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렛미스타트’ 뮤지컬 「싱글즈」

화려한 청춘들의 당당한 서른맞이가 펼쳐졌다. 지난 13일(수)에서 15일까지 두레문예관 1층에서 뮤지컬 동아리 ‘렛미스타트’의 제3회 정기공연 「싱글즈」가 상연됐다. 극단 ̒렛미스타트̓는 2011년 출범했으며 교내 동아리 중에서 유일하게 뮤지컬만을 다룬다. 이들은 정기공연을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통해 학교 내외에서 꾸준히 뮤지컬을 무대에 올려왔다.
 

‘렛미스타트’가 이번에 내건 무대는 뮤지컬 「싱글즈」로, 저물어가는 청춘들의 당당한 삶을 발랄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뮤지컬은 카마토 토시오의 「29세의 크리스마스」를 원작으로 2007년에 뮤지컬로 리메이크 돼 인기를 끈 후 아직까지도 무대 위에서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 신선혜 기자 sunhie4@snu.kr

 

뮤지컬은 조금 불안한 세 청춘들의 위기와 반전, 선택 과정을 통해 ‘평범’한 문제 상황과 ‘특별’한 해결책을 표현한다. 절친한 친구 사이인 나난과 동미, 정준은 각자 어려운 상황과 선택의 순간을 맞는다. 서른을 코앞에 두고 이별을 선고받고 직장에서도 좌천당한 ‘나난’, 직장을 잃고 친구로만 생각했던 정준과 자게 돼 임신한 ‘동미’, 사랑하는 여자에게 경제적 능력이 없다며 버림당하는 ‘정준’은 언뜻 심각하지만 평범할 뿐인 청춘들의 삶을 보여준다. 의욕 넘치고 큰 꿈을 가졌지만 뜻대로 풀리는 일들은 없고,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사랑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무심코 날짜를 확인하다가도 불현듯 무엇 하나 이룬 것 없이 청춘이 지나가고 있다는 압박감이 엄습해 온다. 오늘을 살아가는 20대들에게 이런 고민들은 평범한 일상일 따름이다.
 

뮤지컬의 주인공들은 「싱글즈」라는 제목답게 자신에게 충실한 선택을 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나난은 능력 있고 매력적인 수헌의 청혼을 거부하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직장에 남겠다는 뜻을 노래한다. 정준은 떠나갔던 연인이 돌아왔음에도 이제 자신을 좀더 사랑하겠다며 낙향을 결심한다. 절친한 친구가 떠나가는 모습을 보며 동미는 자존심과 아이를 모두 지키기 위해 내색 않고 정준을 보낸다. 세 명의 인물들은 타인의 입장에 얽매이지도, 불안해하며 주저앉지도, 구구절절 이해관계를 따지지도 않는다.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선택한 것이다. 결국 처음 이들이 마주한 문제들은 평범한 청춘의 이야기였지만 마지막에 이들이 선택한 해답은 특별한 길이었다.
 

아마추어 뮤지컬에 대한 편견과 다르게 탄탄하게 갖춰진 음악과 안무는 작품의 전달력을 더했다. 주연을 맡은 나난, 수헌, 동미, 정준의 실력은 약간의 편차는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고르게 드러난다. 특히 나난이 자신의 꿈에 대해 동미와 정준과 함께 부른 중창은 정확한 가사 전달과 감정 표현으로 관객을 몰입케 한다. 안무 역시 어려운 주요 장면부터 사소한 장면까지 무난하다. 동미 역의 배우들은 사실상 홀로 한 장면을 책임져야 하는 ‘스페셜 액션플랜’ 부분의 춤을 무리없이 소화한다. 감초처럼 등장하는 코믹하고 자잘한 안무들도 눈에 띈다.
 

「싱글즈」는 연기와 연출이라는 기본적인 극요소에도 충실하다. 자취집에서 양말을 벗는다거나, 고지서를 놓고 룸메이트와 대화하는 등 현실적인 연출들이 무대 곳곳에서 드러난다. 또한 주・조연들의 연기 역시 많은 노력이 엿보인다. 어느 장면에서는 술주정 연기로 웃음을 주더니 또 어느 장면에서는 고민 어린 표정으로 풍부한 감정의 대사를 던지는 식이다.
 

또 작지만 세심한 무대의 미술 요소가 돋보이기도 한다. 책과 액자 등으로 정갈하게 채워진 책장, 허전하지 않게 담쟁이넝쿨을 두른 가로등은 자칫 간과할 수 있는 부분도 신경쓴 것이 보인다. 대공연장의 첨단 무대장치는 없었지만 정갈히 채워진 작은 무대는 이야기를 표현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이번 「싱글즈」 공연에도 약간의 아쉬운 점은 있다. 사건을 제한된 시간동안 압축적으로 드러내다 보니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몇몇 대목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나난이 수헌에게 고백을 받고 거절하는 동안 생긴 심경의 변화, 정준이 옛 연인을 떨쳐내는 동안 고민하는 내용은 인물들의 대사나 노래를 통해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결혼을 약속한 다음 장면에서 나난이 수헌을 거절하고, 옛 연인을 안으며 퇴장했던 정준이 다음 장면에서 고향에 가는 모습은 너무 급작스러운 결정이라 관객들을 잠시 당황스럽게 한다.
 

아직 자리가 잡히지 않은 20대의 일들은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고 사랑 역시 순항보다는 난항이 잦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주관대로 당당하게 행동하는 청춘의 모습은 어느덧 찾아보기 힘들다. 역설적이게도 온갖 곤란한 상황들은 ‘평범’하지만 소신 있는 삶은 ‘특별’해져 버렸다. 그러나 「싱글즈」는 불안한 이들에게 말한다. 더 이상 불안해하지도, 결과를 걱정하지도 말라고. 그대들의 심장이 가리키는 길을 걸을 때 그 삶은 틀리지도 헛되지도 않다고 말이다. “모든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막막해하고 있는 20대들이 보면 공감이 될 공연이라 생각한다”는 윤태연씨(경영학과·12)의 말처럼 「싱글즈」는 헤매는 청춘들에게 하나의 길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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