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과시간의 대부분을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보낸다. 연구실에서도 그렇고 집에 돌아가서도 그렇다. 나의 일상에서 인터넷과 관련되어 있지 않은 일들을 찾아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음악도 인터넷으로 듣고, 영어 단어를 찾을 때도 인터넷 사전을 이용하며, 뉴스도 인터넷으로 보고 멀리 있는 친구와도 이메일을 이용하여 소식을 주고받는다.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컴퓨터는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인터넷이 없다면 내가 어떻게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각종 논문들을 어떻게 일일이 다 찾을 것이며, 수많은 부품들을 어디서 구매하고 외국의 사례들을 어떻게 참고할 수 있을지 참 암담하기만 하다. 내게 인터넷은 공기나 물과 같은 필수적인 존재이다.

 

 

인터넷을 통해서 누리는 장점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온라인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인터넷이 발전하지 않았던 90년대 초반에 대학의 각 동아리방에는 ‘잡기장’ 같은 것이 있어서 구성원들이 수시로 그곳에 글을 남기고 읽으면서 소통을 했다. 그러한 잡기장의 기능을 지금은 인터넷의 카페나 클럽 등이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의 장점들은 부인할 수 없지만

인터넷 중독과 만능주의 경계하는 성숙한 의식 가져야



 

메신저 프로그램은 이러한 소통을 더욱 직접적이고 상시적으로 만들어주었다.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인해 전화를 사용하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을 정도다. 직접 대화를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이 오히려 더 편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미니홈피는 지나칠 경우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많다는 비판도 있지만 자기 주변의 사람들과 더욱 돈독한 친분을 유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런데 최근에는 인터넷에 중독되어 있는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모습에 적잖이 실망을 하게 된다. 아침 일찍 연구실에 나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이메일 확인 프로그램을 여러 번씩 실행하고, 인터넷 뉴스를 계속 들여다보고 자신의 미니홈피에 들어오는 방문자수를 체크한다. 가까이에 도서관이 있으니 거기에 가서 논문을 복사해오면 되는데도 계속 그 논문이 인터넷에 있는지 검색을 한다. 인터넷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인터넷 만능주의에 빠져 있다.

 

 

때때로 건물 공사와 같은 이유로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사실 매우 신경이 쓰이고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그럴 때 잠시만 생각해보면 인터넷이 없다고 해서 내가 하던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빨리빨리’주의에서 벗어나 좀 더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장점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인터넷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전국 어디서든 무선으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곧 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편하게 만들기 위해 발명한 문명의 이기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인터넷이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꾸어 놓은 것에 걸맞게 인터넷을 바라보는 우리의 의식도 한층 성숙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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