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KTX 경쟁체제 도입 논란으로 온 나라가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정부는 민간개방을 밀어붙였고, 코레일을 비롯한 반대하는 쪽에서는 절대불가를 외치며 파업도 불사할 태세였다.

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와 정치권에서 제2공사 설립을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한다고 한다.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2공사 설립을 통해 공공성, 효율성, 미래의 불확실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 모두를 잡아야 한다고 수차례 제언한 바 있다. 비록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정부와 정치권이 이제라도 합리적인 방향을 설정한 듯하여 반가운 마음이다. 기왕에 제2공사를 설립한다면 코레일처럼 정부가 100% 출자하는 형태보다는 정부의 출자비율을 낮춰 보다 유연한 조직형태였으면 한다.

그렇다면 제2공사 설립만으로 KTX 경쟁체제가 성공적으로 도입될 수 있을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에 있다.

정부는 여전히 수서발 KTX 운영권 전체를 제2사업자에게 위임할 모양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지역독점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KTX와 같은 고급 교통수단 이용자는 비용보다 시간에 더 민감하다. 서울-부산의 KTX 통행시간이 2시간 남짓인데, 강남에 사는 주민들이 30-40분의 추가 접근시간을 감내하고 서울역이나 용산역에서 코레일의 KTX를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동일노선 경쟁이다. 즉 수서발 KTX 운영에 제2사업자뿐만 아니라 코레일도 참여시켜 서비스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시민들은 합리적 운임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의 열차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정책당국은 어떤 기관이 효율적인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자연스레 두 기관의 내부혁신과 경쟁을 유도해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동일노선 경쟁의 성공사례는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 확인된 바 있다.

다음으로 공정경쟁의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2004년 철도 구조개혁 당시, 철도청을 시설을 담당하는 철도시설공단과 운영을 담당하는 코레일로 분리했다. 선로 유지보수 업무는 시설분야에 해당하므로 철도시설공단의 업무에 해당하나, 문제는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의 대부분이 코레일에 남은 것이다. 그 결과 관련 업무를 코레일에 사실상 독점 위탁하게 되었고, 이것이 코레일의 고비용 구조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제라도 유지보수 인력을 철도시설공단에 이관하거나 새로운 기관으로 독립하여 코레일이 열차운영에만 전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차량검수와 역 운영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열차를 운영하려면 일정 기간마다 차량을 점검해야 하고, 승객 서비스를 위해서는 역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차량검수와 역 운영은 코레일에 의해 독점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제2사업자는 매우 불리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코레일이 독점하고 있는 유지보수, 차량검수, 역 운영 구조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는 코레일의 부담을 완화함과 동시에 제2사업자가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일 것이다.

 

장수은 교수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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