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진 교수
(사회학과)

새내기들이 들어오는 봄 학기 개강 때면 두근두근하는 그들의 설렘이 캠퍼스를 가득 채운다.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그 기분 좋은 긴장감이 가물가물 피어오르는 3월의 공기에 실려 학교의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전달된다. 모든 새내기들에게 진심의 축하와 따듯한 환영을 전한다. 아울러 그들의 대학생활에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몇 가지 충고를 건넨다.

첫째, 내 심장의 박동을 믿으라는 것이다. 새내기들 앞에는 아주 긴 삶이 남아있다. 이 긴 시간 동안 삶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은 직업이 아니라 심장의 박동이다. 좋은 직장이 아니라 평생 동안 내 가슴을 뛰게 할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오늘 입학하는 새내기들이 경력의 정점에 이를 시점은 지금부터 대략 30년 후쯤 될 것이다. 그때까지 나를 계속 두근거리게 할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눈앞에 보이는 것에 매몰되지 말고 가슴 속에서 울리는 북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라.

둘째, 세상의 끝까지 가보라는 것이다. 요즘의 대학생들에게는 세계의 구석구석을 자신의 두 발로 직접 걷고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넓게 열려있다. 서울대생들에게는 이 문은 더 넓게 열려있다. 학교에서 지원하는 각종 연수, 학술교류, 교환학생 프로그램 등은 물론이고 해외봉사나 논문공모전 입상 등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세상의 끝까지 가보는것이 꼭 지리적인 공간이동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도 아니다. 학교에서 열리는 수많은 세미나와 학술대회를 통해 세계적 석학과 지도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고, 그런가 하면 녹두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치열하게 토론하고, 때로는 학교 바깥에서 벌어지는 사회 구조적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고 시민으로서의 역할에 뛰어들 수도 있다.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세계인들의 삶을 최대한 경험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세상의 끝이 어떻게 생겼는지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사람만이 다가올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셋째, 자신이 공부할 내용을 직접 설계하고 체계적으로 독서하라는 것이다. 나는 몇 년 전 서울대생들이 어떤 과목을 수강하고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해 실증적으로 분석해본 적이 있다. 가장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소수의 학생들은 한 가지 뚜렷한 특징을 보였다. 그들은 1, 2학년 시절 학문의 기초인 언어와 문명, 그리고 역사에 집중하면서 전교의 강의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었다. 이때 언어란 도구적인 의미의 영어만이 아니라 다양한 외국어는 물론이고 인간의 생각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표현하게 해주는 수학이나 컴퓨터 언어 등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고학년이 되면서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자신이 처한 객관적인 위치를 탄탄하게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그들은 본격적으로 전공분야에 몰입하면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었다.

넷째로, 대학을 대학답게 만드는 하나의 벽돌이 되라는 것이다. 대학은 오랜 세월 켜켜이 쌓여온 상징의 공간이다. 기업처럼 돈이 많지도 않고 권력기관처럼 힘이 세지도 않은 대학이 그래도 존중받는 것은 오랜 세월 그 공간을 채워왔던 구성원들의 진리탐구를 향한 열정, 정의에의 헌신, 어떠한 논쟁도 허용되는 학문과 사상의 자유 등이 응축되어 있는 상징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열망하는 서울대학교를 기회의 원천으로만 삼기보다는 스스로 지켜야 할 명예의 근거로 삼는 학생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서울대학교라는 상징의 건축물에 기꺼이 하나의 벽돌로 스스로를 보태는 학생들이 많아질 때, 이 공간에서 새내기들이 불살랐던 열정과 헌신과 자유는 존경과 존중이라는 보상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끝으로, 이 충고들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스스로 결정하기 바란다. 다만 어느 경우든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근거를 가지고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을 펼쳐나가는 것, 그것이 대학에서 학문하는 방식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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