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논의 없이 결정돼 학생사회 술렁

연세대의 모집단위였던 자유전공학부(자유전공)가 내년부터 더이상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기로 해 연세대 학생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대신 언더우드 국제대학 소속 융합전공들이 그 정원을 충당해 신설될 예정이다.

연세대 교무처 차기석 교무팀장은 “1년 전부터 위원회를 꾸려 논의를 한 결과 이번에 신설되는 글로벌융합학부와 융합과학공학부의 입학정원을 자유전공 정원에서 충당하는 것으로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의 수도권 사립대 증원제한 방침에 따라 타 학부의 인원 축소가 불가결한 상황에서 자유전공을 전면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차 팀장은 “자유전공은 전공이 아니라 모집단위이고 2학년이 되면 각각의 전공에 소속되기 때문에 정원을 없애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이와 더불어 각 단과대에서 5%의 정원을 줄이고 이 인원을 신설하는 융합전공학부의 입학정원으로 충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유전공 폐지는 학생들과의 논의 없이 학교가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으로 이에 대한 자유전공 학생 사회의 반응은 싸늘하다. 연세대 자유전공 오동하 학생회장(신문방송학•11)은 “13학번이 들어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아무런 상의 없이 자유전공을 폐지하는 것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기만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 오 학생회장은 차 팀장과 달리 자유전공이 폐지될 경우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장 심각한 점은 자유전공 학생들의 학내 생활공동체가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자유전공 학생들이 과에 진입하더라도 기존에 있던 해당 과의 공동체에 흡수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그는 “자유전공 학생들 중 군 복무를 하고 있거나 2학년 때 바로 전공 진입을 하지 않는 학생들의 경우 행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심각할 경우 전공진입을 하지 못하거나 수강신청을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자유전공학부가 다른 학과나 학부로 전환된 경우는 비단 연세대뿐만의 일이 아니다. 서울권 대학 중 성균관대의 경우 자유전공학부가 2013년부터 글로벌리더학과로 중앙대 자유전공학부는 2010년 공공인재학부로 대체돼 많은 논란을 빚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일련의 폐지 움직임을 두고 자유전공의 원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면서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본래 자유전공은 다양한 학문을 융합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학생들이 상경계열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 원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 회장은 “신설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많은 대학의 자유전공학부가 다른 학과나 학부로 대체된다는 것이 애초에 설립 당시 준비가 미숙했던 것이라 생각된다”며 “결국 피해자는 학생이고 이에 대해 학교들이 무책임하게 대응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이런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학생들이 자기 스스로 2개 이상의 학문을 융합해 전공으로 이수하는 ‘학생설계전공’을 운영하고 있다(『대학신문』 3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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