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수), 국회에서 일명 ‘탐정법’으로 불리는 「민간조사업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민간조사제도를 만들어 불법행위를 하는 심부름센터를 근절하고 국민의 정보수집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찬반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에 『대학신문』은 민간조사업법 도입의 배경을 살펴보고 주요 쟁점을 짚어봤다.


◇탐정 합법화 법안, 수면위로=소위 ‘흥신소’라 불리는 심부름센터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경찰에 파악된 심부름센터의 수는 1,574개로 그 규모는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작게는 음식 배달부터 크게는 실종자·미아 찾기, 범죄 증거조사, 산업스파이 적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의 심부름센터는 탐정, 정보원 등의 이름을 사용하며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이들이 이런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정보원, 탐정 및 그 밖에 이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는 일’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부름센터가 의뢰받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불법행위가 만연하고 있다. 위치추적, 불법도청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해킹해 카카오톡 메시지를 엿보거나 경쟁업체 홈페이지에 디도스(DDoS)공격을 해 피해를 입히는 등 그 수법이 전문화·지능화되고 있다. 심지어 납치, 청부폭행, 살인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심부름센터까지 있었다. 실제로 지난 1월 8일부터 3월 7일까지 두 달간 경찰이 심부름센터를 단속한 결과 총 24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하고 137명을 입건했다. 대부분의 심부름센터가 경찰의 단속 범위 밖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이렇게 심부름센터의 불법행위가 이어져 큰 사회적 문제로 지적됨에도 불구하고 민간에 의한 사실조사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종사건이나 개인 간의 분쟁 등 시민들이 경찰에게 의뢰하기 애매한 사안을 해결해주는 등 인력부족으로 인한 경찰의 수사력 공백을 보충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지난 2007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소송이 검사의 고소장 중심으로 이뤄지는 ‘직권주의’에서 소송당사자들이 법정에서 증거·증인을 놓고 다투는 ‘당사자주의’로 바뀌며 심부름센터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려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정보수집에 대한 수요에 부응하고 불법 흥신소·심부름센터를 근절하기 위해 민간조사업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해 11월에는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이 「경비업법 전부개정법률안」을, 올해 3월에는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이 「민간조사업에 관한 법률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두 법안은 관리부처를 비롯해 세부적인 내용의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민간조사제도를 도입해 수요를 충족시켜 국민권익을 향상시키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자격시험을 포함한 민간조사원의 자격요건과 업무범위, 민간조사원에 대한 관리·감독방안 등도 정하고 있다.

◇민간조사제도, 득인가 실인가=그러나 이번 국회에서 민간조사업 관련 법안이 통과될 지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찬성과 반대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찬성 측은 민간조사제도 도입을 통해 폭발하는 민간조사 수요를 충족하고 경찰인력 부족으로 발생하는 수사력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기사건 기소율이 20%대에 그치고 매년 6천여건의 실종사건이 미결상태로 종료되는 이유가 경찰의 수사인력 부족에 있다고 분석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수사인력이 많이 요구되는 실종사건 등의 조사를 민간에 위탁해 더 효율적으로 실종자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 나주봉 회장은 “민간조사제도는 실종자와 그 가족에게 절박한 법안”이라며 여러 실종사건 해결을 위해 민간조사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찰 역시 민간조사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비범죄성 업무를 민간시장에 맡겨 더 나은 양질의 정보제공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경찰은 제도 도입을 통해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심부름센터를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경찰청 수사기획과 이연욱 경감은 “현재의 심부름센터는 자유업이기 때문에 국가가 감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민간조사제도 도입을 통해 업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간조사제도 도입을 통해 무법지대에 있던 심부름센터를 양성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 측은 제도 도입이 불법 심부름센터 근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한국사법교육원 류여해 교수는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는 사람 모두가 자격요건을 갖춰 허가받진 못할 것”이라며 “허가받지 못한 나머지 심부름센터는 여전히 불법행위를 저지를 것이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도 의견서를 통해 “민간조사기관의 불법행위는 모두 범법행위에 해당해 형사처벌의 대상이 돼야 한다”며 “불법행위가 만연한다고 해서 이를 국가에 의한 자격제도 운영, 영업등록 등에 의해서 양성화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범죄를 발본색원해 처벌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민간조사제도를 비판했다.

또 반대 측은 민간조사제도가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 불법행위를 용인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류 교수는 “경찰도 개인정보를 몰래 빼돌린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인데 민간단체에 권한을 부여했을 때 개인정보를 빼돌리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있냐”며 “민간조사업이란 제도를 통해 국민의 정보가 경찰도 아닌 민간탐정에게 공개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찬성 측은 이에 대해 지나친 기우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오히려 제도 도입을 통해 국민의 정보접근 권리를 확대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민간조사 학술연구소 김종식 소장은 “민간조사업법을 비롯해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등 우리 법 체계엔 민간조사원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장치가 충분히 존재한다”며 “국가의 일정한 관리를 통해 문제발생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삽화: 강동석 기자 tbag@snu.kr

◇이해관계를 둘러싼 논쟁=민간조사업·공인탐정 등에 대한 논의는 1999년 하순봉 의원이 제출한「공인탐정에 관한 법률안」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14년째 관련법은 본회의에도 상정되지 못한 채 임기종료와 함께 폐기되고 있다. 제도도입에 찬성하고 있는 경찰과 법무부 사이에서 민간조사업의 관리감독권을 두고 알력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관간의 주도권 싸움은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이 발의한 경비업법 개정안은 관할을 경찰청에,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의 민간조사업법 제정안은 관할권을 법무부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18대 국회에서도 일어났었다. 당시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은 ‘경찰청안’을, 강성천 의원은 ‘법무부안’을 제시하여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법무부는 탐정의 역할을 하는 민간조사업이 준사법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법무부에서 민간조사원 면허제도 관리를 포함한 민간조사업 전반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대다수의 퇴직경찰이 민간조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경찰에 관리감독권을 부여한다면 경찰과 민간조사업체 사이에서 각종 부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찰청은 민간조사업을 준사법 성격이 아닌 경비업의 일종으로 보고 경찰이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감은 “민간조사업체가 수행하게 될 실종가족 찾기, 분실신고 등의 업무는 기존에 경찰에서 수행하던 업무”라며 “민간조사원의 업무가 경찰업무와 직접적으로 관계돼있으므로 경찰을 통해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 측은 “전국적인 조직망과 집행력을 가진 경찰만이 민간조사업체를 꾸준히 관리할 수 있다”며 경찰청이 민간조사업의 관리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처리될지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경찰 출신 의원과 법조계 출신 의원이 서로 대립해 두 법안 모두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조사제도가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관련 제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착되도록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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