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시대’를 산 시인, 김남주를 만나다

『진혼가』(1984), 『사상의 거처』(1991) 등의 시집을 펴내며 1970∼80년대 작품과 삶을 통해 반독재민주화 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김남주 시인. 올해 김남주 시인 작고 10주기를 맞아 초기작부터 유작까지 그의 작품세계를 대변하는 시 120편을 묶은 시선집 『꽃속에 피가 흐른다』(창비)와 그의 저서를 통해 그의 삶과 세계관을 조망하는 『김남주 평전』(한얼미디어) 이 잇달아 출간됐다.

 

‘꽃 속에 피가 흐르는’시대에 자신을 희생한 시인

 

『꽃속에 피가 흐른다』의 저자 염무웅 교수(영남대ㆍ독어독문학과)는 “김남주 시인의 인생과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전 작품을 통독하고 시선집을 엮었다”고 말한다. 그는 “김남주 시인은 ‘꽃 속에 피가 흐른다’고 할 만큼 가혹한 시대에  아낌없이 자신을 희생했다”며 시인을 기린다.

 

총 6부로 이뤄진 시선집의 1부에서는 김남주의 이념적 뼈대가 단단해지기 이전의 소박한 세계를 보여주는 초기작 「잿더미」 등이, 2∼4부까지는 「함께 가자 우리 이길을」,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등의 옥중시가 실려있다. 이어 5부에서는 출옥 후 김남주의 삶과 고뇌와 새로운 결의가 농축되어 있는 「사상의 거처」, 「고난의 길」 등을, 6부에는 「역사에 부치는 노래」와  같은 유고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나는 또한 보여줘야 한다 놈들에게/감옥이 어떤 곳이라는 것을/ 전사의 휴식처 외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무기를 바로 잡기 위해/ 전선에서 잠시 물러나 있었다는 것을(「권력의 담」 중에서)…” 이라는 그의 시에서 드러나듯 김남주가 평생 쓴 470여 편의 시 가운데 300편 남짓한 작품이 1979년부터 88년까지 9년 3개월의 옥중생활 가운데 창작된 것이다. 염 교수는 “가혹한 조건은 시인의 감성을 극단적으로 고양시켰을 뿐만 아니라 시의 형식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해석한다. 또 『김남주 평전』을 집필한 강대석 교수(대구가톨릭대ㆍ철학과) 역시 “남조선민족해방전선사건으로 감옥에 있을 당시 숙성된 김남주의 사상적 틀은 그의 문학과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감금된 10여 년 동안 칫솔을 날카롭게 갈아 우윳곽의 안쪽에 쓴 300여 편의 시가 그 증거”라고 말한다.

 

 

시인의 인생역정 통해 ‘혁명가’의 모습 보여줘

 

 

『꽃속에 피가 흐른다』가 작품을 통해 ‘시인’으로서의 김남주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김남주 평전』은 시인의 생애와 사상을 통해 ‘혁명가’로서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인 강대석 교수는 서문에서 “실천활동을 게을리한 지식인이 느끼는 양심의 가책에서 어떤 사명감과 의무감을 느껴 집필하게 됐다”고 밝힌다.

1부에서는 김남주의 삶을 다루며 그의 역사의식과 사상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미국에 대한 저항으로 군입대를 거부한 것과 유신 폭거에 대한 저항으로 「함성」이라는 지하 신문을 만들어 처음으로 구속된 일 등은 젊은 시절부터 사회 부조리에 맞섰던 김남주의 생애가 잘 드러난다.

2부에서는 반미․반자본주의 의식과 계급의식이 투철한 민족시인으로서의 모습을 강조하며 반봉건․반식민주의를 다루는 일반적 의미의 민족시인과는 다른 ‘민중시인’으로서 면모를 부각시키고 있다. 또 김남주가 자유민주주의를 거부하고 비판한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천민자본주의를 고수하려 해 인간의 착취, 인간의 소외가 계속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감나무 한 그루에서도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을 읽었던 그였지만, 군사정권의 학살이 일어난 오월을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만 노래하는 순수의 시인이 되기를 거부했다.

이라크 파병을 놓고 우리에게 국익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는 요즘 ‘나는 민중의 벗’이라며 자신을 노래했던 김남주는 어쩌면 저 세상에서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가를 되묻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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