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러한 기사나 글을 대중 매체에서 접했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학생들의 행동에 분노할 것인가, 후보들을 동정할 것인가? 아니면 학생들이 그랬을 때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한없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할 것인가?
사실 위 이야기는 지난 목요일 본부 앞 셔틀정류장에서 열렸던 공동선본발족식을 재구성한 것이다. 우리학교 학생임이 분명했지만 발족식에 관한 의견을 듣고자 다가간 예닐곱 명 모두 “듣지 않아서 모르겠다”라고 답하는 한결같은 모습과 학생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나온 선본의 자기소개를 마치 라디오에서 나오는 제품 광고 정도로 생각한 듯 너무도 당당히 듣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들을 보며 나는 문득 직전 총학에 대한 스누라이프 내 비판여론이 떠올랐다. 스누라이프의 수많은 글은 총학의 무능함을 꾸짖고 학생회장을 비판하기 바빴다. 물론 총학생회장으로 뽑힌 이상 이러한 비판은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48.738%의 투표율로 무산된 1차 선거와 연장 투표까지 진행된 재선거에서 50.37%의 투표율로 겨우 성사된 제54대 총학에게 과연 우리가 결과론적으로 냉철히 비판하는 것이 합당한가란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그들을 비판하고 실망할 만큼 충분히 지지하거나 관심을 가졌던가? 혹은 그들의 정책이 올바르게 진행되는지 임기 내 한번이라도 감시해본 적 있는가? 눈앞에서 이야기하는 순간도 들어주지 않으면서 나에게 헌신하는 총학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이율배반적이지 않은가.
지난주 최초로 직선제로 진행된 교수협의회 선거에서 62.1%의 투표율로 신임 교수협의회 회장이 선출됐다. 이를 통해 교수협의회는 본부에 더 많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당위성을 확보했다. 총학 역시 마찬가지다. 학생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기구로서의 당위성 확보는 다가올 재선거의 투표율이 보장해줄 수 있을 것이다. 총학이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자. 비판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