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관악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긴 하지만 관악산을 올라가 본 경험이 있는 서울대생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또 한번쯤 등산하고 싶은 마음을 먹더라도 어떤 등산 코스를 택해야 할지 막막해 망설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에 『대학신문』에서는 난이도가 낮아 손쉽게 시도할 수 있는 코스와 서울대 캠퍼스 내에서 시작하는 코스 등 특색있는 관악산 등산코스를 소개한다.

삽화: 강동석 기자 tbag@snu.kr, 최지수 기자 orgol222@snu.kr


시작이 반이다

교내 인기 강좌인 ‘산과 인생’을 맡고 있는 나영일 교수(체육교육과)는 “관악산은 중상급의 난이도에 해당하는 험한 산”이라며 “혼자서 가기보다는 여럿이 같이 등산하길 추천한다”고 권했다. 처음부터 산을 오르는 게 부담스럽다면 쉬엄쉬엄 걸으며 관악산에 다가가는 것부터 시도할 수 있다. 최근 재정비된 관악산 둘레길은 사당역에서 시작해 서울대 입구를 지나 신림역까지 이어진다. 이 둘레길은역사관련물과 자연체험장도 포함하고 있어 단조로운 산책로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게다가 평지와 바위길이 적절히 섞여 있어 봄 나들이 삼아 친구들과 같이 나서 보는 것도 시도할 만 하다.

본격적인 등산을 시도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정상까지 오르는 것이 여전히 힘에 부친다면 헬기장을 목적지로 삼아도 좋다. 연주대로 가는 길 중턱에 위치한 헬기장까지는 왕복 약 2시간 내외가 걸려 초심자들이 도전해볼 만하기 때문이다. 출발은 학교 정문 옆 만남의 광장에서 시작한다. 이 코스는 제일 유명한 등산로 중 하나로 매일 수많은 등산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광장을 지나 호수공원에 이르면 좌측 갈림길로 들어서게 되는데 잘 정돈된 계곡 하나를 두고 학교와 마주보는 길로 노면이 잘 정리돼 있어 부담없이 오를 수 있다.

조금 더 걷다보면 표지판이 나온다. 연주대라고 적힌 표지판으로 향하면 깔딱고개를, 무너미 고개 쪽으로 향하면 팔봉능선을 경유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등산 입문자라면 연주대로 향할 것을 추천한다. 팔봉능선은 여덟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바위 능선으로 가파른 절벽이 있어 초보 등산객들은 주의해야 한다. 계곡길을 계속 올라 연주암 방향으로 향하면 목적지인 헬기장에 도착한다. 헬기장까지 오르는 길 또한 큰 바위들과 돌로 이루어져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비록 정상은 아니지만 이 곳에서도 연주대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어 등산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

관악산 등산이 익숙해졌다면 정상인 연주대를 목표로 삼아보자. 연주대까지는 약 왕복 4시간 이상 걸리는 코스로 한나절을 잡고 다녀와야 한다. 날씨가 화창하고 시야거리를 충분히 확보한다면 정상에서는 인천대교와 시원하게 펼쳐진 송도 앞바다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는 등산

관악산 캠퍼스 안에서 바로 산행을 시작할 순 없을까? 학교 안 숨어있는 코스는 익숙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시작된다.

첫번째는 연구공원에서 시작하는 코스이다. 연구공원 내 왼쪽 펜스에 숨어있는 산행로는 얼핏 보기에 평지에 가까워 등산로보단 산책로에 가깝다. 계속 나아가면 두 갈래로 길이 갈라지는데 우측길은 마당바위로 향하고 좌측길은 사당능선으로 이어진다. 계곡이 나타나지만 계단과 다리가 적절하게 배치의 있고 편안한 오솔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두번째 코스는 버들골에서 출발한다. 버들골 맞은편에 위치한 전파천문대쪽으로 향하면 눈에 띄지 않는 길 하나가 있다. 능선길과 계곡길을 잘 찾아 올라가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교수 산악회 소속 정영목 교수(서양화과)는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경치가 매우 좋다”며 “계곡 근처의 바위가 그리 험준하지 않고 아기자기해 산행하기에 어렵지 않다”고 버들골 코스를 추천했다. 3월에는 버들골과 계곡 근처에 개나리와 벚꽃이 만발해 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교내 순환 셔틀버스를 타고 제2공학관에서 내려 좀 더 밑으로 향하면 왕복 약 3시간 정도로 다녀올 수 있는 코스가 있다. 초반에는 암반이 아닌 평지가 있기 때문에 초보 산행자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등산로가 마냥 평탄하다면 등산객들은 이내 지루해질 것이다. 슬슬 걷는 게 익숙해질 때 쯤 암반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경사도 서서히 급해지며 난간을 반드시 잡아야만 이동할 수 있는 구간도 있다. 이어 계단으로 이루어진 깔딱고개가 나타난다. 숨이 ‘깔딱깔딱’ 넘어간다는 데서 이름 붙여진 깔딱고개는 이름에 걸맞게 숨이 찰 정도의 급경사를 자랑한다. 연주대에 오르는 마지막 관문인 이 고개를 통과하면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연주암을 만날 수 있다. 만약 깔딱고개가 아닌 자운암을 거치는 경로를 선택한다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서울대 캠퍼스의 색다른 모습을 놓치지 말자.

