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 새로 나온 책]

대한민국 최저로
살아가기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저/나눔의집
지난 21일(목)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15%로 OECD 34개국 중 28위였다. 이처럼 빈곤 문제가 심각함에도 GDP 대비 공정사회지출 비중은 OECD 평균인 18.9%에 한참 못미치는 7.6%이다. 이는 꼴찌인 멕시코의 7.2%와 별 차이가 없는 수치로,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제도적 노력이 미미함을 반영하는 결과다. 이 현실 속에서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조명한 『대한민국 최저로 살아가기』와 『한국의 노숙인』이 발간됐다.

『대한민국 최저로 살아가기』를 발간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최저생계비로 인간적인 삶을 누리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을 품고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캠페인을 벌였다. 여기서 최저생계비는 국가가 빈곤층에게 지원하는 돈을 뜻하는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는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명시돼있다.
한국의 노숙인
신명호, 정근호, 구인회 저/서울대 출판문화원

이 책은 캠페인에 참여한 체험단이 실제 겪은 결과를 정리한 것으로 체험단은 각계각층의 자원봉사자로 구성됐으며 이들은 각각 최저생계비를 지급받고 한달동안 생활했다. 하지만 체험단원들은 현재 지급되는 최저생계비로는 결코 평소 누리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음을 몸소깨닫는다.

87,000원으로 책정된 주거비로는 고시원은커녕 쪽방에도 입주할 수 없었다. 결국 체험단원은 배정된 금액을 초과하고서 간신히 서울 삼선동 달동네 단칸방을 구하지만 덥고 습한 환경으로 옷에는 곰팡이가 폈으며 음식은 쉬이 상했다. 때문에 한 체험단원은 “추가적인 식재료 비용을지출했으며 습한 환경에서도 상하지 않는 음식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열악한 주거환경은 체험단원들의 건강을 악화시키며 결국 체험기간 중 다수가 병원진료를 받기도 했다.

결국 체험단원들은 “현재 책정된 최저생계비로는 최저생계비의 취지인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누릴 수 없다”고 결론 내린다. 빈곤층은 앞서 말한 빈곤으로 인한 추가적인 비용을 충당하느라 사회적인 교류에 어려움을 겪으며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현실에 처해있다. 한 체험단원은 “2100원으로 정해진 식사비로 인해 회사 동료와의 식사도 부담스러웠다”며, 또 다른 단원은 “책값을 아껴 월세를 충당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최저생계비가 빈곤층의 문화적인 생활은커녕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마저 보장해주지 못했다. 결국 가난을 고착시키고 재생산하는꼴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그 나라의 가장 못사는 사람이 그 나라 수준을 보여준다”는 말을 고려할 때 빈곤층이 영위하고 있는 ‘최저의 삶’은 우리나라의 현 수준이 ‘최저’임을 보여준다.

『대한민국 최저로 살아가기』가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로 살아가는 빈곤층들이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제시해준다면 『한국의 노숙인』은 사회적 관계망에서 배제돼 살고 있는 노숙인이 겪고 있는 현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사회학, 인류학, 사회복지학 등 다양한 학문의 학자들이 공동으로 집필한『한국의 노숙인』은 한국사회의 빈곤문제 중 가장 첨예한 쟁점 중 하나가 ‘노숙인 문제’라는 점에 주목했다. 저자들은 폭넓은 학문적 시각에서 노숙인 문제에 접근하고자 했으며 노숙인들의 생애사 자료를 구축했다. 60명의 노숙인을 인터뷰 대상으로 지정하고 청년인턴사업 취지에 따라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 15명을 조사원으로 모집했으며 심층 인터뷰를 통해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심층인터뷰로 구축된 연구 결과를 통해 완성된 『한국의 노숙인』은 노숙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던져준다. 우선 이 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노숙인의 층위가 다양하다”고 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노숙인하면 거리에 살고 있는 노숙인을 떠올리지만 관련 연구자는 “고시원과쪽방에 사는 노숙인도 있고 매입임대주택에 사는 사람도 노숙인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한다. 더불어 그동안 잊혀졌던 ‘여성 노숙인’의 존재와 삶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연구자는 “여성 노숙인은 주로 정신질환과 가정폭력으로 인한 주거 기반 상실로 인해 발생한다”며 “여성 노숙인들은 남성 노숙인들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있기 때문에 거리노숙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노숙인』의 저자들은 노숙인들이 한번 노숙을 시작하게 되면 그 생활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사회로 복귀하기 힘들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노숙인 문제 해결에는 무엇보다도 노숙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노숙생활에서 벗어나기위해서는 단순히 소득의 누적뿐만 아니라 주거, 생활태도의 변화, 가족과 같은 일상적인 유대관계 등이 갖춰져야 하는데 관련 연구자는 “이 모든 조건이 갖춰지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한다. 따라서 중산층과 서민층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여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막는 등 노숙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 더욱 필요하다.
두 책은 공통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빈곤한 생활상을 드러내며 현실적으로 그들이 현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역설한다. 또한 사회적 안전망에서 배제된 이들이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재고하는 노력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이 비참한 이야기를 ‘그들’의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이유는 그들이 우리와 같은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책들을 통해 공동체란 무엇이며 ‘그들’이 아닌 ‘또 다른 우리’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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