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살만한 집이 없다. 높은 방값과 질 나즌 주거환경 속에서 청년들은 고충을 겪고 있다. 특히 고정된 수입조차 없는 대학생은 주거문제에 있어 가장 취약한 집단이다. 이러한 대학생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학은 여러 대책을 내놓지만 문제 해결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대학신문』은 주거문제가 가장 심각한 서울지역의 대학생 주거실태와 주거관련 정책의 한계를 살펴보고 대학생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봤다.

◇대학생, 민달팽이가 되다=#A씨는 학교 근처에서 월세 50만원, 보증금 1,000만원 원룸을 얻어 학교에 다니고 있다. 보증금은 집에서 가까스로 마련해 줬지만 매달 부담해야 하는 50만원은 큰 부담이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버텼지만 다음달부터는 과외도 그만두게 돼 눈앞이 깜깜하다. 지금 사는 방보다 더 싼 방을 구해보려 했지만 가격을 만족하는 방은 대부분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과 같이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었다.
#B씨의 고향은 가평이다. 1학년 때는 기숙사를 배정받아 생활할 수 있었지만 2학년이 되면서 기숙사생 선발에서 탈락하게 됐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학교 근처에 자취방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일주일 내내 경춘선을 타고 다니며 드는 교통비도 형편에 부담이 되긴 마찬가지였다. B씨는 결국 일주일 중 월, 수, 금요일 3일에만 온갖 수업을 밀어 넣어 시간표를 짰다. 교통비는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지만 듣고 싶은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B씨는 학교에 다니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었고 길거리에는 미분양 주택 광고가 넘쳐난다. 가구보다 주택이 더 많이 공급됐다는 것이다. 주택에 포함되지 않는 오피스텔까지 포함한다면 남는 집은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집이 남아도니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살 집을 가지고 있어야 옳다. 그러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집을 찾지 못해 떠돌고 있다. 청년들이 살 만한 집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투기의 수단으로 변질돼버린 대다수의 주택은 너무 크고 비싸 청년들이 살기에는 부담스럽다.

주택 문제는 모든 청년들의 문제이지만 그중 대학생은 주거문제에 있어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직장인과 달리 보장된 소득이 없으니 대학생은 부모에게 손을 빌리는 수밖에 없다. 지방 출신 학생들이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기 위해서는 등록금과 주거비를 합쳐 연 1,500만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이 정도의 금액을 쉽게 마련할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다. 통계청의 2012년도 4/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통해 가구당 연간 저축가능금액을 계산해본 결과 상위 20%만이 연 1500만원 이상을 저축할 수 있음이 드러났다. 부모의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80%의 자녀들이 서울에서 살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부족한 돈을 스스로 충당해야만 한다. 심지어 원룸·하숙·고시원 등의 임대료는 끝없이 상승해 그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 비용을 부담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과방·동아리방이나 도서관, 만화방을 떠돌며 지내기도 한다. 비싼 등록금과 취업난에 ‘주거난’까지 더해져 대학생들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

대학생에게 최선의 주거지역은 싸면서도 시설 좋은 기숙사다. 그러나 대학 기숙사는 학생들의 주거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기숙사 수용률은 15%로 전국 평균인 18%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지역 대학에서 공부하는 15만명의 지방학생 중 2만7천여명만이 기숙사의 혜택을 받는 것이다. 서울지역 56개 대학 중 동덕여대, 상명대 등 15개 대학은 기숙사가 아예 없었다.

15%인 기숙사 수용률도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있다. 실질적인 수용률은 15%에 한참 못 미치는 10%정도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연세대의 자체 기숙사인 무악학사가 대표적인 예다. 4개의 학사 중 무악3학사는 의·치과대학, 간호대학 학생, 무악4학사는 국가고시 준비생, 법학전문대학원생, 외국인 교원을 위한 기숙사로 활용된다. 지방 출신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무악1·2학사의 정원은 996명에 불과하다. 이재원씨(연세대 화학과·12)는 “그래도 신입생은 기숙사에 들어가기 쉬운 편”이라며 “학년이 올라가면 기숙사 선발은 하늘에 별 따기”라고 기숙사가 부족한 현실을 꼬집었다.

