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이 나라는 발전하기 어려울 것 같다”

▲ © 대학신문 사진부

지난 19일(수),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의 항소심 첫 공판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렸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송 교수는 이날 공판에서 변호인단과 함께 “학문의 영역을 법의 잣대로 평가하려 하지 말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송 교수는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해외에서는 아직 냉전의 유물인 국가보안법이 한국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는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사법부에서는 21세기의 열린 태도로 법을 적용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난 남북통일학술교류 관련 혐의에 대해 다시 집중 추궁했다. 검사는 송 교수에게 “자신이 노동당 간부라고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북학술대회 개최에 관여하는 등 북한과 계속 접촉한 것이 아니냐?”, 혹은 “북한 언론에서는 남북학술대회의 학자들이 모두 ‘미국을 끝장내자’고 합의했다고 보도했는데, 이것이 사실이냐?”와 같은 질문들을 던졌고, 이에 송 교수는 가끔 웃음을 터뜨리며 “유치한 질문에는 대답하기 싫다”고 답하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1심 판결문에서 유죄의 근거로 제시된 송 교수 저서의 문장들은 모두 북한측의 발언을 인용한 것”이라며 “사법부에서는 송 교수의 저서를 조금만 자세히 읽어봐도 이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판이 끝날 무렵에는 검찰 측이 북한을 ‘조직 폭력배’라고 표현한 데 대해 변호인단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송 교수는 이날 재판에서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가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하지만 내가 구치소에 있는 몇 개월 동안 탄핵정국, 총선 등을 바라보면서 아직 한국 사회가 건강하게 살아있음을 느끼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해 저녁 7시가 넘어서 끝난 이날 재판에서 송 교수는 ‘주체 사상의 장단점’, ‘독일의 통일 과정’, ‘남북분단의 양상’ 등을 설명하여 마치 학술대회를 방불케 했다.

 

 재판에 앞서 기자 회견을 연 대책위는 “법원은 지난 1심 판결과 같이 냉전적 사고방식으로 송 교수를 심판하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대책위는 위르겐 하버마스 교수와 노벨상 수상자인 귄터 그라스 등 독일 학자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성명서를 공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내국 정치적 싸움의 희생물이 된 송 교수를 사면하고 국가보안법의 적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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