논의 끝에 보건복지부는 새해부터 활동지원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먼저 지원대상의 수급 범위가 2급 장애인까지 확장된다. 현재 집계되는 약 23만명의 2급 장애인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은 뒤 수급자격 인정조사를 거쳐서 수급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한자연) 심미화 팀장은 “복지부에서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예산을 확충, 지원을 늘린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제도의 개선을 반겼다.

또한 18세 미만 장애아동 성장을 위한 기본급여가 부족한 현실을 고려해 기본급여를 성인과 같은 수준으로 확대하고 가족이 1·2급 장애인, 6세 이하 또는 75세 이상으로만 구성돼 실질적인 부양이 불가능할 경우 추가급여를 지원하고, 수급자의 실질적 보호자인 가족이 일시적으로 부재한 경우에도 추가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위험으로부터 자기 보호가 불가능한 최중증 장애인들이 홀로 위험에 맞서야 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본인부담금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는 면제됐고 차상위 계층은 2만원을, 그 외 계층은 건강보험료 납부금액에 따라 차등 부담하게 됐다. 보건복지부 장애인 서비스팀 최원준 사무관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이 보다 개선될 것”이라며 “제도를 처음 개선하는 것이다 보니 아직 부족한 점들이 많지만 점차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급여 확대는 법 개정이 아닌 지침 개선 수준에 멈췄다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법으로 정해져 있는 기본급여 문제 등 지침 개선으로는 고쳐질 수 없는 측면이 아직도 산재해 있으므로 본질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장애인활동지원법상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본인부담금 제도 역시 여전히 법에 의해 정률제 방식이 유지됨에 따라 수급량이 늘수록 이용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문제가 남아있다.

나아가 근본적으로 이 제도가 본래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급대상자 수치를 늘리는 것만이 아닌 제도 자체의 본질적 내용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급여와 활동지원 시간이 장애인들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것이다. 심미화 팀장은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는 장애인들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용자가 만족할 수준의 제도가 필요하다”며 “법 제도상으로 기본급여 자체를 늘리거나 도우미 지원 시간을 늘리는 등 수급 내용의 본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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