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전 MBC 기자, ‘진실의 힘’ 강조…우리사회가 처한 양심의 진공상태 벗어나야

지난 19일(화) 7시 관악구청 대강당에서 ‘진실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는 주제로 이상호 전 MBC기자 초청 강연회가 열렸다. 이날 강연회에는 일반시민부터 기자 지망생들, 그리고 언론인과 정치인까지 백여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해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됐다.

사진: 전수만 기자 nacer8912@snu.kr

이상호 기자는 MBC 보도국에 입사한 뒤 방송앵커와 정치기자로 활동했다. 그는 기자의 본분은 비리고발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연예계 금품납부 실태와 일명 ‘삼성 X-파일’로 불리는 삼성의 비자금 비리문제 그리고 최근의 장자연, 이미숙 사건까지 여러 비리들을 취재, 고발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이상호 기자가 삼성과의 소송에서 패소한 후 MBC로부터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해고당하자 이후 고발뉴스닷컴이라는 인터넷 언론을 만들어 ‘국민의 기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번 강연회 역시 이상호 기자가 기사로는 말 못했던 여러 가지 진실들을 고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강연회에서 이 기자는 우리 사회가 당연한 사실을 왜곡하는 양심의 진공상태에 처해 있다며 “당연히 보도돼야 할 사실들이 함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가 취재한 삼성 X-파일은 97년 대선 당시 삼성이 대선 후보들과 검사들에게 뇌물을 제공해 헌정질서를 왜곡했던 큰 사건임에도 MBC는 수개월간 이 보도를 불허했다고 한다.

더불어 이 기자는 현대사회의 범죄는 ‘돈’이 연루돼 있지만 그것이 범죄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근대사회 대통령들의 독재는 독재 그 자체로 나쁜 것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자신있게 보도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현대사회의 큰 범죄들은 대부분 자금과 연루돼 있는데 ̒돈̓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나 그 대가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돈의 사용이 나쁜 것인지 아니면 선한 것이지를 판단하기 위해 기자들은 사건의 한꺼풀을 벗겨낸 깊숙한 진실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는 기자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몇 가지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자는 우리 주변의 일을 그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라며 어떠한 엄숙한 직업이 아님을 강조했다. 또한 “요즘 많은 기자들이 대부분 상류층의 삶을 영유해 조금 더 어려운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지금 시대가 필요로 하는 기자는 부조리한 현실을 똑바로 인지할 수 있으며 그와 더불어 그러한 현실을 고칠 수 있는 행동력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마지막으로 “기자들이 보도도 마음대로 못하는 세상에서 희망은 국민”이라며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부조리한 현실이 바뀔 수 있다”며 국민들의 깨어있는 의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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