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보안과 검증, 인체인식기술의 원리를 밝히다 ①

오늘날 보안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인체를 이용해 본인임을 확인하는 ‘인체인식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대학신문』에서는 어떤 원리로 인체인식기술들이 작동하며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연재 순서 ① 지문인식기술 ② 홍채인식기술 ③ 정맥인식기술 ④ 얼굴인식기술

참고문헌
이만식, 「지문인식시스템에 관한 연구: 지문인식기술 동향 및 정책과제를 중심」
배영훈, 「생체인식 산업동향 및 전망」


2010년 호주의 한 고등학생이 생체인식시스템 산업계에 조그마한, 그러나 눈여겨보아야 할 파동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는 젤라틴이 인간의 피부와 같은 정전 용량을 가진다는 사실을 이용해 일명 ‘곰돌이 젤리’로 친구의 지문을 복제하고 이를 지문인식기에 성공적으로 입력했다. 지문인식 기술은 어떤 원리에 의해 구현되기에 이러한 해프닝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러한 해프닝을 방지하기 위해 최근에는 어떤 기술이 도입되고 있을까?

지문을 개인 식별의 도구로 사용하게 된 기원은 이미 기원전 7,000~6,000년경의 아시아 등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 도공들은 자신이 제작한 도자기에 표식을 남기기 위해 지문을 남겼는데 이는 오늘날 지문이 사용되는 맥락과 흡사하다. 다만 고대 중국의 방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해진 현대적 지문인식 시스템, 그 중에서도 지문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입력 장치의 원리는 크게 빛의 반사를 이용하는 방식의 ‘광학 센싱방법’과 손가락의 압력과 열, 초음파를 이용하는 방식 등의 ‘비광학 센싱방법’으로 나눠진다.

먼저 광학 센싱방법은 빛을 지문에 쏜 후 반사되는 2차 이미지를 기기에 입력시키는 방식으로 빛을 투사하는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소형화하기 곤란한 광학 센싱방법 대신 최근에는 비광학 센싱방법이 각광받고 있다. 이는 지문 이미지를 바로 전기 정보로 변환시킬 수 있어 별도의 매개 장치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지문인식 도어락 등이 비광학 센싱방법이 사용된 수많은 기기 중 하나다.

어떠한 이미지 스캔 방식이 이용되든 지문인식 기술은 ‘지문입력-특징추출-지문식별’의 세 과정으로 요약될 수 있다. 먼저 기기에 손가락을 대 지문을 입력시키고 나면 이러한 지문 이미지에 기초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지문인식 알고리즘’이 작동되고 여기서 지문의 특징을 추출하기 위한 작업이 이뤄진다. 우선 기기는 흐릿하게 반영된 지문 이미지의 음영대비를 강화하고 지문의 배경영역과 훼손영역을 제거한다. 이러한 작업을 거친 뒤 기기는 화면에 회색으로 나타난 부분을 선명하게 만듦으로써 인식해야 할 이미지를 구체화한다.

그 다음으로 진행되는 과정은 이러한 이미지로부터 ‘특징점’을 추출하는 것이다. 특징점은 곡선 형태의 ‘융선’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지점과 끝나는 지점으로 타인과 중복되지 않는 고유의 표식과 같다. 융선은 손가락 끝 땀샘이 곡선의 형태로 융기한 것을 가리킨다. 여기서 데이터로부터 추출된 지문의 ‘기준 특징점’과 그 주변 특징점들 간의 거리와 각도 등이 분석되는데 그 결과는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돼있는 지문의 데이터와 비교된다. 이 두 데이터, 기기에 인식된 지문 영상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공식 지문 영상 사이의 전체적인 유사도 측정이 이뤄지면 최종 매칭 점수가 계산된다. 이로부터 본인 여부가 최종적으로 판정되는 것이다. 이처럼 기존 지문인식 기기들은 오직 지문의 형태적인 특성만을 추출했기에 ‘곰돌이 젤리’ 사건에서 그랬던 것처럼 지문의 단순 복사를 통한 신원 도용이 가능했던 것이다.

삽화: 강동석 기자 tbag@snu.kr

그럼에도 이러한 특징점 추출 알고리즘 덕분에 열 손가락의 지문을 모두 추출해야 하던 과거와는 달리 한 손가락의 지문만 추출해도 신원을 확인할 수 있게 됐으며 비용과 시간을 훨씬 단축시켰다. 기준 데이터베이스를 위해 전 국민의 지문을 전수조사 할 수 있는 현대적 방법론이 필요하지만 일단 이러한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된다면 손가락을 기기에 대는 과정만으로 수많은 데이터가 요청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지문인식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홍채 혹은 얼굴 인식 기술까지를 동원하는 ‘다중 생체 인식기기’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애플’ 사(社)가 인수한 ‘오쏜테크’ 사(社)에서 연구하고 있고 실제로 상용화한 맥박과 혈류량, 그리고 지문 데이터를 동시에 인식하는 기술이 바로 그 예다. 이러한 다중 생체 인식기술의 사용은 앞으로 지문 인식 기술의 보안성을 점차 강화해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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