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과 ‘지휘’의 하모니를 꿈꾸며
‘국악’과 ‘지휘’의 하모니를 꿈꾸며
  • 허정준 기자
  • 승인 2013.03.02 22: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휘자라고 하면, 바이올린, 첼로 등 서양 악기들 앞에 검은 턱시도를 멋지게 차려 입은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두루마기를 입고 가야금과 거문고 등의 국악기를 지휘하는 지휘자가 있다면 어떨까.

실제로 국악관현악단의 연주를 지휘하는 이를 ‘국악지휘자’라 부른다. 물론 ‘국악지휘’는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말일 것이다. 본래 전통 국악은 지휘자 없이 연주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60년경 ‘국악관현악’이 등장하면서 국악에도 지휘자가 필요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동안은 국악지휘 전공자를 따로 교육하기보다 서양음악 지휘를 전공한 지휘자가 지휘를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왔다. 이후 계속해서 국악지휘 전공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이전까지 국내 어느 대학에서도 국악지휘 전공 학부생을 모집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2012학년도 서울대가 국내 최초로 ‘국악지휘’ 전공 학부생을 모집했고 2013학년도에 드디어 첫 입학생이 탄생했다. ‘국악’과 ‘지휘’의 융합에 도전하는 ‘국악지휘’ 전공 1기 입학생, 13학번 박준현씨를 만나봤다.

 

 

사진: 주현희 기자 juhieni@snu.kr


박준현씨는 바이올린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두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자연스럽게 음악과 함께하는 삶을 살았다. 십여년 동안 서양 음악에 빠져 살던 그는 중학생 때 국악의 길로 방향을 전환한다. 그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해온 서양 악기에 대한 반항심으로 국악에 빠지게 된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어린 시절부터 지휘에 관심이 많은 그였지만 입학할 당시 국악고에는 지휘 전공이 없어 작곡 전공으로 입학해야 했다. 국악고 재학 중 박씨는 작곡을 전공하면서도 지휘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지휘를 따로 배우며 입시 준비를 해 왔다. 입학시험 당시에는 어깨가 아파 파스를 붙이고 할 정도로 열심히 배웠다는 그는 그 결과 ‘최초’의 ‘국악지휘 전공’ 입학생이 될 수 있었다.

힘들게 입학한 서울대지만 그의 앞에 놓인 학교생활에는 버거워 보이는 장애물들이 많다. 현재 서울대 음대에는 국악지휘를 전공한 교수도 없을 뿐더러 국악지휘 전공자를 위한 교육 과정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1기 입학생인 박준현씨의 경우 국악작곡과 서양음악 지휘를 복수전공의 형태로 교육을 받게 된다. 학생 입장에서 혼란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지만 박씨는 “내가 예전부터 존경해온 작곡과 임헌정 교수님께 배울 수 있어 기쁘다”며 “아직 정해진 커리큘럼은 없지만 그만큼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대된다”고 밝혔다.

평소 긍정적이고 다양한 일에 도전하는 성격답게 박씨는 “기회가 된다면 국악관현악단 지휘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지휘와 작곡도 하고 싶다”며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을 나타냈다. 또 그는 “무엇을 하든 소홀히 하지 않고 항상 단원들을 편하게 해주는 지휘자가 되고 싶다”며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예비 국악 마에스트로’로서의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제 박씨는 누구도 발을 내딛지 않은 눈길에 한 발을 들여놓았다. 처음 가는 길은 무섭고 겁이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의 깨끗한 모습과 그 눈길을 밟을 때의 ‘뽀드득’ 소리는 눈길을 걷는 큰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최초의 국악 지휘자’ 박준현씨가 들려줄 ‘뽀드득’ 소리가 기대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