대학 스스로 지어 운영하는 자체 기숙사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학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달 기숙사비가 보통 15~30만원 정도이기 때문이다. BTL, BTO 방식 등 민자 유치를 통해 건설된 기숙사는 주변 원룸이나 오피스텔만큼 사용료가 높다. 서상기 의원(새누리당)이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2012 대학별 평균 기숙사비 현황」에 따르면 1인실 기준 사립대 평균 민자 기숙사비는 월 48만 8천원에 달했다. 2인실의 경우에도 식비를 제외한 한학기 기숙사비는 연세대·고려대 158만원, 건국대 134만원 등으로 대학 자체 기숙사의 이용료보다 평균 2배 이상 높았다. 특히 학기가 시작할 때면 등록금과 함께 기숙사비를 한 번에 지불해야 해서 학생들의 체감 부담은 더욱 크다.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10만명 이상의 지방 출신 학생들은 원룸, 하숙, 고시원, 오피스텔 등 민간 임대시장의 문을 두들겨야 한다. 그러나 민간 임대시장에서 학생들이 주거비용을 지불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20대의 나이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전세비용을 마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며 월세의 경우에도 매달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금리가 낮아지며 반전세(보증금 일부+월세 납부)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학생들은 목돈마련과 동시에 다달이 돈을 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대학생 주거 실태에 관련한 통계자료는 그들이 느끼는 주거비 부담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대학생주거권네트워크(주거넷)이 지난해 11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서울 시내 대학가 원룸의 3.3㎡(1평)당 평균 임대료는 10만 9400원, 고시원의 평균 임대료는 15만 2600원으로 집계됐다. 대학가에서 16.5~19.8㎡(5~6평) 크기의 원룸에서 살려면 매달 50만원 이상을 주거비로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성북구, 관악구 등 9개 구에 위치한 아파트의 평당 월세가 4만 6000원,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평당 월세가 11만 8500원인 것을 고려하면 대학가의 주거비는 부풀려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학생들이 비싼 주거비용을 지불하고 입주하더라도 그들의 주거시설은 매우 열악하다. YMCA가 2012년 발표한 대학생주거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52%가 최소 주거기준에도 미달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주택법에서 정하고 있는 1인 가구 최소주거면적기준인 14㎡(4.2평)조차도 만족하지 못하는 집에 사는 학생들이 대다수인 것이다. 심지어 고시원 거주자의 56%는 8㎡(2.4평) 이하의 쪽방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샤워·조리시설 등의 기본시설이 갖춰지지 않거나 공용인 경우도 27%나 됐다.

삽화: 선우훈 기자 mrdrug@snu.kr

 ◇실효성 없는 대학생 주거정책=대학 주거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정부는 2009년 9월 「보금자리주택업무 지침」에서 대학생 주거 지원사업을 언급하며 본격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 결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사업’ △홍제동 연합기숙사 △SH공사의 ‘희망하우징’ △사립대 공공기숙사 건립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이 계획되거나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 중 다수가 주거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장 논란이 많은 사업은 LH에서 시행하고 있는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사업(LH사업)이다. LH는 지난해 LH사업을 첫 시행해 전세임대주택 1만여 호를 공급했으며 올해 추가로 3천호를 공급했다. LH사업은 LH가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입주대상자를 선정하고 학생들이 학교 주위에 거주할 주택을 물색해오면 주택 소유자와 LH가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학생들에게는 일반 월세보다 저렴하게 재임대 해주는 방식이다. 전세자금이 최대 7천만원까지 지원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전세금에 대한 이자(10~12만원)정도만 부담하면 돼 학생들이 싼 가격에 입주할 집을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집을 가지고 있는 건물주들이 사업에 참여할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은행 금리가 낮아져 전세보다는 월세가 더 큰 수익이 남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세 매물이 있는 경우도 거래 절차가 복잡해 LH를 통한 거래를 집주인들이 꺼린다. 공인중개사들도 개인 간의 거래와 달리 기관과의 거래는 사업자 등록증, 통장 사본 등의 여러 가지 공문서를 제시해야 한다고 불편함을 호소한다.

