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아 시간강사
(국악과)
결혼 후 8년 만에 생긴 4살(32개월)된 아들이 한 명 있다. 아이는 태어난 지 3개월부터 공갈젖꼭지를 입에 물었다. 아이 입에 공갈젖꼭지를 물렸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2010년 여름방학 시작 즈음 아이를 낳았고, 9월에 강의를 다시 시작해야 했던 시간강사 엄마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엄마 없는 시간 동안 공갈젖꼭지에 의지하라고 물렸는데, 점점 공갈젖꼭지에 집착하는 아이로 인해 고민되었다. 마침 돌이 지나고 15개월쯤 되던 어느 날 아이가 애용하는 공갈젖꼭지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공갈이~’를 부르며 목 놓아 큰 소리로 우는 아이가 가여웠지만 한편으로는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시방편으로 아이의 엄지손가락을 입에 물려주었다. 오물오물 엄지손가락을 빠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이것이 잘못된 만남이라는 사실을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

이때부터 시작된 엄지손가락 빠는 버릇이 얼마 전까지 계속되었다. 아이는 하루 종일 잠드는 순간까지 때로는 잠자는 중에도 양쪽 엄지손가락을 번갈아 ‘쪽쪽’ 소리 내며 빨았다. 물을 마실 때도 엄지손가락을 입에 물고 마셨다. 아이의 엄지손가락에는 두꺼운 굳은살이 생겼고 아이의 윗니는 점점 하늘로 뻗어 갔다. 이렇게 아이가 계속 엄지손가락을 빨 경우에 치아에 문제가 생겨 결국에는 교정해야 한다는 치과의사의 충고도 들었다.

걱정이 되어 엄지손가락을 빨지 못하게 하려고 별별 짓을 다 해 보았다. 엄지손가락에 보호 장치를 끼우면 이로 물어서 뜯어내고, 엄지손가락에 레몬, 홍차, 마이신 가루 같은 쓴 약을 발라 빠는 걸 싫어하게 만들어 보았지만 모두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아이는 귀중한 것을 빼앗길까봐 몰래 숨어서 엄지손가락을 빨며 더욱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주일 전에 우연히 ‘다음(Daum)’에서 ‘손 빠는 아이 고치는 방법’이라는 글을 읽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글쓴이처럼 아이의 엄지손톱에 눈, 코, 입이 그려진 웃는 표정의 그림을 그린 후, “준홍아, 준홍이 손톱에 친구가 사네? 예쁘지? 그런데 준홍이가 엄지손가락을 빨거나 물면 친구가 아파해. 친구 아야 하게 하면 안돼.”라고 말한 후 한 동안 지켜봤다. 신기하게도 아이가 엄지손가락을 전혀 빨지 않았다. 무의식중에 엄지손가락을 입에 넣으려다가도 멈추고 주먹을 쥐거나 깍지를 껴서 참아내었다. 간혹 짜증이 나는 듯 ‘으~’ 소리 내며 두 주먹을 불끈 쥐기는 하지만 잘 이겨내는 것 같았다.

잘 때가 문제였다. 잘 때도 엄지손가락을 입에 넣으려다 멈추면서 ‘아앙~’ 하고 울음 섞인 소리를 냈지만 손가락을 결코 빨지 않았다. 입으로만 ‘쪽쪽’ 손가락 빠는 시늉만 내다가 잠이 들었다. 그냥 두고 보기가 안쓰러웠지만 달리 도와줄 길이 없었다.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아직까지 엄지손가락 빠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아이가 엄지손가락을 빨지 않는 이유가 친구를 아프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니. 아이의 신의(信義)에 감동하였다. 친구를 위해 자신의 재미를 기꺼이 버리는 아이. 그 아이에게 친구는 자기의 욕구를 희생해서라도 지키고 싶은 존재인 것이다.

과거에 친구가 많았다. 대학 시절에도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이유로 연락이 끊겨서 지금 만나는 친구가 10명도 채 안된다. 만나는 회수도 1년에 고작 1-2번 정도이다. 어쩌면 배움이 깊어갈수록 나만의 학문 영역이 생길수록 이들이 나의 즐거움이 되면서, 이에 방해되는 친구와의 만남을 더디게 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불혹을 바라보는 지금 과연 친구를 위해 나의 재미를 포기할 상황이 발생할까. 만약 그렇다면 나의 아이처럼 나의 욕구를 기꺼이 포기하련다.

최선아 시간강사(국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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