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보존 철학과 관련해 중요한 지점 중 하나는 적절한 용어를 찾고 사용하는 것이다. 문화재에 대한 개입 정도에 따라 올바른 용어를 사용해야만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건축문화재와 관련한 다양한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으나 「역사적 건축물과 유적의 수리복원 및 관리에 관한 일반원칙」에서 제시한 용어 정의를 기준으로 삼을 만하다.

이 문서에서는 문화재에 대한 제반 개입 조치 모두를 ‘보존’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보존’ 조치의 성격에 따라 ‘수리’, ‘보강’, ‘수복’, ‘복원’, ‘이건’이라는 5개의 하위 개념을 정의하였다. 수리와 보강은 유사해 보이지만 수리가 훼손된 부분을 원상태로 고치는 행위인데 비해, 보강은 현재의 상태를 견고히 하는 행위이다. 수복과 복원 역시 고증을 통해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행위지만 수복보다는 복원이 좀더 전면적인 개입을 포함한다. ‘이건’의 경우 위의 개념들과는 조금 다른 성격으로 문화재의 보존을 위해 다른 장소에 옮기는 행위를 뜻한다. 이때 최소 개입의 원칙에 따라 복원보다는 수복이, 수복보다는 수리가 권장된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에도 여전히 미진한 점은 있다. 우선 복원이라는 용어를 좀더 세분화해 사용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문화재 관련 사업들에는 ‘복원’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으나 사안에 따라 부적절한 경우가 많다. 복원은 ‘원형 그대로’ 되돌린다는 뜻이다. 도면 및 실측 자료를 바탕으로 한 숭례문은 복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조선시대와 고려시대 양식을 혼용해 지은 불국사 건축을 복원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와 관련해 전봉희 교수는 추정에 근거한 경우 ‘재건’으로 구분해 오해가 없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는 원형을 찾는다는 복원(復原)과 구분되는 복원(復元)이라는 용어사용을 시도하기도 했다.

보존 철학에 관해 일찍부터 고민해 온 유럽에서도 개념에 관한 논란은 꾸준히 있어 왔다. 이들은 여전히 보존 조치를 ‘conservation(현상 유지)’으로 볼 것이냐 ‘restoration(적극적 복원)’으로 볼 것이냐에 대해서도 논쟁 중이다. 그러나 우리와 다른 점은 보존 철학에 대해 끊임없이 토의하고 고민한다는 점이다. 우리 역시 바람직한 복원을 위해서는 보존 철학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을 인정하고 용어의 정립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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