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허난영 사무국장

“우리나라의 양육 미혼모들은 어려운 환경과 맞서 살아가고 있지만 오히려 ‘부도덕한 잘못을 한 여자’로 낙인찍혀 사회적 도움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대다수죠. 미혼모를 돕고 있는 몇 안 되는 단체들은 최근까지 대부분 입양기관과 연결돼 있어 양육보다는 미혼모들의 입양을 장려했어요. 우리는 미혼모들의 양육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허난영 사무국장이 일하고 있는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Korean Unwed Mothers Support Network, KUMSN)는 입양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서 국내의 양육 미혼모들과 그 자녀들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일한 단체다. 한국의 미혼모들이 빈곤과 사회적 편견 때문에 아이를 키우지 못하고 입양시키는 현실에 큰 문제의식을 느낀 미국의 안과의사 리차드 보아스씨(Richard Boas)에 의해 창립됐다.

사진: 주현희 기자 juhieni@snu.kr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는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해왔나=양육 미혼모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개선하고 이들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홍보와 교육, 여러 학술활동 등의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양적으로 부족했던 정부의 미혼모 관련 연구를 보완하기 위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협력해 발표한 ‘미혼모·부에 관한 한국인의 의식과 태도 조사’는 가장 큰 성과물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미혼모 지원 체계의 문제점은=‘헤이그 아동협약’ 등에 나와 있듯이 모든 친모는 자신의 아이를 키울 권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입양은 정책적으로 크게 지원하고 있지만 오히려 아이를 직접 키우려는 미혼모는 그만큼 지원하지 않고 있다. 일례로 입양 가정의 경우 조건 없이 월 15만원의 현금을 지급하지만 양육 미혼모는 기초생활수급자나 그에 준하는 가정만 월 7만원을 지급한다. 또 입양의 날은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있는 미혼모들의 처지는 전혀 조명하지 않고 있다. 이에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는 최근 몇년간 여러 여성단체들과 협력해 5월 11일을 입양의 날이 아닌 ‘싱글맘의 날’로 홍보하기도 했다. 앞으로 미혼모의 입양을 장려하기보다는 미혼모가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중장기적인 목표는=양육 미혼모들이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튼튼한 사회경제적 지원망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미혼모는 임신과 출산을 통해 이미 엄마가 으며, 여성이 아이의 양육을 원할 경우 사회는 이들에 대한 낙인을 거두고 충분한 정서적·경제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미혼모들과 그 자녀들이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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