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해 동안 아홉번의 이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부당함도 많이 느꼈다. 자신이 겪었던 문제가 대학생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주거문제를 직접 해결하고자 만든 ‘민달팽이유니온’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권지웅씨(연세대 기계공학과·07)를 만나봤다.
◇민달팽이유니온이 해온 활동을 소개하자면=기숙사 확충운동을 통해 연세대 측에 현재 기숙사의 2배정도인 3,600명 규모의 신축 기숙사를 만들겠다는 확답을 받아냈다. 연세대 총학생회와 함께 민달팽이장학금을 확충해 기숙사에 못 들어간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도 했다. 신촌뿐 아니라 서울지역 전체의 대학생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각 대학 총학생회와 함께 ‘대학생주거권네트워크’를 만들어 대학생 주거실태를 조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대학생주거문제 해결대책으로 제시한 주거협동조합에 대해 설명해달라=단기적으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급하는 공공기숙사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현재는 학생들이 돈을 내고 이용하는 손님일 뿐이지만 협동조합 방식으로 기숙사를 운영하면 기숙사 전반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공간에 대한 권한이 매우 커진다.
궁극적으로는 협동조합을 통해 사회적 주택을 공급하고자 한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땅을 낮은 이자로 빌리고 조합원의 출자금을 모아 건물을 지은 뒤 임대해 사람들이 살게 하는 것이다. 모듈형 하우스(조립식 주택)을 지어 건축비를 낮추면 15만원 정도의 임대료를 내는 5평짜리 방을 구할 수 있다.
◇사회적 주택이 갖는 장점은=사회적주택은 공공임대주택에 비해 관리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사업 시행 20년 만에 임대주택 주변의 슬럼화가 굉장히 큰 문제가 된 바 있는데 사회적 주택은 공간에 대한 주체성이 높아져 공동노동 등을 통해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또 공동체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공간을 함께 꾸려나가는 과정에서 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단순한 숙박공간을 벗어나 ‘가정’으로서의 집의 의미를 되찾게 된다. 홀로 남겨지게 되 면서 발생하는 우울증 등 대학생들이 겪는 정서적 문제도 함께 줄어들리라 본다.
◇앞으로의 계획은=주택협동조합이 모인 민달팽이 마을을 서울 시내에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주택협동조합 사업 이외에도 임차인과 임대인이 가지고 있는 권력관계를 좁히기 위한 운동을 할 것이다. 세입자 네트워크를 만들어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하고 대학생 주거 상담사를 배양해 대학생들이 편히 주거문제를 상담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김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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