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주식회사 이데올로기』

 

주식회사 이데올로기

마조리 켈리 저/제현주 역/북돋음/344쪽
주식회사란 주식의 발행으로 설립된 회사를 말한다. 그리고 주식은 주식회사의 자본을 이루는 단위로서 금액 및 주주의 권리와 의무를 의미한다. 즉 주식회사가 건물이라면 주식은 그 건물을 이루는 벽돌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주식을 소유한 ‘주주’들을 기업의 소유주라말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주식회사 이데올로기』의 저자 마조리 켈리다.

그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발표를 근거로 ‘주주’가 기업의 ‘주인’임을 반박한다. 연준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주식 시장에서 거래된 돈 100달러 중 1달러만이 기업에게 돌아갔다. 주주들이 기업의 주인이 되는 것은 주식 시장에서 거래된 돈 100달러 중 상당 부분이 기업에게 돌아가 기업의 이익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준의 발표와 같이 100달러 중 1달러만 기업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99달러는 ‘투기’적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주들이 기업의 진정한 주인이라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처럼 기업의 이익에 기여하는 부분이 적지만 현금 배당을 비롯해 많은 이익을 챙기는 주주들을 보며 현재의 주식회사를 ‘경제 귀족주의’라 부른다. 경제 귀족주의란 주식을 소유한 주주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모습이 과거 봉건 귀족주의에서 토지를 소유한 귀족들을 보는것 같다는 이유로 저자가 붙인 명칭이다. 봉건 귀족주의의 경우 타고난 ‘계급’에 의해 농노와 평민들을 지배했고 ‘토지’를 통해 부를 유지했다. 경제 귀족주의의 경우 ‘재산 소유’를 통해 막대한 재산을 갖고 이는 그들에게 막강한 권력을 쥐어준 셈이다.

저자는 “부를 내다 버리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시스템의 설계를 바꿔 부가 합당하지 못한 권력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경제 귀족주의와 대비되는 ‘경제 민주주의’를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시작을 직원과 공동체가 자본의 소유주와 똑같은 경제적 권리를 누리는 것이라밝힌다. 그 외에도 저자는 기업의 이윤 창출을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이윤을 돌리는 것, 직원들이 주주가 되는 것 등의 논의를 포함한 총 여섯 가지의 경제 민주주의 원칙을 제시한다.

저자의 경제 민주주의 원칙들은 ‘주주 중심주의’ 세상의 현실에서는 다소 허황되고 관념적인 것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2011년 미국 뉴욕에서는 ‘월가를 점거하라’는 구호 아래 많은 시민들이 미국 사회의 경제 불안과 부조리에 대한 시위를 벌였다. 경제 불안 속에서도 ‘돈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주주들에 시민들이 분노한 것이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민주주의는 왕의 문 앞에서 멈추지 않았으니 금융 귀족의 문 앞에서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희망적인 미래를 그린다. 2011년 월스트리트에 울려 퍼진 시민들의 목소리가 저자가 꿈꾸는 ‘경제 민주주의’의 단초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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