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영경 시간강사
(미학과)
내가 후배들에게 뭔가 이야기할 만한 사람은 당연히 아니지만, 그냥 그동안 우리의 삶에 대해 느낀 것을 좀 말하겠다.

우리 대학 입학 전의 삶을 좀 생각해 보자. 물론 남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어려서부터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잘하고…. 아마 ‘칭찬받는 삶’이었을 거다. 또 언젠가부터 ‘칭찬’을 위해서 의식적으로 ‘칭찬받을 행동’을 하기도 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 칭찬이 사실 거의 ‘공부 잘하는 일’이었고, 또 그걸 잘했으니까 ‘서울 대학교’에도 다니고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어떨 때는 ‘공부 잘하는 일’의 혜택도 받았다. 야단맞을 만한 일을 했어도 ‘공부 잘하니까’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용서 받고, 대충 넘어가주는 그런 혜택. 그런 것도 우리가 ‘공부 잘하는 일’에 집중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런데 정말 좋아서 우리가 그렇게 행동했을까? 솔직히 대부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일종의 ‘목전전치’랄까? 뭐를 잘해서 ‘칭찬’받은 것이 아니라 ‘칭찬’받으려고 부모님, 선생님이 원하는 것은 어떤 것이라도 잘해내곤 했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진짜로 하고 싶었던 것들은 뒤로 미뤄뒀다. 다들 알 것이다. ‘공부 잘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그것 하나 잘하려도 해도 다른 일들 챙길 시간은 없다. 사실 미뤄뒀다고 생각했을 뿐이지, 미뤄둔 것도 아니었다. 그냥 포기였지. 우리들 속은 누렇게 곪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할 말은 “쫌! 막살아봐”다. 남들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걸 해보라는 말이다. 우선 자기 기분에 충실하자. 밤새 만화책 보다 다음 날 결석도 해보고, 밤새 친구들과 술 마시고 새벽에 집에 들어가며 출근하시는 부모님과 집 앞에서 만나기도 하고, 갑자기 꽃빛에 취해서 남도로 꽃구경도 가보고. 그러면서 세상 사람들도 좀 보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말이다. 보고 감탄도 하고, 속으로 욕도 하고, 무엇보다 왜 그렇게 살까를 생각해보자. 이것도 중요하다. 공부만 했으니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잘 모르니까. 학교 안에도 사람은 많다고? 사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우리 다 거기서 거기다. 이런 부분이 우리의 약점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좀 다양한 경험들을 해보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일을 하라는 건 아니다. 어쨌든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뭐랄까? 적절하게….

그런데 이렇게 한다면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실 거다. 그것도 큰일이다. 하지만 결국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이제 우리는 좀 더 자유로워야 한다. 곪은 속을 방치해두고 언제까지나 부모님의 ‘칭찬’만 받으면서 살 수는 없으니까. 언젠가는 폭발할 일, 부모님께 갑자기 충격을 드리기보다는 학부 때부터 조금씩 보여드리며 정신적 충격을 완화시켜 드리는 게 오히려 좋지 않을까?

스스로도 걱정될 것이다. 남들은 다 학부 때부터 안정된 삶을 준비하느라 난리니까. 토익 점수 올리기, 스펙 쌓기, 그 결과로 대기업 취직과 안정된 삶. 또 각종 공무원 시험 준비와 그 결과로 안정된 삶. 결코 그런 삶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스스로 원해서 안정적 삶을 추구하는 것과 ‘칭찬’받고, ‘칭찬’받으려다 보니 그냥 안정된 삶에 주저앉게 된 것은 많이 다를 것이다.

사실 이쯤에서 고백할 것이 있다. 나는 학부 때부터는 별로 ‘칭찬’받지 못했고, 지금 안정적 삶을 살고 있지도 않다. 그러니까 글 가운데 안정적 삶에 관한 이야기는 나는 사실 모르는 부분이다. 그 쪽이 더 좋은 삶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글이 말도 안된다 생각된다면, 그것도 좋다. 이제는 스스로의 판단을 믿고 스스로 결정하기를.

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쪽이 훨씬 재미있지 않을까? 지금 잘 모르겠다면 일단 재미라도 있는 쪽을 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래서 하는 말이다. “쫌! 막살아봐.”

계영경 시간강사
(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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