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과)
최근 서울대 2012년도 통계연보에서 흥미로운 수치를 보게 됐다. 인문대 15명, 사회대 16명, 자연대 17명, 경영대 3명, 공대 43명, 농생대 16명, 미대 6명, 법대 6명, 사범대 7명, 음대 10명, 의대 1명, 자유전공학부 1명. 2011년 3월 1일부터 2012년 2월 29일까지 미등록, 학사제명, 자퇴를 이유로 제적된 학부생 숫자이다. 모두 141명이다. 2012년 서울대 학부 신입생은 3,569명이었다. 2011학년도 제적생 숫자의 2012년 신입생 숫자 대비 비율이 3.95%였다.

생각보다 비율이 높다는 생각이 들어 이전 통계를 찾아보았다. 2010학년도 제적생이 282명이었는데 2011년에 3,622명이 입학했다. 비율이 무려 7.78%였다. 2009학년도에 223명 제적당하고 2010년도에는 3,566명 입학해 비율이 6.25%였다. 2008학년도에는 271명 제적당하고 2009년도는 3,478명 입학해 비율이 7.79%였다. 지난 몇 년 치 통계를 곧이곧대로 읽자면 서울대가 한 해 백 명의 신입생을 받아들이면, 그 중 대여섯 명은 졸업을 못(안)한 채 그만두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얼마 전 한 일간지에 대학생들이 재학 중 공무원 시험에 붙거나 공공기관에 취업하면 대학을 그만둔다는 기사가 실렸다. 공무원 시험 원서에 학력을 기재하는 칸이 없어진 게 2005년이고, 노량진의 공무원 학원 주변에서 대학 휴학생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한다. 기사는 이들 다수가 원하는 시험에 합격하면 대학 졸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묘사했다. 취직도 했는데 졸업장 때문에 비싼 학비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대를 중도에 떠난 이들이 그 기사에 실린 이들과 유사한 경우는 아마도 없을 것 같다. 재학 중 공무원 시험에 붙더라도 등록금이 아까워 서울대 졸업장을 포기할리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전공 학과의 공부가 자신과 잘 맞지 않기 때문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을 듯하다. 20년도 더 됐지만 내가 학부를 다닐 때도 이런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았었다. 이렇게 보면 성적 높은 학생은 무조건 서울대에 보내려는 고등학교의 진로지도가 문제이지 서울대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백 명 중 대여섯 명이 학과 선택을 잘못해서 아예 졸업을 포기하고 있다면 대학의 선발 과정에도 좀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서울대는 유치원부터 시작된다는 한국의 학력 경쟁의 정점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책임을 적어도 그 입학생들에게는 져야하는 곳이 아니던가?

대학의 학부 교육이 취업 준비에 휘둘리는 세태에 비판적이라면 고등학교를 탓할 이유는 더 없어진다. 대학이 취업준비기관이 아니라는 비판 논리는 흔히 학부 교육의 취지로 학생들이 각 전공에서 연구 교육하는 인류의 지적 유산에 심취해 자신의 인격을 계발하며 한국 사회와 인류의 미래를 탐구하는 것으로 내세우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4년여 모교 교수로서 만난 학부생들은 졸업이 가까울수록 고시, 대학원, 취업이라는 딱 세 가지 진로를 두고 방황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의 삶을 한국 사회의 진로나 인류의 미래와 연결지어 고민하는 학생을 만나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한국 대학의 학부 교육은, 아니 서울대의 학부 교육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을까? 혹시 우리는 지식과 교양만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각자 알아서 학습하며 삶을 개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졸업을 포기하는 백 명 중 대여섯 명이 오히려 자기 길을 잘 찾아간 경우이고, 고시와 취업을 택한 졸업생들 중 대다수는 학벌의 증표만 들고 직업세계로 나간 것은 아닐까 두렵다. 통계에 따르면 서울대 대학원의 2012년 입학생은 5,337명이었고, 2011학년도 제적생은 480명이었다. 대학원은 백 명이 입학하는 동안 거의 아홉 명이 중도에 그만 둔 셈이다.


강대중 교수
(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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