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적 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 등 새로운 형태의 경제 주체들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대학 인근 지역에서도 사회적경제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대학신문』은 우리 주변에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사회적 경제 수립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 대해 알아봤다.

연재 순서 ①나눔 방앗간 ❷카페모아 ③여성민우회 생협 ④성대골 마을공동체


봉천역 4번 출구. 평범해 보이지만 조금은 특별한 커피전문점이 있다.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 바리스타가 카페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이어주고 있는 ‘카페모아(Cafe More)’의 이야기이다.

카페모아는 안마사 등에 한정된 시각장애인의 직업의 벽을 허물고 더 다양한 직종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이 서울특별시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운영한 ‘바리스타 카페창업훈련’을 통해 3기에 걸쳐 15명의 시각장애인 바리스타를 배출했다. 이 중 우수교육생 4명을 뽑아 직원으로 채용하고 2009년 4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1층에 봉천점을 열었다.

기자가 찾아간 카페모아 봉천점에는 바리스타 2명과 매니저 1명이 일하고 있었다. 주문을 받는 비장애인 매니저를 제외하면 커피 맛을 책임지고 있는 바리스타들은 모두 시각장애인이다. ‘시각장애인 바리스타가 커피를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오산이었다. 시각장애인이라 하기엔 커피를 내리고 우유거품을 만드는 모습이 너무나 능숙했다. 5분도 채 되지 않아 주문받은 일곱 개의 커피를 만들어냈다. 맛과 향 또한 훌륭했다. 바리스타 2급 자격증, 장애인 바리스타 대회 2위의 스펙도 그들의 실력을 증명해줬다.

사진: 심수진 기자 jin08061992@snu.kr, 삽화: 선우훈 기자 mrdrug@snu.kr

물론 어려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시각장애 1급인 바리스타 김길현씨는 “눈이 안보이다 보니 물 양을 정확히 맞추는 등 커피 제조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불편해 급할 때는 오히려 위축될 때가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김씨는 “처음 시작했을 때 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커피를 만들고 있다”며 불편함을 극복하려는 의지도 당차게 밝혔다.

카페모아는 2013년 3월 현재 누적매출액 7억 3천만원, 누적고객 27만명의 뛰어난 경영성과를 거두며 성장하고 있다. 많은 사회적기업이 경영난에 시달리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또 카페모아는 단순한 이익창출을 넘어 시각장애인 복지 향상을 추구하며 사회적기업의 우수사례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카페 운영을 통해 얻어진 수익금 전액이 시각장애인 학습지원, 정보화 장비지원 등 시각장애인 복리후생 증진과 카페모아 추가 개점을 위해서 사용되기 때문이다. 현재 카페모아는 봉천점을 시작으로 현재 4개의 매장(숙명여대점, 관악구청점, 실로암안과병원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10명의 시각장애인 바리스타가 카페모아에서 일을 하고 있다.

또 카페모아는 커피를 통해 시각장애인이 세상과 소통하는 공간의 역할도 하고 있다. 비장애인들이 시각장애인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커피를 마시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한편 장애인들에게는 세상으로 당당하게 나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바리스타 조연화씨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직접 만든 커피를 전해주는 게 즐겁다”며 “장애로 인해 많이 우울했는데 바리스타 일을 시작하며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바리스타들은 자신만의 카페를 창업하겠다는 꿈을 향해 하루하루 발전하고 있었다.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어성은 국장은 “시각장애인들이 바리스타에 도전하며 그들도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카페모아가 시각장애인에게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카페모아의 바리스타들은 이번주 금요일에 열릴 ‘2013 월드슈퍼바리스타 챔피언십’에 참가해 그들의 실력을 겨룰 예정이다. 장애라는 불편을 딛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행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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