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재적 접근법은 북한의 지령이다?”

▲ © 강동환 기자

 

 

 

 

 

 

 

 

지난 19일(수),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송두율 교수(뮌스터대ㆍ사회학과)의 항소심 첫 공판이 열렸다. 국내에 ‘경계인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송 교수는 ‘반체제 인사’로 분류돼 입국이 금지돼오다 작년 9월, 37년만에 입국했다. 입국하자마자 국정원의 조사를 받은 송두율 교수는 친북활동 등의 혐의로 지난 3월 30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7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 친북활동 논란
검찰은 송두율 교수가 속한 ‘민주사회건설협의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 ‘한국학술연구원’ 등을 ‘국제적인 반한 연대투쟁을 위한 친북단체’로, 송 교수가 주도해 1995년부터 6차까지 진행된 ‘남북해외학자 통일학술회의’를 ‘북한의 대남통일전선전술 역량 강화의 일환’으로 규정해 국가보안법(국보법) 2조 ‘반국가단체의 구성 등’을 위반했다며 고발했다.

 

검찰은 그의 저술겙??활동의 이적성 여부도 문제삼았다. 검찰은 “리송갑 교수는 수령과 인민의 관계는 사랑에 기초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내가 어떤 글에서 ‘수령’을 막스 베버의 카리스마 이론을 들어 설명한 것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하였다”는 송 교수의 한겨레신문 기고문을 인용해‘북한 권력과 주체사상을 찬양했다’는 혐의를 추가했다.

 

이에 대해 ‘송두율 교수 석방과 사상양심의 자유를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 이언희 간사는 “수령과 인민의 관계에 대한 말은 리송갑 교수의 의견이지 송 교수의 생각이 아니지 않느냐”며 “검찰의 공소장에는 이와 같이 어이없는 부분이 너무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송 교수가 이런 ‘친북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동당 후보위원으로 선임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 송두율 = 김철수 =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검찰은 송두율 교수가 1973년 조선로동당(노동당)에 가입했고 91년에는 ‘김철수’란 가명으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임됐다며, 국보법 제 3조 ‘간부 및 기타 주도적 임무 종사’조항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또한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결성된 반국가단체인 북한 공산집단’의 지령을 받아 북한에 입국하고 반국가단체 구성원과 회합해, 국가의 존립과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함으로써 국보법 6조 ‘잠입, 탈출’, 8조 ‘회합, 통신’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송 교수는 “노동당 가입은 북한 입국의 의례적 절차”고, “‘김철수’라는 가명을 사용하거나 후보위원으로 선임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변호인단은 항소이유서를 통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는 황장엽의 전언에 기반한 것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지난 98년 송두율 교수는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의 “송두율은 북한의 권력 서열 23위인 조선로동당(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와 동일인”이라는 주장에 대해 명예훼손과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4년간의 심리 끝에 “송두율과 김철수가 동일인이라는 증거가 없다”면서도 “황장엽의 증언에 송두율 에게 위해를 입힐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검찰은 이 민사소송에 대해 ‘사기미수’혐의를 추가 기소했고, 법원은 이를 중형 사유에 포함해 판결을 내렸다.

 

 

▲ 내재적 접근법
‘냉전시대의 북한연구방법론을 넘어서 ‘반공의 색안경’을 벗고, 그 사회 내부자의 시각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 송두율 교수의 내재적 접근법이다. 이는 ‘안으로부터의(internal) 인식을 넘어 과거의 선험적 접근을 거부하는 경험적 사고에 충실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정리돼, 객관적인 북한 연구를 가능케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이에 기초해 쓰여진 그의 저서 『민족은 사라지지 않는다』, 『경계인의 사색』 등에 대해 ‘내재적 접근법은 객관적 학문 방법이라기보다는 북한에 대한 편파적 옹호를 통해 주체사상을 일방적으로 찬양하고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덧붙여 ‘학문, 사상, 양심의 자유 등이 인간의 내적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적인 활동으로 나타날 경우 국가안보 등을 위하여 제한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책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세균 교수(정치학과)는 “내재적 접근법은 내재적 이해에 기초해 북한을 내재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라 설명하며,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학문적 업적에 대한 반학문적 비방이자, 송 교수의 북한연구 발전 궤적을 무시한 일면적 평가”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각 죄목의 변호와 함께, 국보법 자체의 위헌성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지난 4월 7일, 국보법에 대한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했으며, 항소이유서를 통해 ‘국가보안법은 헌법 12조 신체의 자유와 죄형법정주의, 11조 평등권, 37조 과잉금지의 원칙, 헌법 전문, 4조 평화통일정책 조항에 위배되는 위헌무효의 법률’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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