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핵무기 보유 막기 위해 도입된 NPT 사실상 무력화… 핵전쟁 방지 위해 협력 필요

◇핵 파수꾼, NPT=1945년 8월 6일, 세상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최초의 핵무기 ‘리틀보이’의 엄청난 파괴력에 놀란다. 이러한 파괴력을 실감한 국가들이 앞다퉈 핵을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핵의 확산을 막을 거대한 움직임의 필요성이 인식됐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더 이상의 살상을 막기 위해 평화적인 해결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당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던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을 주축으로 미래의 핵전쟁을 피하기 위해 핵무기의 수직적이고 수평적인 확산*을 방지하자는 내용의 조약 초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에 유리한 조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에 1969년 6월 UN총회에서 수정된 NPT가 체결된다.

조약의 주요한 내용은 두가지다. 먼저 핵무기 보유국은 더이상의 핵개발을 하지 않으며 다른 나라에게 핵무기를 비롯한 핵무기 기폭장치를 양도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두번째, 핵비보유국은 핵기술을 무기화하거나 핵을 보유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며 원자력시설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의무적으로 수용한다. 이와는 별개로 NPT에 참여한 국가들은 매5년마다 조약의 주요 구성요소인 핵의 평화적 이용과 핵 군축 및 비확산을 평가하는 회의를 연다. 한편 NPT에서 인정하는 핵보유국은 당시 핵을 보유하고 있었던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의 5개국이다. 핵비보유국가들은 이 조약에 참여하는 대신 원자력 발전 관련 기술을 제공받을 수 있으며 평화적이라고 인정되는 범위에서 원자력 개발을 할 수 있다.

본래 NPT는 25년간 유효한 조약이었으나 95년 NPT 연장회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NPT의 무기한 연장이 결정됐다. 또한 연장회의에서 핵비보유국들이 핵보유국들의 핵 독점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핵보유국들의 핵 군축 노력 원칙이 추가로 채택됐다. 우리나라는 75년 86번째 정식 비준국이 됐으며 현재 총 189개국이 가입했고 북한은 85년 가입한 뒤 03년 탈퇴했다.

NPT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 69년 NPT가 체결되고 많은 핵 개발국들이 핵을 포기하게 되면서 핵전쟁의 위험이 많이 줄었다.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 리비아, 벨로루시,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여러 나라가 핵개발을 시도했으며 실제로 많은 나라들이 핵무기의 완성단계에 근접했으나 조약 가입 후 핵개발을 중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핵보유국가들은 그들에게 원자력 기술을 이전해줬다. 저렴한 비용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원자력 발전소들은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발전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됐다. 우리나라 또한 조약 가입 후 미국으로부터 원자력 발전기술을 이전받는다는 내용의 한·미 원자력 협정을 맺고 1977년 우리나라 첫번째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를 준공해 원자력 발전 국가의 반열에 들어섰다.

◇NPT, 조약 상의 문제점=하지만 NPT 에는 여러 가지 맹점들이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 조약의 불평등성이다. 한국외대 정치외교학부 이장희 교수는 “핵비보유국가들의 수평적 핵무기 개발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반면 핵보유국들의 핵무기 감축은 선언 수준에 머물러 가입국간에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은 핵무기에 제재를 받지 않고 핵이 없는 국가들은 더이상의 핵개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비대칭적 힘의 차이는 더욱 커진다. 또한 2010년 평가회의 당시 미국 등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NPT가 체결될 때 미국과 소련의 핵탄두 수가 7천 5백여 개였음에도 30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그 수가 상당히 증가해 정작 핵심적인 두 주체가 ‘선언’수준의 핵무기 군축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현재 NPT 조약에는 이러한 핵보유국들의 핵무기의 군축을 강요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따라서 조약에 수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이 두 나라의 자발적인 군축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핵무기는 다른 무기에 비해 그 군사적 효과가 매우 경제적이기 때문에 미국 등 핵 보유국가들이 절대로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NPT상으로는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NPT가 비가입국에 대한 강제적인 구속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인도, 파키스탄, 북한 등의 나라는 조약에 가입돼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심지어 북한은 조약의 허점을 이용해 1985년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NPT에 가입해 원자력 관련 기술을 제공받은 뒤 조약에서 탈퇴, 그 기술을 이용해 핵무기를 만들어왔다.