당신만의 등산로

메인 등산로와 교내에서의 코스가 익숙해졌다면 당신에게 알맞은 맞춤등산로를 개척해보는 건 어떨까? 관악구청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공식 등산로는 총 10개지만 무너미고개를 사이에 두고 삼성산과 마주보고 있는 만큼 다양한 등산로가 존재한다. 30년 동안 거의 매일 관악산을 오르셨다는 한 아주머니는 “심지어 105개의 등산로가 존재한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관악산은 등산코스마다 각각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오를 때마다 신선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돌산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코스 또한 놓치지 말자. ‘40개의 명산 오르기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최원준씨(70)는 “팔봉능선과 육봉능선을 거치는 코스가 역시 난이도가 높다”며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맨손으로 바위를 타고 올라가면 성취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딱히 시작점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하산했던 장소를 출발점으로 삼아 거꾸로 코스를 돌아갈 수도 있고, 출발점을 같이 하더라도 내려갈 땐 색다른 곳을 선택할 수 있다. 연주대를 목표로 할 때도 절벽길이나 절터길 중 하나를 택하는 등 자신에게 맞는 등산로를 개척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몇년전만 해도 학교에선 3월마다 총장과 함께 관악산을 등반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는 학교를 졸업하기 전 한번이라도 관악산을 찾아가보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비록 프로그램은 중단됐지만 봄은 또다시 우릴 찾아왔다. 철쭉동산에서 팔봉능선에 이르기까지 야생철쭉이 산 이곳저곳을 붉게 물들이는 지금, 여유있는 마음으로 관악산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등산 시 주의해야 할 점

관악산은 전문가만 오를 수 있을 정도로 고난이도의 등산 실력을 요구하는 산은 아니지만 만만하게 볼 상대는 역시 아니다. 실족 사건도 종종 일어나 사고 건수로 북한산과 도봉산에 이어 3위를 차지하기도 한다. 따라서 관악산을오를 때는 되도록 등산화를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화보다 통풍이 원활하고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 계절의 서늘함이 남아있는 3월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땅이 있기 마련이다. 아이젠까지 착용하지 않더라도 흙보다는 바위를 밝고 가는 것이 안전하다.

정상에 오른 기쁨도 잠시, 방심은 금물이다. 아직 하산이 남아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실제로 실족 사고의 절반 이상은 하산 시에 발생한다. 힘들게 오를 때와 달리 내려갈 때는 긴장을 풀기 쉽고 몸이 지쳐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정상주(酒)’ 또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한두잔 정도에서 자제하는 것이 좋다.

산의 차가운 공기로 인해 손이나 얼굴이 시리면 임시 손난로를 만들 수 있다. 보온병에 챙겨오거나 사찰에서 얻은 뜨거운 물을 ‘설레임’과 같은 용기에 부어 주머니 속에 넣어 다니면 하산 때까지 열이 유지된다. 땀이 식어 자칫 감기가 걸릴 수 있는 하산길에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등산 중 길을 잃거나 몸을 다치는 등의 위급상황이 발생한다면 당황하지 말고 119에 연락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하산 시 다리 경련, 발목 부상, 골절 등의 사고가 빈번하다. 신고가 접수되면 사고 발생지점과 사고유형에 따라 들것 혹은 헬기로 수송된다. 산행 시 무리하면 다리에 힘이 빠져 다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자신의 몸 상태에 따른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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