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 교수
(언론정보학과)
서울대의 가장 큰 자랑거리가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신입생들'이라 답할 것이다. 봄학기면 으레 마주치는 풋풋한 신입생들 모습을 보면서 어느덧 선생이기에 앞서 부성(父性)을 느끼는 나이가 되었다. 최근 이들에게 느끼는 지배적인 감정은 애틋함과 걱정이다. 애들이 왜 이리 여려 보일까… 바늘구멍을 뚫고 들어온 이 우수한 아이들이 그간 고생한 만큼 대학생활을 행복하게 보내야 할 텐데… 뜨거운 기대감, 꼿꼿한 자존심이 상처받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이들 중 다수가 목표한 바를 달성하겠지만 그렇지 못할 학생들도 상당수일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대학생활의 성패는 첫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가에 달려있지 않을까 싶다. 수업 열심히 듣고, 책 열심히 읽으며, 다양한 경험 만들고, 좋은 친구 사귀라는 등등의 얘기는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을 것이다. 필자는 이런 얘기 대신 정말 소소한 생활의 팁 몇 가지를 알려주고 싶다. 이를 지키면 서울대 생활은 훨씬 즐거워질 것임을 약속한다. 어쩌면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다.

첫째, 서울대역 버스환승 정거장을 지혜롭게 이용하라는 것이다. 대다수 신입생들은 이미 서울대를 통학하는 게 보통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필자도 일주일에 삼사일은 지하철로 서울대 역까지 와서 다시 버스를 환승한다. 그때 마다 5511, 5513번 버스탑승 지점에 학생들이 줄을 길게 늘어선 걸 본다. 학교 안에까지 들어오는 버스들이다.

걷는 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이려 이 버스들을 기다리는 건 한마디로 바보짓이다. 이 버스들은 자주 오지도 않을 뿐더러 항상 콩나물 시루다.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서울대 정문 앞까지 가는 버스 노선들이 즐비하다. 조금이라도 덜 걸으려 아등바등 만원버스를 기다리느니 여유 있게 정문행 버스를 탄 다음, 눈으로는 관악산의 웅자, 가슴에는 상쾌한 산 공기를 한가득 안고 학교로 걸어 들어와 보라. 하루가 달라질 것이다. 서울대가 크다지만 정문을 기점으로 20분 정도(단 산꼭대기의 컴퓨터 공학관은 예외) 걸으면 어디든 도착할 수 있다. 정문에서 가까운 사회대나 경영대는 두말할 나위 없다.

둘째, 학교 식당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외부에서 시켜먹는 자장면, 짬뽕, 심지어 각종 찌개메뉴는 짜고 자극적이며 MSG 투성이다. 가격도 훨씬 비싸고 위생상태도 보장할 수 없다. 오토바이 철가방들이 위태롭게 교내를 질주하고(필자는 사회대 복도에서 철가방 오토바이가 달리는 걸 본 적도 있다!), 이곳저곳에 지저분한 빈 그릇들이 쌓이고, 민폐가 이만저만 아니다.

비록 소찬이지만 깨끗한 음식을 양껏 먹을 수 있는 학교 식당이 이보다 낫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스마트폰에 샤밥 어플을 깔면 학생회관, 기숙사, 자하연, 감골 등의 식단을 확인할 수 있다. 가끔씩은 버들골 계단 길을 올라 교수회관에도 들러보라. 가격 대비 기대 이상의 멋진 식사를 할 수 있다. 단 식당이 붐비는 피크 시간대는 피할 것.

셋째, 이곳저곳 붙어있는 포스터며 플래카드에 눈길을 주라는 것이다. 서울대가 특별한 이유는 이 곳이 우리나라 최고의 지식, 정보, 문화의 장터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식, 정보, 문화가 교류되는 장은 비단 수업뿐이 아니다. 오히려 각종 학술 행사, 세미나, 포럼 등을 통해 우리는 현시대를 대표하는 지성, 문화인, 사업가, 정치인, 그리고 종종 몽상가와 사기꾼들까지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날 수 있다. 이런 만남이 쌓여 서울대의 가능성은 장밋빛 환상을 넘어 구체적 현실이 될 것이다. 참고로 점심에 이루어지는 행사들은 대개 공짜 점심을 제공한다.

지면 사정상 오늘은 여기까지. 굳이 사족을 달자면 서울대에서는 그간 큰 얘기들은 넘쳐나는 반면 정작 유용한 얘기들은 너무 적었다. 서울대의 의미 있는 변화는 이처럼 “작은 지혜들”의 공유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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