또한 가입국이 조약을 지키지 않더라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강제성이 없다. 일례로 NPT 비가입국들에게는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기술도 협력하지 않는 것이 규정임에도 중국은 신흥강국인 인도를 견제하기 위해 파키스탄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려 한다. 심지어 미국이 이러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의 핵무장을 예외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가장 주도적으로 핵확산방지에 힘써야 하는 핵보유 국가들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국제조약을 무시함으로써 핵 위협이 오히려 더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사례들로 인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 국가들이 NPT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핵무기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위험한 가정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NPT가 비보유국의 핵 재처리 기술을 금지함으로써 오는 환경적, 경제적 손실도 큰 문제다.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우라늄을 전량 수입하고 있다. 핵발전에 사용한 우라늄 연료봉을 재처리하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NPT와 한·미 원자력 협정에 의해서 핵폐기물을 재처리하지 않고 모아서 보관한다. 하지만 미국 등 핵보유국의 경우에는 사용 후의 연료봉을 재처리해 원자력 발전의 또다른 물질인 플루토늄을 만든다. 핵폐기물도 어느 정도 처리할 수 있고 우라늄의 수입비용도 줄일 수 있는 핵보유국만을 위한 일석이조인 셈이다. 황일순 교수(원자핵공학과)는 “2100년이 되면 연간 폐기물 저장 비용으로 5000억원이 소요된다”며 “핵폐기물을 재처리할 수 있다면 10만톤 가량의 핵폐기물을 방사성이 없는 물질로 전환해 50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 의하면 2016년이면 핵폐기물 저장소가 포화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새로운 핵폐기물 저장소를 지어야 할 판국이다. 핵폐기물은 방사선과 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계속적인 냉각 시스템이 필요하다. 매년 저장소의 냉각에 드는 시설비용과 냉각장치에 문제가 생겼을 시 발생할 재앙을 NPT로 인해 우리는 안고 있어야만 한다. 

◇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핵무기 확산=북한은 85년 NPT에 가입하는 대신 원자력 기술을 제공받았다. 하지만 94년 영변 원자력 발전소에서 5MW 원자로 연료봉을 무단인출해 본격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지난 20년간 한국과 미국이 다방면의 원조와 국제적 제재를 동시에 가했음에도 북한의 핵무기화를 막진 못했다. 이후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기에 미국이 섣불리 북한을 공격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핵무기라는 예외적인 무기가 군사력의 차이를 압도하는 좋은 예시다. 이장희 교수는 “북한과 비슷한 독재체제인 리비아는 미국이 군사력으로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렸다”며 “북한은 리비아와는 다르게 핵을 보유했기 때문에 미국도 쉽사리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기 힘든 것”이라며 핵무기의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은 핵만이 핵을 대응할 수 있다는 본질적인 핵의 특성 때문이다. 현재의 무기체제는 **대칭전력과 비대칭전력으로 나뉘는데 특히 이중 핵은 투자비용 대비 그 살상효과가 매우 크다. 따라서 핵에 준하는 무기가 없다면 상대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설사 모든 나라가 차례대로 핵을 폐기한다 해도 결국 마지막으로 핵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핵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핵을 보유하지 않은 국가가 핵보유국에게 핵무기을 포기하도록 강제할 수 없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안도경 교수(정치외교학부)는 “모든 나라들이 핵문제에 죄수의 딜레마로 엉켜있다”며 “모두가 핵을 보유하지 않으면 최선이지만 어느 한쪽이 핵을 보유하면 힘의 불균형이 심각해지므로 서로 상대방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또 상대방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국은 둘다 핵을 보유하게 돼 핵전쟁의 위험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무기 없는 “New START”를 위해=일각에서는 북한의 핵무기에 대항해서 선제타격을 하거나 우리나라도 자위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NPT의 근본적인 골조는 핵전쟁을 방지하는 것임에도 핵확산을 막기 위해서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것은 NPT의 핵심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동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핵 위기는 분쟁이 아닌 평화적인 합의로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에도 이 조약은 IAEA의 지속적인 사찰을 통해 핵비보유국가들의 핵무기 개발을 방지한다. 뿐만 아니라 이 조약에는 세계 핵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 등 주요 핵보유국가들의 군축의무가 명시돼 있다. 따라서 지구상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확률을 낮추기 위해 NPT의 필요성은 엄청나다는 것이다. 다만 조약의 사각지대에 있는 여러 핵개발 국가들에게 적절한 유인책과 제재를 가해 그들의 핵개발이 절대로 국제사회의 평화에 악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압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과제다. 이장희 교수는 “NPT조항에서 미처 짚지 못한 부분들을 비핵화지대 설정 등 추가적인 조약들로 채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9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핵 없는 세계’를 선언한 후 미·러를 중심으로 핵무기 군축에 많은 진척이 보이고 있다. 또 그해 4월 미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통해 양국의 전략 핵탄두 수를 1500개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2010년 평가회의에서 양국이 핵무기 보유량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감축의지를 보이고 있다. NPT와는 별개로 더 이상 모든 포괄적 핵실험을 금지하는 CTBT와 무기용 핵분열성 물질의 생산을 금하는 FMCT이 체결되는 등 핵전쟁을 막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국제사회가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에 집중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수직적 확산과 수평적 확산: 수직적 확산은 핵보유국의 핵무기 수의 증가를 뜻하며 수평적 확산은 핵무기가 핵비보유국가에게 확산되는 것을 뜻한다.
**대칭전력과 비대칭전력: 대칭전력은 전차, 전투기, 함대 등 실제 전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뜻하는 말이며 비대칭전력은 핵무기, 탄도미사일 등 대칭전력에 비해 비교적 싼 비용에 월등한 능력을 발휘하는 무기를 칭하는 말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