이처럼 공인중개사와 집 주인 모두가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을 기피하다 보니 학생들은 입주자로 선정된다 하더라도 집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입주자로 선정됐던 홍진영씨(연세대 수학과·11)는 “집을 구하기 위해 신촌동, 연희동, 망원동, 합정동, 북가좌동 등 50여개 공인중개사를 돌아다녔다”며 “그나마 있는 방들은 심하게 더럽거나 어둡고 교통이 불편하다”고 전세임대주택 사업을 통해 살만한 방을 구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살만한 방을 구하더라도 계약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LH의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운 주택이 많기 때문이다. 심사를 기다리는 사이 집주인이 다른 일반전세 세입자와 먼저 계약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심지어 LH사업은 역효과까지 나타난다. LH를 통해 계약하는 경우 일부 집주인들은 기존의 4, 5천만 원짜리 월세를 7천만 원으로 올려 계약하길 요구한다. 월 2만원의 이자만 더 납부하면 되는 학생 입장에서는 요구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7천만 원에 계약을 체결한다. 그러나 이런 계약은 주위 주택거래에 영향을 끼친다. 원래 5천만원정도의 전세가 함께 7천만원으로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민간임대시장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천만원 이상의 부담을 더 지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대학생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겠다며 국민주택기금 등 공공기금을 조달해 착공한 홍제동 연합기숙사도 최근 논란의 대상이다. 교과부가 2인 1실 기준 1인당 월 23만원으로 책정한 기숙사 비용에 별다른 이점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생주거권네트워크는 “기숙사비 23만원에 교통비 7만원을 포함해 매달 30만원을 사용하는 것보다 도보 통학이 가능한 월세 50만원 원룸에 두 명이 사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며 학생들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연합기숙사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기숙사비가 학생에게만 사용되는 일반 기숙사와 달리 기숙사비 일부를 건축비 상환에 사용하고 20년 뒤에 국가가 기숙사를 소유하게 되는 구조 역시 문제로 제기됐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공 기숙사의 경우 시가 건축비를 모두 부담하고 학생들에게는 순수한 기숙사 이용료인 8~12만원만을 징수하는 데 비해 홍제동 연합기숙사는 건축비까지 함께 징수해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학생들의 돈으로 건축비를 상환한 연합기숙사가 20년 뒤 국가소유가 되는 구조 역시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삽화: 최지수 기자 orgol222@snu.kr

◇“우리에게 집을 달라” 대학생들의 외침=몇몇 기성세대는 대학생의 주거문제가 가난한 서민들의 주거문제보다 더 우선순위가 돼야 하냐고 반문한다. 자신들이 학교 다닐 때도 주거문제는 항상 존재했다고 그들은 말한다. 오히려 한해 천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내면서도 대로변의 값비싼 원룸, 오피스텔에 사는 학생들이 많다며 주거문제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학생들이 겪고 있는 주거문제는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시각이 많다. 취업난이 심각해져 미래의 소득조차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주거를 위해 대출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부모의 지원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학생의 주거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가장 큰 이유를 주거환경이 학생들의 생활, 고용 등 생활 전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학생은 안정적으로 사회에 안착하기 위해 자기 계발을 해야 하는 시기이지만 학자금과 임대료 마련을 위해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에 매달려야 하는 학생들은 그런 준비가 불가능하다. 민달팽이유니온 권지웅 사무국장은 “주거비용 부담을 느끼지 않는 상위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가 준비되지 않은 채로 40〜50대로 진입하게 되면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불안을 안게 될 수 있다”며 “불안정한 개인이나 가정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은 모두 국가가 떠맡게 될 것”이라고 주거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대학생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안정으로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많은 대학생들이 그들의 주거권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월세 가격의 상한선을 정하는 전월세 상한제, 기존 세입자에게 임대 계약 시 우선 협상권을 주는 우선계약청구권 정책, 학생들이 직접 주인이 되어 직접 운영하는 주택협동조합 등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책 대안을 내놓기도 한다. 개인이나 단체에 따라 제시하는 방법은 달라도 모두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있다. 대학생의 주거문제가 그들만의 노력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학교 그리고 학생들이 하나 되어 주거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살(buy)집이 아닌 살(live)집'이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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