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헌 시간강사
(간호학과)

시간강사로서의 제 경험이 일반적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른 본업이 있는 관계로 일년에 한 강의만 8년째 같은 학과에서 해왔습니다. 제겐 딱 하나뿐인 15주 강의이다 보니 강의 내용이나 방식에 대해 이러저런 고민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소해 보일 수도 있는 그 경험들을 지면을 통해 나누려 합니다.
먼저 호칭의 문제입니다. 학기가 시작되어 첫 강의에 들어가면 먼저 출석부 이름을 호명하며 학생들과 첫 대면을 하게 됩니다. 시간강사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 이 문제를 꽤나 고민했었는데 현재는 ‘아무개 씨’라 호명하고 있습니다. 첫 강의 때 이 호칭으로 인해 학생들은 약간씩 웅성거리기도 합니다만, 성인으로서 상호존중의 의미와 책임감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토론 혹은 발표 방식의 문제입니다. 수강생들이 평균 60여 명인데 3시간 강의 중 1시간을 토론 및 발표로 할애하더라도 만만한 인원이 아닙니다. 이러저런 고민 끝에 강사 경험 초기에는 ‘백분토론’ 방식으로 토론식 수업을 진행했었습니다. 듣는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고 평가의 공정성을 기한다는 의미로 강사가 평가하기보다 청중들의 토론 직전 찬·반 수와 토론 직후 찬·반 수를 계산하여 승패를 가리는 식으로 평가했었는데, 결국 이 방식으로 인해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학생들 사이 ‘담합(?)’ 의혹이 제기되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발표 방식으로 전환하여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고 지금은 발표조 인원을 2명 이하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발표조 인원이 많을 때에 비해 오히려 발표의 질이 훨씬 상승하여 저도 배울 것이 많다는 장점이 큰 반면, 30조가 넘는 발표조와 사전면담을 해야 하는 고난(?)도 있습니다.

세 번째로 평가 방식의 문제입니다. 사회과학 분야 교양수업으로서 암기능력보다는 이해와 적용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초기에는 보고서 평가를 해왔습니다. 문화비평을 주제로 했던 해에는 영화 CD나 DVD 십여 개를 직접 구매해서 비치한 후 비평 보고서를 제출토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보고서 방식의 가장 큰 적은 역시 ‘정보사회’였습니다. 평가보다는 ‘표절을 확인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려 보고서 평가도 폐기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중간평가, 기말평가 모두 서술형 시험으로 치르되 ‘open book test’ 방식과 ‘무제한 시험시간’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후 1시쯤 시작해도 밤 10시 넘어서 끝나곤 하는데, 마지막까지 남아 최선을 다해 답안을 작성하는 몇 명의 학생들을 보면 저절로 고마운 마음이 느껴집니다.

네 번째로 상대평가의 문제입니다. 우리 대학 규정상 하위 30%는 반드시 C학점 이하로 부여하게 되어 있습니다. 바로 지난 학기에도 결석 한 번 없이 발표, 시험 모두 성실하게 임했던 20여 명의 학생들도 C학점을 받았습니다. 평가할 때 모든 평가 점수를 각각 학생들에게 사전 공지한 후 이의신청에 따른 조정을 거치고 최종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그러나 합산 점수가 항상 정규분포를 따르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cut-off 점수가 칼같이 3:4:3으로 나누어질 수는 없습니다. 상호신뢰에 기반하여 상대평가 규정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일개 강사 신분으로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업 의무사항의 문제입니다. 제가 강의 때 학생들에게 요청하는 의무는 딱 한 가지로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다른 공부를 해도 좋다는 뜻을 전달합니다. 강의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존심일수도 있겠으나, 학생들이 강의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충실한 강의를 진행하지 못한 탓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또 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학생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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