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보안과 검증, 인체인식기술의 원리를 밝히다 ②

오늘날 보안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인체를 이용해 본인임을 확인하는 ‘인체인식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대학신문』에서는 어떤 원리로 인체인식기술들이 작동하며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연재 순서 ① 지문인식기술 ② 홍채인식기술 ③ 정맥인식기술 ④ 얼굴인식기술

참고문헌
송재영 외 3, 「개인 식별을 위한 홍채 인식 시스템 구현」, 한밭대 정보통신전대학원 논문집, 2009. 


일반적으로 홍채 인식 기술은 FBI 같은 정보기관이나 중요한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소에 국한된 것으로 여겨진다. 홍채 인식 장치는 일상생활에서 볼 수 없지만 비밀 요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미션 임파서블」이나 국가정보원을 다룬 드라마 「7급 공무원」에서는 어김없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생체 인식 장치에는 지문, 정맥, 얼굴, 음성 등 많은 종류가 있는데 왜 영화에서는 보안이 삼엄한 정보기관이나 연구소에서 공통적으로 홍채 인식 장치를 이용하는 것일까.

생체인식 기술에 이용되는 신체 부위는 여러 특징을 지녀야 한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고유한 패턴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나이가 들어도 그 부위의 특성이 변해서는 안 된다. 홍채는 여느 생체인식 기술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특징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홍채의 무늬가 각기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실은 1980년대 중반 안과 의사 레오나드로 플롬(Leonard Flom)과 알란 사피르(Aran Safir)에 의해 발견된 바 있다. 더 나아가 1993년에는 존 더그만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 컴퓨터시각·패턴인식전공)가 홍채 패턴을 256바이트로 코드화 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이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세 사람은 홍채 인식 시스템을 개발했다. 현재까지 개발된 홍채 인식 시스템들은 대부분 이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흥미롭게도 홍채 무늬는 생후 6개월 이내에 형성되고 2~3세 정도에 그 패턴이 완성되지만 오랜 기간동안 변하지 않는다. 또한 홍채 패턴은 일란성 쌍둥이끼리도 다르고 한 사람의 좌우 눈도 다른 패턴을 갖기 때문에 인식 기술로 적합한 특성을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정된 모습을 갖는 다른 생체적 특징과 달리 빛에 따라 영상이 달라져 위조나 복사가 어렵다. 이러한 장점들로 홍채 인식 시스템은 훌륭한 생체인식 시스템 중 하나로 평가된다.

삽화: 강동석 기자 tbag@snu.kr

홍채 인식 시스템은 ‘홍채 영상 취득과 전처리-동공 및 홍채 영역 추출-홍채 특징 추출-홍채 코드 생성-등록 및 식별’의 과정으로 구성된다. 사용자의 눈을 카메라로 촬영해 홍채 영상을 취득한 후 영상을 분석하기 위해 ‘전처리 과정’을 거친다. 전처리 과정은 그레이화, 에지(영상 안의 윤곽선) 검출, 필터링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서 그레이화는 빨강, 초록, 파랑 세 가지 색으로 구성되는 픽셀을 세 값의 평균값으로 대체해 명암값으로 처리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컬러 영상을 명암값으로 표현된 영상으로 바꾼다.

이후 진행되는 과정은 동공과 홍채의 경계나 홍채와 눈의 흰자의 경계 등 영상의 윤곽선을 찾는 작업이다. 홍채 무늬를 분석하려면 우선 영상에서 홍채 부분을 분리, 구분해야 하는데 윤곽선을 검출하는 작업이 그 과정이다. 홍채는 도넛 모양이기 때문에 영역 구분을 위해 원형 경계 검출기(Circular Edge Detector)를 이용한다. 동공과 홍채, 홍채와 흰자는 밝기가 매우 다르다. 이 점을 이용해 원형 경계 검출기는 영상의 명암값이 급격하게 변하는 지점을 찾는다. 그렇게 찾은 지점을 연결하면 홍채의 윤곽선을 그릴 수 있다.

이어지는 ‘필터링’은 영상의 잡음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홍채 인식 영상은 빛이나 주변 환경에 의해 영상 잡음이 생길 수 있다. 데이터의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 대략적인 유추를 통해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보다 필터링을 통해 처음부터 고려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오인식률을 낮출 수 있다.

홍채의 특징점들은 홍채 전체에 걸쳐 존재한다. 하지만 많은 무늬 특징점들이 홍채 중심부에 밀집돼 있어 홍채 인식 시스템은 홍채 중심부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이 분석을 바탕으로 홍채 코드를 생성하는데 홍채 코드는 홍채 영상을 숫자 데이터로 변환한 결과를 말한다. 홍채 코드를 형성함으로써 홍채 정보의 효율적인 등록과 인증이 가능해진다. 홍채 영역에서 무늬 패턴의 특징을 추출하고 이 특징 신호를 저장과 비교가 쉬운 2진수의 비트열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하나의 홍채 영상은 0과 1로 이뤄진 일정 길이의 숫자 배열로 변환되는데 이것이 홍채 코드다.

생성된 홍채 코드는 사용자의 진위 여부를 결정하는 데 이용된다. 사용자가 홍채 인식 장치를 처음 사용하면서 등록한 홍채 영상의 코드(등록 데이터)와 이후 인증을 위해 입력한 홍채 영상의 코드(인증 데이터)가 얼마나 일치하는가가 사용자의 진위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생체인식에서는 입력된 특징 데이터가 등록 시 획득된 데이터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경우는 없다. 왜냐하면 빛과 환경의 영향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어느 정도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등록 데이터와 인증 데이터가 일치하는 정도가 설정한 기준값보다 높으면 동일인으로 간주된다. 이때 식별은 ‘해밍 거리(Hamming Distance)’의 계산을 통해 이뤄진다.

등록 당시 홍채 코드를 A, 이후 인증을 위해 입력된 홍채 코드를 B라 할 때 A와 B의 동일 위치의 값을 비교해 다른 값이 얼마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이 '해밍 거리'다. 다른 값이 100개 중 32개 빈도보다 낮으면 동일인으로 판단하고 더 높으면 동일인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홍채 인식 시스템은 다른 생체인식 기술에 비해 인식률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홍채 영상 촬영을 위한 카메라가 필수적인데 카메라가 고가이기 때문에 다른 생체인식 기술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비싼 가격은 홍채 인식 장치가 보편화되는 데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또 사용자가 거부감을 느낀다는 점도 해결돼야 할 과제다. 또 홍채 인식 기술은 아직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이 아닌데다 눈을 기계 장치에 가까이 해야 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로 인해 홍채 인식 기술은 아직까지 의학 센터나 연구소 등지의 보안에만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6일(수) 고양시에서 열린 세계보안엑스포에서 3미터 거리에서도 홍채 인식을 할 수 있는 장비가 소개됐다. 이 기술은 기계 가까이 눈을 가져가야 하는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최근 USB 포트를 이용해 컴퓨터에서 이용할 수 있는 휴대용 홍채 인식 장치도 개발됐다. 이러한 활발한 기술 발전을 통해 홍채 인식 기술이 일반인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올 날이 곧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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