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남 석사과정
(농생명공학부)
개나리가 벌써 노랗게 피어난 것을 보니 겨우내 춥고 시리기만 하던 관악에도 봄이 오고 있나 보다. 이제 곧 벚꽃과 철쭉으로 교정이 가득할 것이다. 하지만 화사하고 따뜻한 캠퍼스가 마냥 반갑지는 않다. 매년 봄과 같이 오는 엄청난 등산인파는 정문과 나란히 늘어선 등산로를 가득 메운다. 주말엔 버스 정류장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고, 심지어 학교 안에도 등산복을 입은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등교를 하는 사람이 별로 없음에도 지하철역에서 학교에 들어올 생각을 하면 마음이 갑갑해진다. 평소 통학 버스 역할을 하는 교내의 시내버스들도 주말 아침이면 등산객으로 가득 차 올라타는 것조차 쉽지 않다. 대학원 일정으로 인해 여느 때와 같이 주말 등교전쟁을 하며 교문을 들어서다 문득 든 생각이 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주말마다 몰리는 걸까? 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관악산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을 만큼 멋진 산이었다. 봄여름에는 수많은 꽃들이 피고 가을에는 단풍이 정말 예쁘다. 또 산을 오르면 서울과 경기도를 한 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좋은 산이다.

서울대 캠퍼스가 관악으로 옮겨지기까지 많은 비화가 있다고 하지만, 이유가 어찌됐든 우리는 이 아름다운 관악산을 캠퍼스로 사용하고 있다. 자연은 모든 국민들이 공유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관악산을 독점하고 사용하는 것은 우리 쪽이다. 더구나 국립대인 서울대를 세우는 데에 사용된 재화는 국민들의 세금으로부터 비롯되었고, 지속적인 지원으로 인해 등록금 또한 주변 사립대에 비해 상당히 낮다. 서울대가 좋은 학교일 수 있었던 조건 중에 국립대라는 사실은 분명 크게 작용한다. 물론 자신의 노력으로 좋은 학교에 다니는 것이라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역시 커다란 혜택을 받고 있으리라.

몇 해 전 법인화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고 이제 ‘국립대학법인’이 되었다. 예전보다 국가에 대한 의존도 적어질 것이고, 이에 따라 개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부분도 많아질 수 있다. 과연 ‘법인’이라는 틀 속에서 ‘국립’이 가지는 정체성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앞으로 학교가 어떤 방식으로 돌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오랜 시간동안 국가에 의해 유지되어 왔다. 그 존재 형태가 어떠하던 간에 국가에 의해 세워진 학교가, 그리고 그 학교를 구성하는 학생들이 가져야하는 책임감은 앞으로도 계속 남아야한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헌신 같은 거창한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누리고 있는 권리의 뿌리가 어디인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해가 갈수록 학생들 사이에서 다양한 담론들이 오고가는 소통의 통로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수업을 듣고 학점을 채우다 졸업을 해버리는 것 같은 요즘 대학에서 이런 가치를 공유할 수조차 없는 학생들이 안타깝다.

우리가 ‘조국의 미래’에 대한 답을 거창하게 해줄 수는 없겠지만, ‘고개를 들어 관악을 바라볼’ 우리 민족으로 인해 서울대가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품고 있어야 할 것이다. 개인주의에 의해 자신의 세계를 구성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자신이 감수하는 불편에 대한 무조건적인 이해를 바라는 것은 어렵겠지만, 붐비는 봄의 교정까지도 감사한 마음으로 너그러이 받아들인다면 좀 더 멋진 새 학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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