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하 교수
(생명과학부)
점심 후 산책길에 지나친 인문대 앞마당의 매화나무, 꽃봉우리가 불룩하다. 혹독했던 지난 겨울의 기억을 뒤로 하고 새 봄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선 것이다. 텅빈 것 같았던 잿빛 겨울의 관악캠퍼스도 곧 새로운 활력을 잔뜩 안고 들어온 신입생들로 넘쳐날 것이다.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면 항상 마음가짐이 새롭다.

최근 인터넷 눈팅을 하다가 꽤 교훈이 되는 기사 하나를 읽었다. 신학기를 시작하는 신입생들에게, 그리고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는 모두에게 한번쯤 들려줄만한 얘기여서 소개할까 한다. 일본의 민간 운영 철도 회사 중 하나인 한큐철도의 설립자인 고바야시 이치조 회장이 직원들에게 들려준 명언이라고 한다. “여러분이 신발을 정리하는 일을 맡았다면 세상에서 신발정리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 돼라. 그러면 세상은 당신을 신발정리만 하는 심부름꾼으로 놔두지 않을 것이다.”

하찮은 일이 주어졌어도 거기에 최선을 다하면, 더불어 한걸음 더 나아가 일을 진행하면 전혀 다른 차원의 보상이 여러분에게 주어진다는 교훈이다. 인터넷 시대에 이러한 교훈을 잘 실현하여 소위 대박이 난 사람이 야후의 설립자 제리 양과 페이스북의 설립자 주커버그일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제리 양은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 문헌조사를 하던 중 자신이 필요한 참고문헌이 각 대학의 웹페이지에 널려있지만 각 사이트는 정리가 안된 채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매우 불편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쉽게 각 사이트를 연결하여 참고문헌을 찾을 방법을 궁리하던 끝에 인터넷 검색엔진이라는 야후 사이트를 발전시키게 되었다. 제리 양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런 상황에서 자신만 활용할 수 있는 개인 논문목록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도 활용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생각해낸 것이다. 자신의 필요에서 비롯되었지만 타인의 미래 수요까지 확장하여 생각함으로써, 즉 한걸음 더 나아감으로써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사회적 도구를 만들어낸 것이다.

페이스북의 주커버그 사례도 상당히 흥미롭다. 원래는 동창회 내지는 향우회 정도의 인터넷 관계망 사이트를 만드는 정도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한걸음 더 나아가 생각을 확장함으로써 소위 네티즌이라는 세계시민들의 사회관계망을 형성하는 사회적 도구로 발전한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 심지어 재미삼아 하는 일조차도 한걸음만 더 나아가 생각하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인터넷 세상이라는 우리가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세계에서 일어난 일이긴 하지만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우리는 세상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세상을 바꾸는 거창한 일은 아니어도 적어도 자신의 삶을 활기차고 행복하게 바꿀 수는 있다.

최근 실험실에서 일년의 연구를 정리하는 실험실 워크샵을 진행한 적이 있다. 매년 해오던 일이라 일상적인 진행을 예측했으나 새로 바뀐 실험실의 방장이 이 워크샵에 상당한 생기를 불어넣었다. 정식 학회를 하는 것처럼 격식을 갖추어 프로그램도 만들고 전체 발표 내용을 세션으로 나누고, 중간에 티타임을 넣는 등 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새로운 행사를 만들어낸 것이다. 덕분에 나도 연구원들도 모두 실험실 워크샵을 유쾌하게 즐길 수 있었고 행사가 끝난 뒤 저녁 회식에서 행복하다는 유포리아에 빠졌다.

그때 나는 신임 방장이 된 학생에게서 삶의 태도와 열정을 배웠다.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의 일상성 속에 빠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과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내 일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교훈을 배운 것이다. 신학기를 시작하는 우리 학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상적인 공부, 레포트 작성, 실험노트 작성, 연예라는 청춘사업, 동아리 활동 등등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일이 한두가지랴! 내게 주어진 일상적인 일들에 최선을 다하자는 교훈과 일상적인 일들에 생기를 불어넣는 한 걸음을 보태자는 교훈을 새 봄을 맞는 우리 학생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나는 아직도 배우는 중이다. 주변의 교수들에게서 그리고 학생들에게서…


이일하 교수(생명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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