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엑스몬 게임즈’ 회사 대표 김경호씨

‘낙성공작소’. 철물점을 떠올리게 하는 이 이름은 김경호 대표가 서울대 재학시절 친구들과 처음으로 팀을 꾸려 만든 초창기 게임회사명이다. 이후 ‘엑스몬 게임즈’로 본격적인 게임제작을 시작한 김 대표는 설립 두달만에 신작을 내놨고 가장 최근 발표한 카톡 모바일 게임도 성공적이었다. 20대 나이에 자신만의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사진: 주현희 기자 juhieni@snu,kr

◇내가 직접 만들어보자=그는 어렸을 적부터 음악, 애니메이션, 영화 등 문화콘텐츠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다른 매체에 비해 시간 제약이 적고 여러 플레이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특히 중학생이 됐을 때 게임 제작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2003년 서울대 경영학과에 진학한 그는 게임과 관련된 수업을 들으며 자연스레 게임제작을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됐다. 수업시간에 팀원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 정도라면 나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이후 뜻이 맞는 친구들이나 과 후배들을 여기저기서 모아 그의 자취방이 있던 낙성대에 사무실을 차렸다. 첫 시작이 두렵거나 망설여지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원래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는 게 인생관”이라며 넉살좋게 웃었다. 그렇게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그리고 대표인 자신을 포함해 단 3명이 낙성공작소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시작부터 순탄치만은 않았다. 학생들이 만든 벤처기업에 투자를 해준다는 곳을 찾기 어려웠을 뿐더러 정식 직원들도 충분치 않았다. 이곳저곳 발로 뛰어 노력한 덕분에 정부지원을 받는 등 상황이 나아지는 듯 했으나 재정상황이 여의치 않아 여전히 게임을 출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경영학이 아닌 경영감각을 익히다=본격적으로 기업을 꾸려나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엑스몬 게임즈’라고 회사 이름을 바꾼 후 비즈니스 세계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창업 초기에 벤처사업가의 대표주자인 ‘티몬’ 신현성 대표와 같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좋은 네트워크와 실제 비즈니스 전략, 비법 등의 실무를 바로 옆에서 생생하게 배울 수 있었다. 그는 “학부생 시절에는 재무, 세무, 회계이론 등 각종 이론들을 배웠지만 현장 업무를 하는 데엔 인간관계 등과 같이 새롭게 익혀야 할 것들이 훨씬 더 중요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배움을 바탕으로 엑스몬 게임즈는 결과물을 내놓기 시작한다. 설립 두달만에 ‘쫌스(좀비의 습격)’를 해외 앱스토어에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고 ‘best apps’에 선정되기도 했다. 물론 생각지도 않은 고난이 찾아오기도 했다. 성립 직전의 계약이 무산됐지만 아무런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아 좌절의 순간을 겪었다. 그러나 작년 10월 카카오톡 모바일게임인 ‘슈팅 히어로즈’를 내놓으며 인기순위 6위에까지 오르는 등 사용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엑스몬 게임즈는 이제 어느 정도 기반을 마련했지만 사원의 수는 10명 정도이다. 대규모의 인원이 아닌 만큼 사람들 간의 관계와 협동력이 회사의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는 인간관계는 곧 조직 관리라고 언급했다. 초창기엔 자신의 생각을 함께 구현하는 방식으로 일했지만 일의 규모가 커지자 자신이 모든 것을 일일이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동료들의 전문성을 믿기에 본인들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며 그 결과물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이젠 어엿하게 한 회사의 대표로 성장해 동료들을 이끄는 리더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아직 아무것도 만들지 않았다=김 대표는 자신에게 가장 큰 쾌감과 전율을 주는 것은 게임이라고 말한다. 중간중간 고비가 있을 때마다 그를 버티게 해준 건 역시 게임이었다. 머릿 속 상상을 직접 구현하는 과정을 거쳐 첫 플레이를 할 때 감동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며, 그 때의 감정이 다시 떠오른 듯 무척 즐거워 보였다. 그는 자신이 가장 즐길 수 있고 나아가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며 “사실 아직 그런 게임을 만들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북미, 유럽을 비롯해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목표로 하는 그는 아직 세상에 보여주지 못한 것이 많아 보였다.

그는 서울대 학생들에게 선배로서 몇마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서울대생들은 은연중에 본인의 실력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며 “서울대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자신을 생각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너무 깊게 생각하고 미리 짜놓은 계획을 중요시한 나머지 중요한 한걸음을 내딛지 못할 수 있다”고 조언해 행동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재밌는 무언가’를 만드는 게 좋아서 자연스럽게 이 길을 걷게 됐다던 그는 시종일관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았다.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즐기는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는 창작물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올해로 2주년이 되는 엑스몬 게임즈는 아직 하고픈 것이 너무나 많아 보였다. 그들의 시작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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