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적 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 등 새로운 형태의 경제 주체들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 대학 인근 지역에서도 사회적 경제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대학신문』은 우리 주변에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사회적 경제 수립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 대해 알아봤다.

연재 순서
①나눔 방앗간  ②카페 모아  ❸행복중심 생활협동조합  ④성대골 마을공동체



최근 우리나라에 생활협동조합(생협) 바람이 일고 있다. 생협은 경제적으로 조직원 모두의 생활수준을 증진시킴과 동시에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회적인 성격이 혼합돼 탄생한 단체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서민 경제의 해법으로 등장한 생협은 ‘협동조합기본법’ 시행과 맞물려 그 수와 양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중 행복중심 생협은 유기농이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1989년 믿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밥상을 위해 지역여성들이 모여 만든 생활협동조합으로 현재는 서울 전역과 고양, 진주에 17개의 매장이 분포해 있다. 기자가 찾아간 낙성대 행복중심 생협은 이른 아침임에도 방금 공급받은 식제품을 진열하고 손님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80년대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었다. 결혼 후 가정주부로 일하는 그들에게 사회의 재진출은 쉽지 않았다. 여성의 사회활동에 대한 편견 때문이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부엌에서 세상을 본다’는 슬로건으로 주부 200여명이 모여 ‘여성민우회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시작했다. 2000만원의 출자금으로 시작한 조합은 이후 2만명이 넘는 조합원과 17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한 조합으로 발전했다. 작년에는 여성 주도적인 성격에서 벗어나 양성 모두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행복중심 생활협동조합’으로 이름을 바꿨다.

생협의 장점은 모든 조합원들, 즉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하는 거래를 한다는 점에 있다. 먼저 중간유통과정을 생략해 가격에 불필요한 거품을 빼고 신뢰할 수 있는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어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가 가능하다. 행복중심 생협도 마찬가지로 직접 모든 생산지를 하나하나 찾아가 검증하고 계약을 체결하며 인위적인 약품을 사용하지 않은 농·축산물만을 선정해 식품의 정보를 조합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최대한 자연 환경과 유사한 상태로 유통·공급한다. 구명숙 행복중심 생협 부장은 “믿을 수 있는 생활재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이 생협의 경쟁력”이라며 “행복중심 생협은 최초로 주 6회(월~토) 공급을 시행하고 있어 조합원들이 언제나 신뢰할 수 있는 최상의 상품을 분배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주현희 기자 juhieni@snu.kr

또 이곳은 생산자들의 생태계를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행복중심 생협은 1년 소비량을 계산해 미리 생산자와 계약을 하며 안정적인 거래를 위해 충분한 이윤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구 부장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거래를 통해 생산자 생태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며 행복중심 생협이 생산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행복중심 생협은 마을 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 조합원들이 1인당 천원 이상의 기부를 해 관악구의 여러 사회적 기업을 후원하는 ‘협동복지사업’을 운영 중이다. 작년에도 2000만원가량의 기금이 모여 ‘징검다리 반찬모임’, ‘디자인 머 별거야’ 등 지역사회의 복지를 위한 사업들을 지원했다. 이 같은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해 12개의 소모임도 운영 중이다. 이 소모임에는 지역사람들과 조합원 모두가 참여하고 있다. 구 부장은 “관악구는 일종의 베드타운이기 때문에 아이, 노인, 여성들만 집에 남아 있는 시간이 길다”며 “이러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에게 이웃이 될 수 있도록 소모임들을 운영하고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구 부장은 “현재의 시장경제에서 소외돼있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시장경제를 인정하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들어 가려는 움직임이 행복중심 생협”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생협은 발전 중이다. 행복중심 생협이 그 설립 목표처럼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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