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다양한 대학입시제도

일본의 대학입시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화’라고 할 수 있다.

국가주도가 아닌 각 대학의 방침에 따라 이뤄지는 일본 대학입시는 다양한 전형방법, 전형일정, 시험교과목으로 치러진다. 우리나라 수능시험과 같은 대학입시센터시험을 비롯해 대학별 학력고사, 면접, 소논문, 추천입학 등 여러가지 전형방법이 있어 각 대학·학부·학과별로 원하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다양한 전형 기준을 도입할 수 있다.

입시 일정은 대체로 전기, 후기로 나누어 진행되며, 전형 방법도 다양하기 때문에 수험생은 동일 대학, 동일 학과에 복수지원의 기회가 많아진다. 대학입시센터시험 과목은 6교과 32과목으로 매우 다양한데 각 대학은 이 가운데 보통 5교과 6과목을 지정, 수험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을 결정한 수험생의 경우에는 입시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입학생 선발의 다양화 경향은 국립대보다 사립대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특히 대학부속 고등학교 졸업생이 무시험으로 동일한 재단의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일관 교육제도’, 이른바 ‘에스컬레이터식 교육제도’는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와세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은 와세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별도의 를 치르지 않고 와세다대에 입학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이 마치 에스컬레이터를 탄 것과 같이 진행된다고 해 에스컬레이터식 교육제도라는 별칭이 붙었다.

주로 사립대와 여자대학에서 이러한 전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고 있는데 해마다 진학 희망자 수가 늘고 있는 추세이며 학교 측도 이러한 경향에 따라 학교의 신설, 확충에 힘쓰고 있다. 특히 명문 사학으로 알려진 게이오, 와세다의 일관교육 시스템이 유명하며 초등학교 입학이 곧 로 여겨져 초등학교 입시도 그 열기가 뜨겁다. 게이오는 초등학교 1개, 중학교 3개, 고등학교 5개를 가지고 있으며, 와세다는 초등학교 1개, 중학교 1개, 고등학교 2개를 운영 중이다.

일관 교육제도에 따라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 입학 시험 대신 졸업논문을 제출한다. 논문의 준비기간은 6개월 정도이며, 심사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이 돼야 해당 대학의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안자이 유이치로 게이오대 총장은 “에스컬레이터식 대학 입학은 수험 공부에 매달리지 않고 다양한 경험과 연구를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다만 활동범위가 게이오 울타리 내에서만 한정될 수 있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슈(九州)대의 ‘21세기 프로그램’ 학생선발 방법도 일반적인 입시 전형과는 차별화돼 있다.

규슈대가 2001년부터 실시한 21세기 프로그램은 정보, 환경, 국제 분야를 학제적으로 연구할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학생 선발은 2단계에 걸쳐 이뤄지는데, 1단계에서는 지원한 학생이 3개 분야에 대한 강의를 수강한 뒤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한다. 1단계를 통과한 지원자들은 연구회 형식의 발표와 최종 소논문 제출, 개인 면접을 거쳐 최종적으로 선발된다. 이러한 선발과정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재 선발’이라는 규슈대 21세기 교육프로그램의 취지를 잘 살리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일본의 대학입시제도는 수능시험과 내신성적으로만 학생을 평가하는 우리나라의 입시제도에 시사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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