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된 민족 중심의 역사 해석

▲ © 강동환 기자
올해 초 사회적 이슈가 됐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는 세계화 시대에도 민족국가들의 역사인식에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와 관련해 역사학회는 28일(금), 29일 이틀간 「세계화 시대의 역사분쟁」을 주제로 제47회 전국역사학대회를 개최한다.

 

 

공동 주제 발표에서는 각 민족국가들이 역사 해석을 어떻게 자국의 정치적 의도에 이용하고 있는지 논의할 예정이다. 임기환 연구원(한신대학술원)은 「동북 아시아사에 대한 한ㆍ중간 역사인식의 차이고구려사와 발해사를 중심으로」에서 “남북한은 혈통, 문화를 중시한 한민족사적 관점에서 발해를 인식하는 반면 중국학계는 발해사를 배타적으로 점유하기 위해 발해의 고구려 계승 및 문화적 영향을 부정한다”고 말한다. 또  임 연구원은 “고구려사와 관련한 중국학계의 중화주의적 시각, 역사 계승에 대한 배타적 독점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그는 “고구려사가 역사 귀속 논쟁의 대상이 된 것은 만주 지역 외에 한반도 북부 지역까지 역사적 영역 문제가 확대된 것을 의미한다”며 “결국 중국학계에서는 한(漢)군현의 한반도 북부지역에 대한 역사적 점유를 매개로 고조선사도 중국사에 편입하고자 할 것”이라며 역사문제가 계속될 것임을 전망한다.

 

 

중국과의 역사분쟁, 고조선사까지 문제될 것

 

 

 

근대 중국의 역사 해석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중국사상의 국가ㆍ세계 인식과 주변 민족」을 발표한 조병한 교수(서강대ㆍ사학과)는 “현재 중국사학계는 청(淸)을 다민족 제국이 아니라 근대적 국민국가로 보려 했다”고 분석하고 “현재 중국과 과거 제국간의 역사적 연속성을 강조하기 위해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민족과 근대 국민국가 이데올로기를 과거에 적용해 역사학을 국민통합의 도구로서 이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그는 “당시 중화적 질서 속에서 현실적 힘에 따라 국가의 영역과 외교적 상하관계가 유동적이었으며 전통 제국에 포섭된 이민족들은 중국의 주장과 달리 중국 역사발전에 기여한 국민이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민족주의적 역사해석은 비단 동양의 문제만은 아니다. 안상준 교수(안동대ㆍ사학과)는 「민족사의 시원과 민족영웅의 국적민족주의적 역사분쟁 극복과 새로운 유럽중세사의 지평」에서 “유럽에서 2차 세계 대전 이후 민족주의적 역사 서술이 퇴조하는 경향을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민족주의의 부활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독일과 프랑스가 양국의 역사적 모체인 프랑크 제국의 왕 카룰루스 마그누스를 서로 자국사에 편입시키고자 한 사례를 들어 “민족주의 시대의 역사 서술에서 민족의 자긍심을 국민에게 고취시키기 위한 우상으로서 영웅이 필요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시대 변화에 맞춰 역사서술과 유럽중심주의적 역사 서술을 벗어나 공존의 논리를 찾아야 한다”며 “역사를 보는 관점에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민족적 자긍심 고취 위해 국민적 영웅 등장시킨 유럽

 

 

 

매년 열리는 전국역사학대회는 역사학회와 한국사학회 등 국내 15개 학회가 참석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역사학 관련 학술 대회이다. 28일(금)에는 문화관 중강당에서 공동주제 발표가, 29일에는 인문대와 멀티미디어 강의동(83동)에서 「한국민의 영토문제와 영토의식」과 「여성과 정치권력과 희생의 양면성」 등을 주제로 각 분과 발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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