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제미’라는 특이한 수업 방식이 존재한다.

제미는 3학년부터 2년간 한 가지 학문주제를, 한 명의 지도교수에게, 같은 동료학생들과 배우는 일종의 ‘학습서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독일의 제미나(seminar)수업과 지도교수제를 참고한 것으로 이를 일본식으로 읽어 ‘제미’라고 부른다. 제미는 8학점 이수과목으로 담당교수의 지도를 받은 졸업논문 발표로 마무리된다.

지난 달 26일 와세다대를 찾아 참관한 ‘국제관계와 안전보장’ 제미. 수업이 다가오자 이 날 ‘국제관계와 윤리’ 발표를 맡은 이와사키 스나오씨(정치경제학부·3)는 분주하게 발표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속속 몰려든 수강생은 정확히 20명. 다소 적은 수의 수강인원은 밀도 있는 토론 수업을 위해 학교 측에서 20명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제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2학년 말에 신청원서를 낸 후 담당 지도교수의 면접에 통과해야 한다. 인기있는 제미는 수강신청 경쟁이 치열하고, 원하는 제미의 수강신청을 미처 하지 못한 학생은 직접 교수를 찾아가 사정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수업 시작과 동시에 스나오의 발표가 시작됐다. 발표가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간다. “윤리와 도덕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상주의는 과연 실현 가능한가?” 등 동료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수업이 진행된 90분 동안 교수는 책상에 앉아 “니부어의 도덕적 인간, 비도덕적 사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의 질문으로 토론을 이끌 뿐이었다.

본 수업이 끝나자 학생들은 다른 강의실로 바쁘게 향한다. 제미의 주제와 관련된 이론서적을 발제, 토론하는 서브제미 수업을 위해서다. 서브제미 역시 본 수업과 마찬가지로 90분간 진행됐다.

와세다대에는 ‘공공정책연구’, ‘게임이론과 응용’ 등 정치학과에만 3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일본 대학생들은 대학원 진학 준비나 돈독한 사제관계를 쌓는 기회, 제미 출신 선배들과의 연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 등 다양한 이유로 제미를 선택한다.
‘국제관계와 안전보장’ 제미를 담당하고 있는 야마모토 다케히코 교수(와세다대·정치학과)는 “제미 수업은 학생들의 토론, 지적을 통해 자극을 받고 깨닫는 기회가 돼 교수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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