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하려고 들어간 포털사이트,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무의식적으로 스크롤을 내리고, 한번 읽으면 ‘정주행’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바로 ‘그것’. 웹툰은 어느샌가 밥을 먹는 것과 같이 일상적인 생활 패턴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웹툰이 처음 한국에 선보인지 10년째인 지금 웹툰이 걸어온 길과 현재의 파급력을 짚어봤다.

삽화: 강동석 기자 tbag@snu.kr

◇이제 10살이 된 웹툰=2003년 국내 최대의 인기 만화 잡지 「영 점프」가 폐간을 선언했다. 도서 대여점이 등장하고 일본 만화가 무분별하게 유입됐으며 불법 스캔 만화의 유통으로 한국의 출판 만화 시장이 거의 죽어가던 시기였다. 같은 시기 인터넷에는 한 작품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었다. 웹툰의 시작점이라고 평가받는 강풀 작가의 「순정만화」가 바로 그 작품이다.

물론 이전에도 웹상에서 만화가 연재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스노우 캣」, 「파페포포 메모리즈」, 그리고 「마린 블루스」 등은 친근한 그림체와 일상의 얘기를 담아내어 ‘일상툰’, 혹은 ‘감성툰’이라고 불리며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이들은 장편 스토리가 아닌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한편 한편의 이야기를 작가의 개인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식으로 연재됐다. 하지만 이 당시만 해도 일상이라는 소재를 4컷의 틀에 한정해 다루는 등 과도기적인 양상을 보였다. 이렇듯 단발성 에피소드만을 다루던 인터넷 상에서 최초로 성공한 장편만화인 「순정만화」는 긴 호흡의 만화도 탄탄한 이야기구조를 토대로 웹툰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렇듯 웹툰이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보이자 기존에 개인 홈페이지에 흩어져 있던 웹툰들을 다음과 파란 등 포털사이트에서 본격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한다. 이에 강도하의 「위대한 캣츠비」, 양영순의 「1001」등과 같은 웹툰이 등장하게 된다. 이들은 아직 세로읽기가 확립되지 않았을 시기 웹툰 특유의 세로로 진행되는 종스크롤 방식을 채택하고 1회 연재 분량을 정하는 등 현재와 같은 웹툰의 면모를 확립해나간다. 이들의 대중적인 성공은 새로운 콘텐츠 문화로서 웹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높아지는 웹툰의 인기=웹툰은 계속 발전했다. 포털사이트에서 웹툰 코너를 확대 개편해 작가들에게 고정 지면을 제공하고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코너를 운영하며 요일별로 웹툰을 연재하는 등 자체 시스템을 확립해나간다. 이에 따라 허영만, 천계영, 박희정 등 기존의 프로 만화작가들이 웹상으로 대거 이동했으며 새로운 스타작가들도 속속 배출됐다. 최근 완결된 「이말년씨리즈」와 「목욕의 신」의 작가인 이말년과 하일권은 매 연재마다 많은 주목을 받으며 각각 ‘병맛’과 ‘허세’라는 코드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웹툰을 보고 있을까? 한국컨텐츠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 만화와 다음 만화세상의 월평균 방문객수는 각각 700만과 300만을 웃돈다. 손제호, 이광수 작가의 ‘노블레스’의 경우 누적조회수가 6억에 이르는 등 인기영화의 관객수에도 밀리지 않는다. 오프라인 상에서도 웹툰의 구독층은 건재하다. 인기 웹툰의 경우 단행본으로 출간되기도 하며 웹툰이 출판만화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출판 만화 베스트 셀러 10권 중 7권이 웹툰 단행본으로 특히 1위를 차지한 「다이어터」는 해외에 수출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 또한 일본에서 단행본이 출간된 상태며 리메이크 판권도 수출했다. 현재도 연재되고 있는 윤태호 작가의 ‘미생’은 선거 방송 주제가의 영상에 쓰이며 대중적인 인기를 실감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인기에 힘입어 웹툰은 타 매체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웹툰은 기본적으로 무료로 소비되는 콘텐츠이기에 공식적인 산업 규모나 파급효과가 연구된 바는 없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바탕으로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문화콘텐츠로서의 주목을 받고 있다. 웹툰 대표작가인 강풀의 경우 많은 수의 작품이 영화화됐다. 미스테리 호러물인 「아파트」를 비롯해 멜로물인 「바보」와 「순정만화」를 거쳐 입소문을 타고 흥행에 성공한 「이웃사람」과 「26년」에 이르기까지 모니터에서만 보던 그의 작품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었다. 고등학생들의 개성을 실감나게 표현한 「패션왕」의 경우 드라마 제작이 확실시되며 만화창작집단 풍경의 정치수사극인 「수사전」 또한 2014년 드라마 방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웹툰은 세계 최대 만화축제인 프랑스 「앙굴렘 만화국제페스티벌」에서 중점적으로 소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히 기존에 유럽에 소개된 만화와 더불어 스마트 기기에 활용되는 어플리케이션을 다루어 눈길을 끌었다.

◇한 발짝 더 도약하려면=앞으로 더욱 성장하기 위해 웹툰이 넘어야 할 장벽은 무엇일까. 웹툰 시장은 수익 구조가 정착되지 않아 대다수의 작가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작업한다. 소수의 대형 작가를 제외한 비인기 작가들은 원고료만으로는 생계와 작업을 병행하기 힘들다. 실제로 신인 작가들은 한달 원고료로 최저 40만원에서 최고 160만원을 받는다. 원고료의 갱신 시기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연재 도중 인기가 높아져 연재 횟수가 늘어나더라도 실상 수입은 몇만원만 증가한다. 또 양을 기준으로 원고료를 측정하는 곳이 많아 정통 극화처럼 스토리 작가와 어시스턴트 등 많은 인력이 필요한 장르라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노동 강도가 약한 다른 장르와 같은 원고료를 받는다. 이에 작가들은 부업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작품의 품질 하락으로 이어져 악순환이 형성된다. 「실질객관동화」의 변지민 작가는 “웹툰이 주류 문화로 자리 잡은 만큼 건강한 시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거대포털에 의존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태생부터 시장과 거리가 멀었던 웹툰이 독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창구는 현재로선 포털이 유일하다. 만약 포털이 웹툰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면 웹툰은 독자적인 플랫폼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안정적인 방문객 수를 유지할 수 있기에 현재 포털은 웹툰 콘텐츠에 공을 들이며 서비스 개선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변 작가는 “초창기웹툰 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포털의 서비스 확장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며 “하지만 웹툰 또한 네이버 트래픽을 유발하는 상위콘텐츠 중 하나가 됐기에 포털과 콘텐츠는 서로 도와야 하는 관계”라고 답했다.

인기 있는 웹툰의 독자수는 대략 백만 단위다. 이는 시청률이 10%인 드라마의 시청자수가 400만명 정도임을 감안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웹툰을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만화계에서도 비주류로 취급받던 이 장르가 죽어버린 한국 만화시장의 한줄기 희망이 됐다. 끊임없이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 이들은 앞으로 어떠한 새로운 즐거움을 우리에게 선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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