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윤영 사회부 기자
양육 미혼모의 열악한 삶을 주제로 취재를 시작했을 때 주제의 정당성은 명백해 보였다. 취재할수록 양육 미혼모들이 받고 있는 지원은 그들이 처한 상황에 비해 너무 부족했다. 취재 중에 미혼모 당사자들도 무관심한 정부와 사회의 태도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미혼모에게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한 합의는 생각만큼 일반적이지 않았다. 미혼모는 잘못을 한 사람이고, 그 잘못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도 상당했다.

미혼모라는 것이 어떻게 잘못일 수 있을까? 임신과 출산 그 자체가 부도덕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말하는 이는 없다. 미혼모는 단지 법적으로 미혼인 상태에서 임신과 출산을 선택한 여성일 뿐이다. 미혼모의 출산이 기혼 여성의 출산과 다른 유일한 점은 결혼이라는 법적 테두리가 없었다는 사실 하나다. 사람들이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은 실제로 그 법적 테두리의 부재인 셈이다.

현대 가족법의 과제는 흔히 ‘중립성 원칙’이라고 말한다. 중립성 원칙에 따르면 개인은 가족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규율할 수 있고 자녀의 복리를 존중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사적인 삶의 영역에서 법은 개인과 자녀 간의 관계에서 중립적인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가족법은 아직도 ‘4인 가족 이데올로기’만을 옳은 것으로 강요하고 있는 듯하다. 혼인에 의한 삶의 형태가 다른 삶의 형태보다 특권을 갖도록 하는 것은 가족법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양육 미혼모들은 매일 일상에서 어려움에 부딪힌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에 미혼모 가족은 사회적 편견과 빈곤의 악순환 속에서 정부와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정부는 미혼모 가정이라는 생활 형태가 잘못됐다는 편견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이들의 개인적 선택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에 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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