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안 통과됐지만
부분적 수정에 그쳐 실효성 의문
계속되는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처우와 고용불안
해소할 방안 마련하기 위한 노력해야

지난달 26일(화) 비정규직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비정규직보호법의 실효성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이어진지 4년만인 지난해 여야가 발의한 법안이다. 이에 『대학신문』에서는 기존 비정규직보호법에 대해 제기됐던 문제와 개정된 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살펴봤다.

◇비정규직 권익 보호의 제도화를 위해 만들어진 비정규직보호법=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노동시장에 가장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급속한 확산이었다. 인건비 절감, 용이한 인력조정 등을 이유로 비정규직 근로자 고용은 점점 증가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고용불안, 저임금, 기업 복지로부터의 배제 등 열악한 노동환경 등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에 이들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과 열악한 근로조건에 관한 제도적 보호 요청이 잇따랐고 2007년 7월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됐다. 비정규직보호법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그리고 「노동위원회법」의 세 가지를 통칭하는 말이다. 크게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금지 △기간제 근로자의 총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 △파견근로의 범위·기간과 관련된 보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비정규직보호법 실효성 의문시돼=비정규직보호법 제정 당시의 취지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차별과 남용을 막고 그들의 불안정한 고용 상황을 해소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기업의 편법, 법 수혜자의 적용 범위 등을 둘러싼 문제들로 기대했던 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먼저 현재 비정규직보호법 하에서는 기업들의 편법이 난무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표적인 예가 비정규직보호법 중 기간제근로자보호법에서 기간근로자의 고용 기간을 제한하는 조항이다. 기간제법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는 최장 2년까지만 고용할 수 있고 2년을 초과해 고용하는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하고 있다(「기간제근로자보호법」 제4조 제2항). 고용상 지위가 불안정해 고용불안과 차별이 두드러진 기간제 근로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2년 이내에는 언제든 해고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임상훈 위원장(한양대 경영학과 교수)은 “많은 기업들이 1년 9~10개월이 된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해고조치를 내린다”고 말했다. 법 제정 당시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 일각에서도 ‘이 조항들이 비정규직을 2년 시한부 목숨으로 만들어 고용불안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실제로 2008년 강남성모병원은 2년 계약기간이 만료된 기간제 근로자들을 해고해 논란이 되기도 했고 일부 시·군에서는 기간제 보건공무원의 계약일수를 최대 600일로 지정해 문제시된 바 있다.

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는 고용형태의 성격이 불투명한 것도 문제다. 이 고용형태에 따르면 기업이 2년 이상 고용한 근로자는 무기한 근로 계약을 하게 돼있다. 하지만 임금이나 복지수준과 관련해서는 정규직과 같은 처우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있지 않다. 이를 악용하는 기업들 때문에 기간제 근로자들은 결국 계약만 무기계약직으로 할 뿐 비정규직 때와 마찬가지로 열악한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홍승관 미조직 비정규직조직국장은 “무기한 근로 계약자의 경우에도 좋은 근로조건의 정규직이 있고 근로조건이나 임금은 열악한데 계약기간만 무기한인 무기계약직이 있다”며 “2년이 지난 기간제 근로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하는 방식이 기업들의 대표적인 편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0년 4월 고용노동부의 ‘기간제 근로자 현황조사’에 따르면 근속년수 2년 이상 비정규직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비율이 66.9%나 됐고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의 경우 16.9% 밖에 되지 않았다.

법의 적용 대상과 관련된 문제제기도 이뤄지고 있다. 현재 비정규직보호법의 적용대상은 직접고용 형태로 고용된 비정규직 근로자에 국한되고 그 중에서도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와 55세 이상 근무자는 예외로 하고 있다. 즉 사내하도급 등의 간접고용을 통해 고용된 비정규직 근로자들, 단시간근로자, 고령 노동자는 비정규직보호법의 수혜 대상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법 상의 맹점 때문에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된 뒤 단시간근로자 등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 근로자가 법의 혜택을 받는 근로자들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개발연구원 유경준 선임연구위원이 ‘2012 한국노동패널 워크숍’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법의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 근로자들 중 파견·용역 근로자는 21.2%, 단시간·고령 근무자는 55.6%나 늘었다. 기업들이 비정규직보호법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법의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 근로자들을 늘린 것이다. 임 위원장은 이에 대해 “현재 간접고용, 단시간 노동자들의 역할과 비중을 봤을 때 이 법을 제정했을 당시 직접고용 근로자에게만 비정규직보호법을 적용시키도록 한 점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삽화: 강동석 기자 tbag@snu.kr

◇개정 이후에도 문제는 여전=이같은 논란이 계속됨에 따라 지난해 5월 개정 법안이 발의됐고 이중 일부가 지난달 26일 국회를 통과했다. 기간제법과 파견근로자보호법에 있던 ‘합리적 이유 없이 불리한 처우를 하지 않는다’는 모호한 조항이 ‘상여금, 성과금 등의 차별 금지’로 명시화된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해당 항목이 법에 구체적으로 나열되면서 현장에서 차별을 시정하려는 정부당국의 의지가 강화될 여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상여금과 성과금 등에 대한 차별금지 단속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이뤄졌음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해 볼 때 이 법안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속적으로 논란을 빚었던 ‘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한다’는 내용의 법안 등은 아직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서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기간만 줄었을 뿐 결국 현재 기업들이 일삼는 편법들이 없어지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임 위원장은 “기간이 1년으로 줄 경우 기업들이 편법을 쓰기 위해서는 매년 새로운 근로자들을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근본적 대책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일부 기업에서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차별을 없애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비정규직보호법을 둘러싼 갈등과 피해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최재혁 간사는 “비정규직보호법이 현재는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더 나은 방향으로 계속 개정돼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보호법의 지속적인 개정이 진정으로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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