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와 한국외대가 2014년 모집요강에서 자유전공을 사실상 폐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학생 측과 학교 측의 마찰이 격화되고 있다. 연세대는 내년부터 자유전공을 폐지하고 송도 국제캠퍼스에 신설되는 글로벌융합학부에 통합해 운영하기로 했다. 또한 한국외대는 외교관 양성을 목표로 하는 L&D(Language&Diplomacy)학부를 신설해 자유전공학부를 이곳에 편입시키기로 했다. 한국외대 자유전공학부 신지원 학생회장은 “지난 3월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부터 학과가 폐지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학과 문제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학생들과의 상의 없이 학과를 폐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①「연세춘추」, ② 윤다혜씨(한국외대 자유전공학부·12)

◇자유전공을 둘러싼 논란과 폐지=2009년 등장한 자유전공은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학생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공부를 찾아 자기주도적으로 전공을 설계하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교육을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로스쿨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 서울대를 비롯한 25개의 대학들은 폐지된 법대의 학부 정원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자유전공학부을 설립했다.

신설 초기 많은 대학들이 문학·사회·철학을 아우르는 융합인재를 키워내겠다는 본연의 취지와는 달리 대다수의 학생들이 취업에 유리한 상경계열로 진학하는 문제가 지적됐다. 대부분 대학 자유전공 재적인원의 7~80%가 상경계열로 진학했으며 그나마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서울대의 경우에도 작년 자유전공학부 재적인원 637명 중에 52.4%에 달하는 334명이 경영학과나 경제학부로 쏠리는 현상이 있었다. 게다가 여러 대학들이 자유전공을 본연의 취지와는 달리 고시공부나 의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한 과정으로 운영함에 따라 자유전공의 존폐를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다양한 대학들이 학과 성격에 따라 그 이름을 정책학과(한양대), 글로벌리더학부(성균관대), 공공인재학과(중앙대) 등으로 바꾸는 등 사실상 폐지되는 수순을 밟았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학교들이 로스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법대 학사정원의 유실을 막기 위해 자유전공을 신설했지만 너무 성급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교육개발원 유현숙 박사는 “학교들이 정원을 채우는 데 급급해 세부적인 교육 가이드라인을 세우기도 전에 학생들을 입학시키다 보니 교수와 학생만 있고 교육과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학교 측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혁하기 위해서 자유전공을 폐지하고 새로운 학과를 신설하겠다는 입장이다.

삽화: 강동석 기자 tbag@snu.kr

◇지금이라도 구체적인 교육 커리큘럼 제시해야=이번 자유전공의 잇따른 폐지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학이 학과신설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대학이 학과신설과 폐지에 주어진 자율성을 이용해 너무 시대에 편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학과 개편 관련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학과의 신설이나 폐지에 대해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연구원은 “대학의 학과 개편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하되, 이것이 올바르게 작동하지 못한다면 정부 차원의 개입도 고려해볼 만하다”며 “하지만 이 또한 부작용이 있을 우려가 크므로 신중한 개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현재 남아있는 30여개의 자유전공을 본 취지에 맞게 올바르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구체적인 교육 커리큘럼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현숙 박사는 대학에서 학생들이 따라갈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박사는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대의 학생설계전공이나 한동대의 전공 선택 방식이 바람직해 보인다”며 “1학년 때는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해서 자신의 적성을 찾을 수 있는 전공탐색 기간을 가진 뒤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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