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식
사회부 기자
고시텔에서 잠시 지낸 적이 있다. 가로 2.5m, 세로 2m의 1.5평 남짓한 월 40만 원짜리 방에 옷장과 책상, 냉장고를 놓고 생활했다. 머리와 발이 벽에 닿아 일자로 누울 수도 없었고 여름이 되면 냉장고의 열기 때문에 실내 온도가 30도가 넘어갔다. A4용지보다 작은 창문은 열어봐야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창문을 열고 자면 집 앞 정류장에 버스가 멈추는 소리에 새벽마다 잠을 설쳤다. 신체적‧정신적으로 너무나 피폐해져서 결국 학업을 그만두고 세달만에 고향으로 내려갔다.

취재과정에서 들은 대학생들의 현실은 더욱 심각한 경우가 많았다. 방에 벌레가 나오거나 벽에 이슬이 맺히는 정도는 예삿일이었다. 방학이 끝나고 자취방에 돌아왔더니 모든 옷에 곰팡이가 슬어 썩어버렸다는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건물 안에서 강도를 당할 뻔했다던 신림동 자취생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냉·난방, 채광, 치안, 위생 등 최소한의 조건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곳에 살면서도 매달 30만원에서 많게는 70만원 가까운 임대료를 내고 있었다.

이미 주거는 대학생을 넘어 청년 전체의 문제로 번져있다. 이미 대다수의 청년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집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중간 소득계층인 소득 5분위의 청년들이 서울에서 중간 수준의 집을 얻기 위해서는 75년이 걸린다고 한다. 차도 사지 말고 아프지도 말고 말 그대로 '숨만 쉬고' 75년을 꼬박 저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기의 수단으로 심하게 변질된 집은 더 이상 청년들의 삶의 터전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해 청년들을 향한 키워드가 ‘힐링’이었다면 요즘 최고의 화두는 ‘꿈’인 것 같다. 꿈을 위해서라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젊은이들이지만 사서 고생하기엔 지금 청년들의 현실이 너무나도 어렵다. 최소한의 주거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꿈을 꾸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청년들은 국가와 사회 그리고 어른들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등록금, 취업난, 주거문제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청년들의 외침에 귀기울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것뿐이다. 청년들의 짐을 조금만 덜어준다면 청년들은 꿈을 위해 사서 고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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