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 새로 나온 책]

 

박정희는 왜
그들을 죽였을까
이건혜 저/책으로 보는 세상
2008년 국민들의 건강을 걱정해달라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에는 어김없이 물대포가 등장했다. 삶의 터전을 빼앗지 말아달라는 용산 남일당 건물 세입자들에도 정리해고 당한 억울함을 토로한 쌍용차 직원들에게도 이명박 정부는 ‘불법 무관용 원칙’으로 일관했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를 목격하며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할 국가가 저지르는 폭력에 대해 성찰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마침 대한민국 현대사를 되짚어보며 국가의 폭력 문제를 되돌아보는 책이 출간됐다. 바로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의 『대한민국 잔혹사』와 이건혜의 『박정희는 왜 그들을 죽였을까』다.

『대한민국 잔혹사』는 저자가 「한겨레 21」에 해방 이후 자행된 국가폭력에 대해 연재한 칼럼을 엮은 책이다. 저자는 1948년 제주 4?3 사건부터 2010년 총리실 민간인 사찰까지 대한민국 현대사를 국가폭력이 반복됐던 시기로 정의한다. 대표적인 예로 그는 제주 4·3 사건과 2009년 발생한 용산 참사를 든다. 저자가 제주 4·3 사건과 용산 참사에서 주목한 부분은 국가가 이들을 ‘정권의 불안 요소’로 바라봤다는 점이다. 1948년 당시 이승만 정권은 미국의 신임이 절실했고 이승만 정권에게 한라산에 있는 빨치산의 존재는 이를 잃게 할 수 있는 불안 요소였다. 이들을 소탕하여 스스로의 통치 능력을 입증하고자 한 정부는 500명의 빨치산을 소탕하기 위해 3만여 명의 민간인을 학살하는 무리한 ‘토벌 작전’을 감행했다.

용산의 경우도 임기 초 일어난 농성으로 위협을 느낀 이명박 정부가 농성 하루 만에 무리하게 경찰 특공대를 투입해 참사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판은 국가폭력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는 국가의 폭력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태도를 지적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국민 누구나 겪게 될 수 있는 ‘재개발로 인한 철거 문제’를 당장 내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못 본 척 지나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사회적 공감’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에게 공감하지 못하면 그들을 보호하고 도와줄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자신과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외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더불어 저자는 ‘역사의식’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역사의식은 앞서 강조한 ‘사회적 공감’의 기반이 될 뿐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지는 국가폭력의 문제를 성찰하게 하는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박정희는 왜 그들을 죽였을까』 역시 유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인혁당 사건’을 주목한다. 인혁당 사건은 1974년 유신반대 운동을 하는 학생들에 대해 정부가 “불순세력의 조종 아래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이 ‘인민혁명’을 획책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중앙정보부는배후세력으로 지목된 인민혁명당재건위 구성원들을 고문하고 증거를 조작해 학생들의 반대운동을 북한의 조종에 의한 행동으로 만들었다. 재판부는 중앙정보부의 증거 조작을 묵인하며 관련자 8명에게 사형을, 나머지 17명에게 징역형을 내리고 18시간 만에 사형을 집행했다. 이후2005년 ‘국정원과거사위원회’가 박정희 정권이 유신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이 사건을 이용했다고 밝혔고 2007년 서울지방법원 역시 32년 만에 사형당한 8명 전원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저자는 “인혁당 사건 한 인물의 장기 집권에 대한 욕심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장기 집권에 반대하는 학생들과 재야인사들을 반공 이데올로기를 이용해 국민들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이용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러한 폭력적인 상황 앞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침묵의 결과는 계속되는 폭력임을 지적하며 “시민이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다음 차례일 수도 있다”고 강하게 경고한다.

2012년 9월 10일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는 인혁당 사건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선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고 발언하면서 이 사건이 다시금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인혁당 사건에 대한 발언 이후 논란이 거세지자 새누리당에서는 박근혜 당시 후보의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에서는 대통령으로서 지녀야 할 역사의식의 부재를 지적하며 우려를 표한다. 이 우려는 이명박 정권 시절 자행된 국가 폭력에 대한 기억과 결부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점에서 민주화 이후에도 공공연히 벌어지는 국가의 폭력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과거의 역사를 잊지 않는 것이라고 두 책 모두 말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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