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혜진 기자
취재부
2011년 서울대에서는 법인화를 막으려는 몸부림과 그들을 설득하는 실랑이가 매일 이어졌다. 그러나 같은해 12월 법인 서울대는 결국 첫 발을 내디뎠다. 법인 출범 직후에도 서울대의 미래를 우려하며 법인화법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매일같이 이어졌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법인화를 경계하던 당시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법인화가 되면 서울대의 많은 것이 변할 줄 알았지만 실제로 눈에 보이는 캠퍼스의 모습은 법인화 전과 다르지 않다. 법인화 이후 어떤 변화가 있는지 궁금증을 갖는 사람도 거의 없을 정도다.

하지만 분명 서울대는 변하고 있다. 그 변화가 일반 학내 구성원들이 느낄 만큼 깊숙이 침투하지 않았을 뿐이다. 국제화 관련 제도, 시간강사 문제 등 법인화와 전혀 관련 없을 것 같은 사안을 문제 삼아 취재해보면 항상 그 원인의 끝은 법인화가 쥐고 있었다. 늘 이용하는 셔틀버스에 법인화 이후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법인화는 눈에 보이지 않게 서울대 전반을 구석구석 바꿔놓고 있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변화가 가시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인화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법인화 이후 당연하게 서울대로 귀속되리라 여겨졌던 재산들이 여전히 양도되지 못하고 있고 26대 총장은 법인화법에서 정한 간선제에 의거해 학내 구성원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채 선출될 상황에 처했다. 이외에도 당장의 우리 일상과 관련된 문제가 아닐 뿐 법인화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변화는 한번 자리잡고 나면 다시 변화하기는 힘들다. 법인화의 문제점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도 법인화 초기인 지금이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른다. 여기저기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지나치면 이를 바로잡기 위해 몇 배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물론 법인화는 거시적이고 복잡한 변화인 만큼 머리 아픈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본부가 스스로 법인화의 부작용을 알아채고 수정하기만을 기다리다가는 너무 늦을 수 있다. 학내 구성원 스스로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법인 서울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바로잡아 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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