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업, 해외는 어떨까
영화 산업, 해외는 어떨까
  • 최학모 객원기자, 백인영 객원기자
  • 승인 2013.03.31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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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한국 영화의 황금기다. 한국영화 1억명 관객시대가 시작된 이때에 현재와 같은 호황을 이어나가기 위해 한국 영화산업은 어떤 고민을 해야할까. 『대학신문』에서는 자구책을 찾아 세계 영화계의 표본이 되고 있는 뉴질랜드와 인도의 영화산업에 대해 알아봤다.



자국민을 끌어당기는 컨텐츠, 인도

1년에 1000여편의 영화를 제작하고 매년 30억매 이상의 티켓 판매량을 기록하는 나라. 전체 영화 상영 시간의 97%가 자국 영화인 나라. 대체 이 나라가 어디일까.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 아니다. 바로 발리우드(Bollywood- 인도 뭄바이와 미국 할리우드의 합성어)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인도다.

◇인도의 대중문화, 영화=인도는 델리, 뭄바이 등 대도시를 제외하면 오락시설이나 유흥공간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TV 보급률 또한 65%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TV 보급률이 143%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셈. 때문에 시골과 도시를 가리지 않고 인도 전역에 퍼져있는 1만3천여개의 영화관이 인도인들의 유일한 오락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영화야말로 인도의 가장 보편적인 대중문화인 것이다. 이 사실을 증명하듯 작은 도시 고락푸르의 영화관은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매표소 앞에서 기다리던 로히트씨(23)는 “2주에 한 번 꼴로 영화를 보러온다”며 “「dabangg2」, 「abcd」 등 마음에 와닿는 영화를 보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평일 낮에도 대부분의 관객들이 좌석을 채우며, 「세 얼간이」의 주인공 아미르 칸 등 유명 배우가 출연한 영화는 개봉 일주일 전부터 전석 매진을 기록하기도 한다.

사진: 백인영 객원기자 goodragon@snu.kr

영화관에 입성하려면 검색대와 몸수색을 거쳐야 하는데(그림①), 이는 500여명의 사상자를 낸 2008년 뭄바이 테러 이후 생겨난 조치다. 영화 관람 문화 또한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인도의 영화 관객들은 상영 중에 본인이 받은 느낌을 표현하는데 개의치 않는다. 2월 15일 개봉해 인기를 끈 「murder3」가 고락푸르에서 상영되는 동안 관객들은 악역에 호통치고 영화에 삽입된 노래를 따라 부르는 등 시종일관 역동적이었다.

영화 상영 중간에 15분가량의 휴식 시간이 주어지는 것 또한 하나의 특징이다. 휴식 시간이 정확히 명시되지 않아 「murder3」 상영관은 계속해서 들락날락하는 관객들로 북적거렸다. 「murder3」을 보고 나온 관객 사히드(46)는 “영화는 어두운 현실을 도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창구”라며 “힘들 때마다 영화관을 찾아 위안을 얻는다”고 웃음 지었다.

◇인도 영화를 말하다=사히드 씨와 같은 인도 국민들의 열띤 지지를 바탕으로 인도의 영화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과 2010년 영화 제작자들과 멀티플렉스 간 수익 분배 분쟁으로 멀티플렉스 극장이 파업해 시장규모가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이를 제외하고서는 근 십년간 해마다 10% 내외의 비율로 영화산업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통계정보팀 김영수 연구원은 “현재의 영화시장 규모를 바탕으로 할 때 인도의 영화산업은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 9%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6억 8,300만 달러에 달하는 인도 영화시장의 90% 이상은 ‘마살라 영화’가 점유하고 있다. 외화가 40%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영화 산업과는 대조적이다. 마살라 영화는 인도 서부의 뭄바이를 중심으로 발달한 인도의 대표적인 상업영화를 일컫는 단어다. 권선징악적 줄거리, 춤과 노래, 멜로와 폭력 같은 요소들이 관객에게 인도 고유의 양념 마살라(masala)처럼 다채로운 느낌을 선사한다는 뜻에서 명명됐다. 영화의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장르와 소재를 달리하면서도 한결같은 음악적 요소가 인도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4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세 얼간이」도 마살라 영화 중 하나다.

