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자유 의지는 없다』

자유의지는 없다

샘 해리스 저/배현 역/
시공사/104쪽
‘자유 의지’란 자유로운 선택을 행사하는 행동에 작용하는 의지를 말한다. 당연한 듯 보이는 이 의지에 대해 철학자들은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한다. 첫째는 행위자가 의식을 통해 행동을 선택한다는 ‘자유론’이다. 둘째는 행위자의 행동이 온전히 배경 원인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인간의 의식이 행동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결정론’이다. 이 중에서 행위자가 행동을 선택한다는 ‘자유론’은 현대 사회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논객이자 신경과학자인 샘 해리스는 자유론을 반박하는 『자유 의지는 없다』를 내놨다.

그는 생리학자 벤저민 리벳의 실험을 근거로 자유 의지를 부정한다. 벤저민 리벳은 인간이 자신이 움직이기로 결심했다고 느끼기 0.3초 전부터 뇌의 운동피질에서 활동이 나타난다는 것을 뇌파검사를 이용해 보여줬다. 저자는 이 실험 결과가 무의식이 행동을 결정하는 것과 의식이 행동을 결정했다고 인식하는 것 사이에 시간차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이는 인간의 행동이 의식적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인간의 행동이 자유로운 선택에 근거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주장은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문제인 도덕, 정치, 법률, 죄책감 등을 건드린다.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하다는 개념은 행동의 원인이 행위자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행동의 책임을 행위자에게 두는 이론적 근거가 된다.

이에 대해 저자는 “결정론이 도덕을 약화시키거나 정치·사회적 자유의 중요성을 감소시키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자유 의지를 거부한 저자는 기존의 도덕적 책임을 대체할 기준으로 ‘행위자 마음의 전반적 기질’을 제시한다. ‘행위자 마음의 전반적 기질’이란 행위자의 생각, 의도, 신념, 욕망 등을 의미하는 말로 저자는 행동이 ‘행위자 마음의 전반적 기질’과 부합하면 책임을 져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평소에도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범인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살인범이 어릴 때 학대당한 경험이 있어 살인을 저지른 경우 혹은 내측전전두엽피질(감정 및 행동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영역)에 종양이 있어 전반적 기질과 부합하지 않는 경우 범인에게 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은 현실에 적용할 경우 책임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 자유 의지가 당연시되는 현대 사회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결정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많은 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 행동의 원인이 불분명해 ‘자유 의지는 없다’는 저자의 주장은 과학적으로 인간 행동의 원인을 알고자 하는 하나의 시도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그 시도가 현대 사회와 상당한 괴리가 있는 만큼 ‘결정론의 현대 사회 진출’에는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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