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능력을 가진 과학기술 전문인력 풀(pool)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가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에는 지구촌 내에서 각 지역(국가)들이 경쟁하고 협조하면서 성장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각 지역 주민들의 생활의 질이 결정된다.

 

각 지역 경쟁력은 지역이 발전시켜 활용할 수 있는 창조적 계급의 규모에 의하여 결정되는데, 이러한 창조적 계급의 핵심적 구성부문의 하나가 질적으로 우수한 이공계 전문인력이다. 그러므로 질적으로 우수한 이공계 전문인력의 풀이 줄어든다는 것은 창조적 계급의 규모가 축소되어 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그만큼 지구촌에서 그 지역의 경쟁력이 상실되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공계 위기의 본질은 우리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질적으로 우수한 예비인력 풀 가운데 이공계로 끌어들여야 할 몫을 끌어들이고, 이미 과학기술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수한 전문인력 풀의 질적 수준을 업그레이드시켜 최대의 성과를 올릴 수 있게 하는 동기를 부여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공계의 위기가 이공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때,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나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전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요구된다. 흔히 비전은 조직이나 지역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장(mind field)에 비유된다. 장(field)은 전기장, 자장, 중력장과 같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어떤 힘 또는 영향력이다. 이 장들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그 영향력과 힘은 느낄 수 있으며, 효과를 관찰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떤 조직이나 지역의 공간을 채우고 있으면서 구성원들의 사고나 행태, 또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마음의 장이며, 그것은 그 지역이나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다.

 

 

이공계 전문 인력 재교육은 이공계 기피 극복의 방법

 

 

지난 1997년 IMF사태 이후 우리사회가 구성원들에게 던지고 있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것이 우리가 이공계 위기를 극복하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계속 물어야 할 질문이다. 흔히 접할 수 있는 메시지들은 ‘과학기술진보의 속도가 매우 빨라서 공부는 더 어려워지고, 지식과 기술은 빨리 낙후되며, 배운 것을 활용할 기간은 더 짧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새로 조직에 들어오는 후배들에 비해서 비교우위를 상실하고, 재충전 기회가 부족하여 경쟁력은 더욱 급속히 저하된다’, ‘사회적 네트워크가 취약하여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 것들이다.

 

이제 우리사회는 종래 우리사회를 지배하던 부정적 메시지를 불식할 수 있는 카운터 메시지(counter message)들을 마련해야 한다. 이공계 출신 전문 인력들이 일정기간 현장에서 일한 후에 자기 전공분야에서 발전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거나 관리자로서의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재교육 기회를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MIT를 위시해서 미국의 유수한 대학들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수년 동안 일선현장에서 일한 후에 한 학기 또는 일년 동안 전일제 학생으로 자기 전공분야 지식을 재충전하거나 관리자로서의 경영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재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소속기관들은 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제도를 마련한다면 이공계 전문인력들의 경쟁력을 배양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사회가 이공계 기피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카운터 메시지들을 마련할 더 많은 제도적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노화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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