일년 영화 제작 편수의 대부분은 뭄바이 외곽에 위치한 필름시티에서 만들어지지만, 예술 영화의 근거지는 따로 있다. 콜카타가 바로 그곳. 콜카타는 인도영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샤트야지트 레이(1921-1992)가 나고 죽은 곳이다. 그는 관객의 흥을 돋우는 데 치우친 마살라 영화의 전형성을 벗어나고자 콜카타 영화협회를 창설했다. 인도의 처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조명하는 예술 영화가 콜카타에서 싹을 틔운 것이다. 이후 영화협회 소속의 감독들은 네오리얼리즘 기조를 따라 도시의 부랑아들, 정치 부패에 대한 비판, 불안한 미래에 대한 분노 등을 주제로 한 영화를 제작했다. 죽음을 다룬 샤트야지트 레이의 대표작 「아푸 3부작(APUR SANSAR)」이 이러한 인도 예술영화의 경향성을 따르고 있다. 마살라 영화의 그림자에 가려 있기는 하지만 예술영화는 마니아층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인도 영화의 한 장르다. 콜카타 대로변에 위치한 예술영화전용관 난단 극장(그림②)에서는 꾸준히 실험적인 예술영화들을 상영하고 있다. 난단극장의 관계자는 “예술영화는 인도의 사실을 고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난단극장은 이러한 예술영화들의 아카이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살라 영화, 예술영화 등 자신들만의 영화형식을 확고히 한 덕분에 인도는 영화산업의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2013년 들어 유례없는 활황을 맞은 한국의 영화산업. 마냥 장밋빛 미래를 낙관하기에 앞서 인도가 그랬듯 자국민을 사로잡을 매력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로케이션 시장으로 세계를 사로잡다, 뉴질랜드

「베를린」, 「도둑들」 등 해외 로케이션으로 제작된 영화가 최근 충무로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영화제작사만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선호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헬로 스트레인저」 등 역으로 국내를 배경으로 영화를 찍는 외국 영화제작사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이런 추세에 발맞춰 2011년 ‘외국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 사업’을 도입했다. 이는 해외 자본이 순제작비의 80%를 초과하는 외국영상물 제작사의 영화와 드라마를 대상으로 한국 내 촬영비용이 1억원이 넘을 시 경우에 따라 최대 30%까지 공제해주는 사업이다. 이 제도를 통해 2011년 일본영화 「백자의 사람: 조선의 흙이 되다」, 중국영화 「길 위에서」 등이 각각 4억2천만원, 2억8천만원씩 총 7억원을 지원받았다. 영진위 국제사업부 김영구 담당자는 “올해에는 관광기금으로부터 26억원을 지원받아 약 4편 가량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외국 제작사에 일부 금액을 지원해 한국 내 영화 로케이션 시장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뉴질랜드, 로케이션에 주목하다=국가 차원에서 자국에 대규모 영화 촬영 로케이션 현장을 유치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국제적으로 일어났다. 뉴질랜드는 인구 450만명의 작은 나라지만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과 적극적으로 영화 공동제작협정을 맺어 협소한 영화업계의 한계를 극복한 좋은 예다. 1993년 제인 캠피온의 「피아노」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래 뉴질랜드는 2004년 오스카상 11개 부문을 석권한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등 다양한 수작을 배출하며 국제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3년 하반기 ‘대규모 예산 영화 제작지원안’을 마련한 뉴질랜드는 자국의 촬영 로케이션 시장 활성화와 영화산업 진흥을 위해 수차례 개정했다. ‘대규모 예산 영화 제작지원안’은 자국에서 집행되는 제작비용이 1500만 뉴질랜드달러가 넘는 경우에 한해 영화제작사에 15%의 세금 공제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흔히 할리우드 영화라고만 알려진 「킹콩」, 「나니아 연대기」, 「아바타」, 「혹성탈출」, 「호빗」 등도 이 사업에 따라 뉴질랜드와의 합작을 통해 제작됐다.

뉴질랜드는 2008년 우리나라와 영화 공동제작협정을 체결했다. 뉴질랜드와의 첫 합작영화는 아직 제작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지만, 2000년대 이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올드보이」, 「실미도」, 「남극 일기」 등 일부 국내 영화가 이미 뉴질랜드 남북섬의 다양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사진: 최학모 객원기자 greenchm@snu.kr

◇왜 로케이션 시장인가=뉴질랜드가 촬영 로케이션 시장에 주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제작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단순히 영화산업 자체로 그치지 않고 촬영지의 지역경제 및 관광산업까지도 선순환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에서는 이를 ‘프로도 경제’라 부른다. 뉴질랜드전역에서 「반지의 제왕」이 제작되는 과정에서 2만명의 고용이 창출됐으며, 이후 3년간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38억 달러 상당의 관광수익을 기록했다.

마타마타의 한 시골농장에 조성된 ‘호비튼 마을’. 「반지의 제왕」과 「호빗」의 세트장이었던 이 마을은 영화 촬영 이후 철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흥행함에 따라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오면서, 호비튼 마을은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과 「호빗」 제작에 이용한 여러 촬영기법을 엿볼 수 있는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너른 들판에 위치한 44채의 호빗굴은 난쟁이 종족 ‘호빗’이 더 작아 보이도록 실물 대비 60~100% 규모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아기자기하게 조성됐다. 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벽돌과 나무 사이에 푸르스름한 가짜 곰팡이가 켜켜이 피어난 모습을 볼 수 있다. 농장주 러셀 알렉산더씨는 “마을에 역사성을 더하고자 굴마다 삭힌 요구르트와 톱밥을 일일이 섞어 발라 인조 곰팡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알렉산더씨에게 1997년 「반지의 제왕」의 첫 촬영당시에 대해 물었다. 그는 “촬영 지원을 위해 농장에는 9개월 동안 170대 상당의 기술차량이 들어왔고 제작진과 출연진 500여명이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거대한 막사 4채가 일시적으로 조성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호비튼 마을의지난 15년에서 잠시나마 ‘프로도 경제’의 위력을 엿볼 수 있었다.

한편 뉴질랜드의 국영항공사 에어뉴질랜드는 「반지의 제왕」과 「호빗」을 테마로 ‘뜻밖의 브리핑: 안전교육’이라는 기내안전수칙 영상을 제작해 화제가 됐다. 영상에서는 피터 잭슨 감독과 호빗, 드워프, 엘프, 오크 등 톨킨의 소설 속 인물로 분한 승무원과 승객이 출연해 다소 우스꽝스럽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기내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웰링턴 국제공항은 청사 내에 「반지의 제왕」, 「호빗」을 테마로 다양한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기도 했다. 관광객으로 하여금 뉴질랜드를 톨킨의 이야기 속 ‘중간계’라고 착각하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뉴질랜드의 영화산업은 자국에 촬영 로케이션 시장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성장하는 동시에, 5천만 달러 상당의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부가가치를 이끌어내고 있다.

◇영화 강국으로 다시 태어나기까지=뉴질랜드가 영화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배후에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에 이르러 정권을 잡은 노동당의 헬렌 클라크 총리는 당시 국가적 차원에서 영화산업을 통해 관광산업을 육성한다는 새로운 성장정책을수립했다. 그해 중․소규모 영화를 지원하고자 예산에 2,200만 뉴질랜드달러를 배정한 이래 스크린평의회를 설립해 정부 차원에서 영화계의 마케팅 전략을 세워줄 수 있는 독립기관을 설립했다. 뿐만 아니라, 1978년에 설립된 뉴질랜드 영화위원회 예산을 50% 증액해 재정적 차원, 후학양성 차원에서 영화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영화산업에 대해 꾸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뉴질랜드는 2008년부터 존 키 수상이 이끄는 국민당 정권이 새로이 들어섰지만, 영화 및 관광산업에 대한 지난 정부의 주요 정책은 그대로 받아들여 시행 중이다. 존 키 수상 역시 관광부 장관을 겸직하며 두 산업을 진흥하고자 적극적으로 노력 중이다. 이는 2000년대 노동당 정권의 영화산업 진흥정책이 수립될 당시 정부, 국민, 기업, 정치권이 모두 참여해 충분한 논의를 나눴기 때문이다. 최근 뉴질랜드 정부는 오클랜드에 대규모 영화 스튜디오 복합단지를 조성해 오클랜드를 웰링턴에 이어 세계적 영화제작지로 키울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외국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 사업’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비한 점이 많을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해외 로케이션 시장’을 개척해 영화강국으로 우뚝 선 뉴질랜드야말로 우리가 참고해야 할 교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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